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해자들 주축의 생존자 단체

1956년 결성 이후 핵무기 반대 풀뿌리 운동에 매진해온 공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일본 원폭 생존자들을 주축으로 한 반핵 운동단체 니혼 히단쿄(日本被團協·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선정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고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증언을 통해 입증한 공로”로 이 단체를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니혼 히단쿄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피해자들을 주축으로 한 생존자 단체로 1956년 결성됐으며, 이후 핵무기 반대 풀뿌리 운동에 매진해 왔다.

노벨위원회는 “니혼 히단쿄와 다른 히바쿠샤(원폭 피폭자를 뜻하는 표현) 대표자들의 엄청난 노력은 핵 금기를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지난 80년간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역사적 증인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 캠페인을 만들고, 핵무기 확산과 사용에 긴급히 경고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 운동을 형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다만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금기’가 점차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위원회는 “핵 강국들은 무기고를 현대화하고 있으며, 새로 핵무기를 준비하는 국가들도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도 가해지고 있다”면서 “인류 역사의 이 시점에서 핵무기가 무엇인지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핵무기는 세계가 본 적 없는 가장 파괴적인 무기”라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내년은 미국의 원자폭탄 두 개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 약 1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 8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경험을 통해 희망을 키우기로 선택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생존자를 기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의 핵무기는 훨씬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고 기후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핵 전쟁은 우리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 히단쿄의 미마키 도시유키 대표는 평화상 수상이 “전 세계에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 105번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단체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가 지급된다.

올해 노벨상 선정은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모두 마무리된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선정됐으며, 8일에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이어 9일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받았고, 10일 문학상은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수상했다. < 선명수 기자 >

 

“한강, 검열 중시하는 문화에 용감하게 맞서”

 
 
소설 ‘채식주의자’의 맨 부커상 수상은 번역과 원전의 적정 거리에 대한 논쟁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번역자 데버라 스미스(왼쪽)와 작가 한강. ‘원작을 제멋대로 썼다’는 비판 뒤 서서히 ‘영어 사용자들을 위한 재탄생’이라거나 젠더 측면에서의 ‘저항적 번역’이라든가의 옹호론이 뒤따랐다. [EPA 연합]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출판사가 10일(현지시각) “번역 문학의 큰 승리”라는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한강의 수상을 축하한다”며 “또한 우리는 영어권에 그의 작품을 가져온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이예원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적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이어 “이번 수상은 번역 문학의 큰 승리”라고 환영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문 번역해 2016년 영국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이로 알려져 있다. 또 이예원은 스미스와 함께 ‘희랍어 시간’을 공동 번역했고, 내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을 앞둔 한강의 2021년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도 공동 번역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 엑스(X) 갈무리

              

 

‘작별하지 않는다’의 또 다른 번역자인 페이지 애니야 모리스도 “한강의 작품은 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이 더욱 진실하고 대담하게 주제를 다루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한강은 검열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 몇 번이고 용감하게 맞서 왔으며, 매번 더 강하고 흔들림 없는 작품으로 자신을 침묵시키려는 시도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또 영국에서 ‘희랍어 시간’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 헤이미시 해밀턴의 사이먼 프로서 출판디렉터는 “한강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얼마나 멋진 순간이냐”며 “한강은 탁월한 아름다움과 명확성으로 쓴 글을 통해 잔인한 행위와 사랑의 행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종(species)인 인간이 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고통스러운 질문에 단호하게 직면한다”고 평가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프로서는 “그는 어떤 다른 작가와도 다르게 보고, 생각하며, 느끼는 작가”라고 추어올렸다.

영국 소설가 맥스 포터는 “한강은 특별한 휴머니티의 작가이자 필수적인 목소리이며 그의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이라며 “그가 노벨위원회의 인정을 받아 너무나 신난다. 새로운 독자들이 그의 기적 같은 작품을 발견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포터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채식주의자의 영문 번역본 출간에 기여한 바 있다.  <  김미나 기자 >

지난 7월 용호성 1차관 임명
작가들 반대…국감서 논란될 듯

 
 
7일 오후 속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용호성 문체부 1차관. [연합]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출판·번역·작가 지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11일 오후 축하 메시지를 내놓았다.

 유 장관은 이날 열린 제38회 책의 날 기념식에서 “한강 작가의 이번 수상은 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한국문학, 한국출판이 이룬 감격스러운 쾌거이자 국가적 경사”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저녁 8시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이재명 대표 등 정치권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내놓았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3월 한국인 최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김혜순 작가) 땐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당일에 축전을 보낸 바 있는데, 이번엔 노벨문학상 수상인데도 거의 하루가 지나서야 기념식 자리를 빌어 환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문체부 쪽은 “한강 작가 쪽에 축전 관련 연락을 했는데, 아무한테도 축전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굳이 축전 형식이 아닌 축하 메시지를 바로 발표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를 맡았던 사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용 차관은 2017∼2018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조사백서에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당시 작성된 블랙리스트에는 작가 한강이 포함돼 있었다. 용 차관은 2014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계 배제 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용 차관을 승진 임명하자 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단체들은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상징적 인물을 임명한 것은 문화예술계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 인사 범죄”라며 임명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용 차관 임명의 적절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문체부 국감은 지난 7일 진행됐는데, 오는 15일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18일에는 한국문학번역원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된다. 24일에는 문체부 대상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

 이날 문체부는 유 장관의 축하 메시지 보도자료에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28개 언어·76종의 책이 출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때를 포함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작품 번역 지원 내역을 첨부했다.         < 김남일 기자 >

부친 한승원 작가가 기자들에게 전해
문학동네, 창비 두 출판사 통해 작가 입장 전달
12월 노벨상 시상식 연설에서 자세한 소감 밝히기로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한강 작가가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강의 작품을 출간하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는 11일 저녁 기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한강 작가의 뜻을 대신 전했다. 두 출판사가 보내 온 작가 한강의 말은 이러하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두 출판사는 한강 작가의 더 자세한 소감은 12월10일로 예정된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강 작가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오전 거처인 전남 장흥에서 기자들을 만나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통화할 때에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이야기를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딸이 한국에 살고 있지만 글로벌한 감각을 지닌 작가로 바뀌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최재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