서울고법, 국가면제 이론 들어 각하 판단한 1심 취소

 

서울고법이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일본국은 이 할머니 등이 청구한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23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5)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을 나오면서 만세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주문 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에게 별지 목록에 명시된 청구금액 전부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08호실, 판사의 목소리가 울리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5)는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두손을 모으고 재판장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오후 이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판단을 취소하고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했다. 이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은 2016년 12월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재판부는 “1심 판결과 달리 국제관습법상 일본국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 한반도에서 일본이 위안부를 동원한 불법행위가 인정돼 위자료도 지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위안부 협의 관련 청구권 소멸 문제와 시효 완성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지만 피고 쪽 항변이 없어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1심 선고 이후 헤이그 송달 협약에 따라 피고(일본 정부)쪽에 판결문을 송달했는데 반송됐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한국 재판부의 판결에 대응하지 않고 있어 이날 선고는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1년 1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또다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에도 일본 정부가 대응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국제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파괴하는 반인권적 행위까지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국가면제란 한 국가의 국내 법원이 다른 나라 정부와 그 재산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국가를 서로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규칙이다. 다만, 반인권적 국가 범죄에 대해선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국제법상의 판례가 최근 나오고 있다.

이 할머니는 법정을 나서면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감사하다, 따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 이재호 기자 >

 

‘위안부’ 손배소 이겼다, 이제 일본 정부에 직접 묻는다

서울고법, 1심 각하 뒤집고 2심 원고 승소 판결

피해자 쪽 “그간 승소·각하 엇갈려 진상규명 어려워

이제 장애 해소됐으니 일본 책임 있는 사과 촉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선고 기일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의 1심 각하 취소 판결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에게 청구금액 전부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08호실. 판사가 승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5)가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손을 모으고 재판장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2016년 말 처음 소송을 제기할 때 함께한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11명이었지만 이제는 이 할머니 한명만 남았다. 이날 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국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이 모두 승소로 종결된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엇갈렸던 판결이 통일됐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사과와 책임 있는 배상을 촉구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오후 이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총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판단을 취소하고 청구 금액 전부를 인정했다. 이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은 2016년 12월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판단을 가른 건 ‘국가면제’ 법리 인정 여부였다. 재판부는 “(최근) 국제관습법에 따르면 일본의 행위는 한국 영토에서 한국 국민에 대해 자행된 불법행위로 일본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가면제란 한 국가의 국내 법원이 다른 나라 정부와 그 재산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국가를 서로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국제법 규칙이다. 1심 재판부는 국가면제 법리를 인정해 소송을 각하했다. 2심 재판부는 일본 정부 행위의 불법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본국의 전신인 일본제국도 일본국의 현행 헌법 98조 2항에 따라 일본국이 체결한 조약과 국제법규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약’, ‘노예협약’,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제국 공무원들이 과거 형법 제226조에서 금지하는 ‘국외 이송 목적 약취·유인·매매’ 행위를 했을 뿐 아니라 일본제국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거나 방조했다”고 설명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인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 쪽 항변이 없어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한국 재판부의 판결에 대응하지 않고 있어 이날 선고는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해오다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엔 ‘한국 정부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승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의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배상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외교 문제 등이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소송은 1차(나눔의집)와 이날 선고가 난 2차(정의기억연대·민변)로 나뉜다. 1차 소송은 2021년 1월 ‘일본 정부가 1억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이 났고, 곧 확정됐다. 하지만 이 소송의 원고들도 3년이 지나가도록 실질적인 배상은 받지 못했다.

1차 소송 원고들은 배상금과 소송비용을 받기 위해 재산명시 결정과 소송비용 추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국가면제 법리를 인용해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는 재산명시 결정은 다른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원고들은 이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 출연금’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압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승소한 2차 소송 원고들은 ‘반환청구권 압류’ 대신 일본 정부에 직접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이끈 권태윤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판결 전까지는 승소·각하로 판결이 엇갈려 진상규명 운동을 하거나 일본 정부에 배상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장애가 해소됐고, 법원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확인됐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직접 사과와 책임 있는 배상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 이재호 기자 >

‘위안부’ 항소심 출석 일본 변호사 “일 정부 책임 면제한 1심 잘못”

 

전후보상 분야 대표 변호사 야마모토 세이타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제7차 변론기일인 11일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가 이용수 할머니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들머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각종 소송을 지원해온 전후 보상 문제 전문가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가 국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최근 달라진 국제법 해석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전향적 판단을 요구했다.

11일 서울고등법원 33민사부(재판장 구회근) 심리로 열린 ‘위안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재판에 야마모토 변호사는 원고 쪽 증인으로 출석해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 ‘페리니 판결’이 나온 뒤 10년 이상이 지났고, 그동안 상당히 변화했다”며 “당시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페리니 판결은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국가면제’ 원리를 적용해 이탈리아 국적 페리니씨에 대한 독일 정부의 2차 세계대전 중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독일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었다.야마모토 변호사가 국제재판소 판결을 언급한 건 앞선 해당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소송을 각하한 건 근거로 페리니 판결 등 국제관습법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1년 4월 1심 재판부는 “현시점에서 유효한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해당 소송을 각하했다. 이어 페리니 판결을 언급하며 “일본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정하게 되면 판결의 선고 및 그 이후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일본과의 외교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인권을 위해 외국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는 이미 대다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고 국제법 관습으로 자리잡았다”며 “인권 침해를 받은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의 마지막 구제 수단이 국내 법원인 경우, 피해자의 권리가 국가면제에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10명이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한 재판에서 피해자 대리인을 맡아 1심에서 이기는 등 전후 보상 분야 일본의 대표 변호사다.

이날 피고인 일본 정부 쪽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에 나와 “14살에 (일본에) 끌려가 갖은 고문을 당해서 지금까지도 몸이 많이 아프고 수술도 받았다”며 “이후 위안부에게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30년 넘게 외치고 있는데, 일본은 아직까지 아무 대책도 없으면서 기시다 총리가 와서 마음이 아팠다는 거짓말만 한다.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고 말했다.  < 권지담 이정규 기자 >

시속 160Km 돌진…"토론토 록밴드 공연장 가려고 했다"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국경검문소에서 폭발한 차량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Saleman Alwishah 제공]

 

미국 뉴욕주(州)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국경 검문소에서 과속으로 펜스와 충돌한 뒤 폭발한 차량의 목적지는 록밴드 공연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국경검문소에서 폭발한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과 여성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록밴드 '키스(Kiss)' 공연에 가는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폭발 차량은 시속 160km가 넘는 속도로 검문소 펜스에 충돌한 뒤 공중으로 솟구쳤고, 이후 화염에 휩싸였다.

강력한 폭발 때문에 당초 테러범의 폭탄 공격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조사 결과 폭발물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어 수사팀이 차량의 목적지가 록밴드 공연장이었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면서 당시 폭발이 테러일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차량 운전자가 응급상황에 처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지만, 탑승자가 모두 사망해 차량의 과속 원인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한편 현재 북미지역에서 고별 공연을 벌이고 있는 키스는 전날 저녁 토론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키스는 보컬과 기타 연주를 맡은 폴 스탠리가 독감에 걸려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밝혔다.  < 뉴욕=연합 고일환 특파원 > 

록밴드 키스의 공연 장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완충구역 5년 만에 무력화…남북 ‘감시 대결’ 땐 충돌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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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 실패 이후 89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 21일 북한이 3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 데 대한 맞대응 격으로,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날 북한은 국방성 명의로 “《대한민국》것들은 북남군사분야합의서를 파기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북남(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북한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한국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맞서 9·19 군사합의 1조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 조처를 취했다. 또 군은 군단급 무인기와 정찰기 등을 군사분계선 인근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합법적이며 정당한 주권행사”라며 “적(한국)들이 우리의 이번 정찰위성발사를 놓고 난데없이 군사분야합의서의 조항 따위를 흔들어보는 망동을 부린 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감의 숨김없는 표현이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협에 대한 불안초조한 심리의 반영”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것들은 현 정세를 통제불능의 국면에로 몰아간 저들의 무책임하고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어야 한다”며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초보적인 신의도, 내외에 공언한 확약도 서슴없이 내던지는 《대한민국》 것들과의 그 어떤 합의도 인정할 수 없으며 상종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다시금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 장예지 기자 >

 

완충구역 5년 만에 무력화…남북 ‘감시 대결’ 땐 충돌 뇌관

9·19합의 효력정지 뭐가 달라지나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인 ‘만리경-1’호를 3차 발사한 다음날인 2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 너머로 남한 초소(아래쪽)와 북한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8년 남북이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땅·바다·하늘에 완충구역을 두기로 합의한 9·19 남북군사합의(9·19 군사합의) 일부 내용이 5년 만에 무력화됐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22일 오후 3시부터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9·19 군사합의 이전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무인기 등 공중 감시정찰을 복원한다고 밝혔다.군은 이날 오후 3시 이후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와, 정찰기 금강·백두 등을 군사분계선 인근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비행금지구역이 없어졌으니 2018년 9월19일 이전, 그러니까 유엔군사령부 통제하에 정해진 비행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우리 정찰기가 북상할 수 있는 소위 비행금지선이 우리 지역 내에서 북쪽으로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로, 이전처럼 유엔군사령부 규정에 따라 비행금지구역이 군사분계선 이남 5마일(9.26㎞)까지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신 장관은 “우리 스스로를 제한하던 정찰감시능력에 대한 족쇄를 풀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 주변 육·해·공에서 충돌을 막는 완충구역을 두는 것이다. 그중 1조 3항은 공중에 관한 것으로,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전투기·정찰기 등 날개가 고정된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동부지역은 40㎞, 서부지역은 20㎞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했다. 날개가 돌아가는 헬기 같은 회전익 항공기는 10㎞,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 서부지역에서 10㎞, 기구는 25㎞로 각각 제한했다.

이 때문에 최전방 육군 사단·군단에서 사용하는 무인기는 탐지 거리가 10㎞ 미만이라 군사분계선 이남 10~15㎞에서 비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대북 감시·정찰을 할 수 없게 됐다.

한국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속전속결로 실행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영국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화상으로 개최했고, 22일 오전 8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1조 3항 효력정지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가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재가 이후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에서 북측에 통보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통신선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며 “북한도 언론 보도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므로,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설명드린 것으로 북한에 대한 통보를 갈음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9·19 군사합의로 인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접경지역 북한군 도발 징후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까지 발사하여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효력정지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는 2019년부터 이달까지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 건수가 3400여차례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과 9·19 군사합의 실무 협상을 했던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문재인 정부 때까지는 남북이 상호 위협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도발적 위협 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서해 쪽 해안포의 포문 폐쇄를 매년 100~1000여회씩 위반한 게 대부분인데, 북한 해안포 포문 개방은 해변 갱도 내 습기 제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란 설명이다.

도발적 위협 행위는 윤석열 정부 들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수도권 지역으로의 소형 무인기 침투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북한 무인기 수도권 침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내세워 9·19 군사합의 무력화를 시도하다 이번 3차 북한 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효력정지를 실행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재래식 무기 운용적 군비 통제인 9·19 군사합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북한 정찰위성 발사가 연관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았다.    < 권혁철 기자 >

북 위성→9·19합의 효력정지→심야 탄도미사일…한반도 ‘흔들’

북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유로 9·19합의 일부 효력정지
북, 동해상 미상의 탄도미사일 발사…합참 “실패 추정”

 

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 실패 이후 89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서로를 “적”과 “괴뢰”라 부르며 대치하던 남과 북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와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 1조 3항(군사분계선 일대 공중정찰 금지) 효력정지 조처로 충돌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나섰고, 북한은 심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으로 불린 9·19 군사합의가 5년 만에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지난 4월7일 이후 직통 연락선마저 끊겨 위기관리 수단이 사라진 남과 북의 나빠진 관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말의 전쟁’을 넘어 군사분계선 일대 우발적 군사충돌로까지 번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빨려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5월31일 1차, 8월24일 2차 발사에 실패한 뒤 89일 만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3차 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만리경-1호가 7~10일간의 세밀 조정 공정을 마친 후 12월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저녁 “북한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걸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찰위성 정상 작동 여부와 별개로, 발사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러 정상회담(9월13일) 등을 보면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빠른 기간 안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해 남조선지역과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계속 확보해나갈 계획을 당중앙위 제8기 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연말로 예상되는 노동당 전원회의의 승인을 받아 이르면 2024년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 실패 이후 89일 만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3차 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1874호(2009년 6월12일) 위반이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공화국의 합법적 권리”라며 “공화국 무력의 전쟁준비태세를 확고히 제고하는 데 커다란 기여로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국정부는 예고한 대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로 맞대응했다. 국방부는 “오늘(22일) 오후 3시부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을 효력정지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효력정지된 1조 3항은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20㎞(서부지역)~40㎞(동부지역) 공역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내용이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런던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남북 당국 간 첫 문서 합의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공식 정지시킨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정부는 이날 아침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9·19 군사합의 1조 3항 효력정지를 의결했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안”을 즉시 재가했다. 한 총리는 북쪽의 군사위성 발사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도발”이라며, 9·19 군사합의 1조 3항 효력정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효력정지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고 추상적으로 규정했다.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기간을 정하여” 정지하도록 명시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23조 2항에 비춰 적절성 논란이 일 수 있다.더욱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아직 유효한 9·19 군사합의 여타 조항에 대한 추가 조치는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쪽이) 추가 도발하면 추가 조처한다”고 밝혔다. 북쪽의 추가 군사행동이 있으면 지상·해상 적대행위 중단 등 9·19 군사합의의 다른 조항도 효력정지를 할 계획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대응을 두곤 “자해에 가까운 동문서답식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이뤄진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 일대의 우발적 재래식 군사 충돌을 예방하려 육·해·공 3면에 군사활동 금지 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및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의 효력을 정지한 이날 밤 평안남도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은 “북한이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도·거리 등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미사일이 추락했다는 뜻이지만, 북한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핵문제 해법과 별개로 접경지역 국민의 일상을 지키려는 초보적 수준의 재래식 군비통제로, 책임 있는 정부라면 절대로 먼저 파기해서는 안 되는 평화의 안전판”이라며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서쪽에서 뺨 맞고 동쪽에 화풀이하는 식의 무책임하고 엉뚱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 이제훈 기자 >

 

"테러 가능성"

FBI, 캐나다 국경 폐쇄하고 조사 착수…폭스TV "탑승자 2명 사망"

목격자 "미국 쪽서 온 차량이 국경 방향으로 돌진…펜스 충돌 후 폭발"

 

폐쇄된 미국과 캐나다 국경 출입소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경찰이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 사건 후 캐나다 국경의 검문소를 통제했다. 2023.11.22 photo@yna.co.kr [The Buffalo News 제공]

 

 
폭발 사건 발생 직후 국경 검문소의 모습

(뉴욕 AP=연합뉴스) 차량 폭발 사건 후 잔해가 널려있는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검문소. 2023.11.22 photo@yna.co.kr [The Buffalo News 제공]

22일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위치한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의 검문소에서 차량이 폭발해 당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조사에 나섰다.

폭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테러 공격'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폭스뉴스는 이날 뉴욕주(州)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레인보우 다리에 설치된 국경 검문소에서 차량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차량 폭발이 테러범의 소행이라면서 폭발한 차량에 탑승한 2명은 사망했다고 전했다.

차량 폭발 탓에 검문소에 근무하는 미국 관리 1명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폭발 장면이 담긴 동영상에 따르면 폭발 사건은 미국 쪽 검문소에서 발생했다.

한 목격자는 지역 방송인 WGRZ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방향에서 국경 쪽으로 돌진한 차량이 펜스에 부딪힌 뒤 폭발했다고 말했다.

폭발 당시 화염의 높이는 10m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레인보우 다리에는 미국 뉴욕주(州)와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연결하는 4개의 국경 검문소 중 하나가 운영 중이다.

당국은 레인보우 다리 외에 나머지 3곳의 국경 검문소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폭발 사건에 대해 당국의 보고를 받았다.

  < 뉴욕=고일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