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로 조기 대선까지 정치 변수 사라져


남은 이재명 재판들, 대선에 영향 주기는 어려워

이제 변수는 하나,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여부

헌재, 기계적 중립도 버리고 항소심까지 지켜봐

이제 더이상 절차적, 정치적으로 시빗거리 없어

헌재, 윤석열 파면선고 늦을수록 역사 죄인될 것

시민들, 삼보일배하며 "선고기일 정하라" 촉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3.26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완승'을 거두면서 대권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됐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대선이 열릴 때까지 사법부로 인한 정치 변수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이에 그동안 정치 일정 등으로 복잡하게 꼬아 놓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기일을 빠르게 지정해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헌재는 선입선출 원칙을 어기고 자기모순에 빠지면서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해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그 뒤 아무런 이유없이 윤 대통령에 대해 선고를 내리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

여야간 첨예했던 변수가 완전 제거된 만큼 헌재가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2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이른바 '골프 발언'에 대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마찬가지로 1심에서 유죄였던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무죄 선고 뒤,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 재판 결과에 대해 "사필귀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모였는데,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은 번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5.3.26. 연합

 

이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은 단순한 정치 재판이 아니었다. 향후 대선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방향을 가늠할 이정표였다. 만약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 등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을 경우, 검찰과 사법부의 법조 카르텔이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1위 대권주자와 함께 의석수 170석을 갖고 있는 제1당까지 일거에 날려버리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대혼란이 예고됐다. 애초 대선에서 패배한 정치인에 대해 검찰이 말꼬투리를 잡아 기소한 자체도 억지에 가까웠지만, 1심에서 말도 안 되는 형량이 나오면서 민주·개혁·진보 진영 내 위기감은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매우 이례적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부에 두 달간 신건(새 사건) 배당을 중단하고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대선 일정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법원의 움직임에 발맞춰 극우 정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제1당 대권주자를 사실상 '제거'하려고 했다. 국민들의 선거권이 채 0.1%도 되지 않는 소수 법조계 인사들에 의해 도둑질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완전한 무죄'로 뒤집으면서 검찰과 법원 내 극우 카르텔에 철퇴를 내리게 됐다. 이로 인해 조기 대선과 연관된 이 대표의 정치 변수들도 제거됐다.

 

물론 이 대표가 여전히 검찰의 '쪼개기 기소'로 5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조기 대선 일정과 연계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이 이날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고, 검찰이 자신만만해 했던 위증교사 사건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만큼 추후 정치 일정만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건의 사건 재판을, 수원지법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건 규모도 크고 검찰에 대한 이 대표 쪽 반론도 만만찮은 만큼 대선까지는 속도를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3.8. 연합

 

이제 남은 정치 변수는 단 하나, '윤석열 파면' 여부다. 지난해 12월 3일 밤과 12월 4일 새벽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는 장면을 전국민이 지켜봤다. 이견이 없는 명백한 내란 행위다. 이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민들의 노력으로 윤 대통령 탄핵 소추가 됐고,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역시 압도적인 증거와 진술로 윤 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증명됐다. 대다수의 양심적인 헌법학자들은 실체 판단에 있어 윤 대통령을 8대0 만장일치로 탄핵하는 것에 이론이 없다. 그럼에도 헌재의 선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무기한 연장하고 있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은 지귀연 판사의 말도 안되는 논리로 구속 취소돼 사회 혼란은 가중됐고, 소수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 파면을 피하기 어렵게 되자 이제는 탄핵심판 자체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헌재는 마치 극우의 주장에 동조한 것처럼 선입선출(먼저 들어오는 순서대로 사건 처리함) 원칙까지 깨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보다 늦게 접수된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을 먼저 선고하고, 심지어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포기한 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 결과까지 모두 지켜봤다.

 

헌재 재판관으로서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설득력 떨어지는 논리로 다른 탄핵 사건들을 먼저 처리하며 윤 대통령 선고를 미뤄왔지만, 이제 절차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더 이상 시비할 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헌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확실성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정 상태만 심화되고 사회 전반의 피로감만 커질 뿐이다. 빠르게 선고 절차를 밟고 파면 결정을 내려 차기 대선이 원활하게 치러지고 정부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재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8명의 재판관이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일부 재판관이 마음대로 꺾을 수 있는 역사의 흐름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헌재의 존재 가치만 없앨 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2025.3.24 [공동취재] 연합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거듭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 출석 전 광화문 천막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지휘탑이 무너져서 혼란과 혼돈 그 자체"라며 "이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아무런 국민이 납득할 이유도 없이 (선고를) 계속 미룬다는 것 자체가 헌정 질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가 헌법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면서 "국민은 탄핵 이후 100일 넘게 기다렸다. 국민 신임을 배신하지 말고 오늘 중 선고 기일을 지정하라"고 외쳤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 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윤석열 파면만이 헌법 수호의 길"이라며 "내란 상황에선 시간과 속도가 정의로, 오늘 반드시 선고 기일을 지정해 명예와 존재의 가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전현희 최고위원 역시 "헌재가 낫 놓고 알 수 있는 기역자 만큼이나 명백한 위헌 사유를 앞에 두고 판결을 지연하고 있다"며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리면 강력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을 압박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신속히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청구인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 신속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내란에 동조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처리에 반대하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해당 결의안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 변론이 종결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는 상황 속에 대외적 국가신인도 추락 등이 우려된다며 헌재에 선고기일을 신속히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즉각퇴진ㆍ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관계자들이 26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 파면 즉각 선고 촉구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2025.3.26. 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헌재의 조속한 탄핵결정을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치러야할 대가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탄핵 결정이 지체될수록 그 대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헌재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목격해온 국민들로서는 탄핵결정이 이토록 늦어지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탄핵결정만이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길이자 헌재의 존재가치를 수호하는 길"이라며 "밤을 새워서라도 평의와 결정문 작성을 서둘러서, 탄핵의 선고가 이번주를 넘기지 않도록 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광주에서는 시민들의 삼보일배가 진행됐다. 18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 삼보일배 투쟁을 펼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삼보일배에 참여한 박시영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이사장은 "하루빨리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라"며 "더 기다리게 한다면 헌법재판소까지 기어서라도 헌법재판소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헌재는 언제까지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속할 것인가"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삼보일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36명의 삼보일배 투쟁 참가자들은 5·18민주광장에서 금남공원까지 갔다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면서 약 1㎞를 행진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이재명 ‘선거법 위반’ 모든 혐의 무죄…대선가도 탄력

2심 “김문기·백현동 허위발언 아냐” 1심 뒤집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대선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형량이 확정될 경우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이 대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26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문기 전 처장을 아느냐’는 질문에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음에도 “몰랐다”고 답하고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특혜 논란이 불거진 뒤인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백현동 협박 발언’을 허위사실이 아닌 ‘과장’이라며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남시가 용도변경 관련해 압박을 받은 것은 인정할 수 있고, 공표 사실 내용 전체에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때 세부적으로 과장됐다 해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전체적으로 의견표명에 해당하므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5년 외국 출장 중 이 대표가 골프 모자를 쓰고 김 전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조작됐다”고 주장한 부분도 1심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본은 해외에서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것이므로 골프 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볼 수 없다“,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관련 발언도 선거법에서 허위사실 공표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아닌 ‘인식’이므로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사필귀정”이라며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
 

"나라가 어렵고 힘듭니다. 이럴수록 빠르게 정부가 안정되어야 합니다. 무슨 농사, 무슨 농사 해도 '정치 농사'부터 제대로 돼야 국민들이 살 거 아닙니까!"
-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체감 온도 19도의 따스한 날 오후. 전국 방방곡곡에서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고개에 도착한 농민들은 오늘이 "농사하기 좋은 날"이라고 했다. 동시에 "윤석열 파면을 바라는 주권자들이 투쟁하기 또한 좋은 날"이라고 했다.

전국농민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이 참여하는 '전봉준 투쟁단'은 25일 오후 서울과 경기 과천 경계에 있는 남태령고개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위한 '서울 재진격'을 진행했다.

애초 전봉준 투쟁단은 이날 오후 3시 결의대회를 마치고 트랙터 행진을 벌이려 했으나 오후 6시 30분 현재 남태령고개에서 멈춘 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의 저지 때문이다. 전봉준 투쟁단은 행사 이틀 전인 지난 22일 서울특별시경찰청에 옥외집회(행진) 신고를 했으나 경찰과 법원은 이들이 집회 준비물로 제시한 트랙터의 사용을 불허했다.

해당 소식에 분노한 농민들은 행사 당일 예정보다 더 많은 트랙터 60여 대를 끌고 나타났다. 이 트랙터들은 현재 남태령고개에서 과천 방향으로 늘어서 있다. 경찰은 행진을 못 하도록 트랙터 사이사이 바리케이드(경찰 저지선)와 경찰차 등을 배치했다. 이에 더해 맞불 집회를 벌이는 극우 세력과 전봉준 투쟁단 사이에 경찰 버스를 배치해 양측을 분리했다.

농민 분노에 마음 보탠 시민들 "사회 구성원의 책임"

전봉준투쟁단, "윤석열 파면하라!"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평화시위 보장과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먼 걸음을 했다. 제주에서 양파, 대파 등 채소 농사를 짓는다는 전농 소속 고봉희(58)씨는 "오전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엉망이고 내란이 터졌는데도 언제 대통령이 파면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 집회에 참석했다"라고 했다.

전남 화순에서 온 전여농 소속 구경남(70)·화옥기(76)씨도 손에 '쌀값 보장'이라는 리본이 달린 호미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트랙터 못 들어오게 하면 우리는 호미라도 들고 와야제", "농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들고 온 거여"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남태령 일대를 직접 찾아 "트랙터 시내 진입 절대 불가"를 밝힌 것을 두고 "오메, 미쳐블겄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그 발언은 오 시장이 잘못한 것"이라며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농민들이 평화롭게 떠든다는데 그걸 막나"라고 비판했다.

전봉준투쟁단, "윤석열 파면하라!"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평화시위 보장과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전봉준 투쟁단의 '서울 재진격' 소식에 반응한 건 농민만이 아니었다. SNS 등으로 소식을 들은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만난 휴학생 호두(활동명, 21)씨는 "지난 12월 21일에도 연대하기 위해 남태령을 찾았다. 광장에 나오며 사회 구성원의 책임을 배웠다"라면서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서 전봉준 투쟁단의 투쟁 소식을 듣고 또다시 남태령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던 대학생이었는데, 지난 12월부터 국가 폭력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분노해서 연대하러 나오게 됐다. 또 최근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일에도 분노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민 김아무개(27)씨도 "농민이 (행진에) 당연히 트랙터를 보낼 수 있는 건데, (경찰이) 무슨 나라를 망칠 무기라도 되는 것마냥 막으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공권력이 분명하게 한쪽(내란 세력)의 편만을 들어주는 것 같다. 전농 집회엔 제한 통고를 하고, 극우 집회는 전농보다 늦게 신청했는데도 집회를 받아주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우리를 남태령에 막아 세운 건 경찰"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


오후 2시부터는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농민들은 "농민이 최고/농사가 최고/우리가 최고야"라는 노랫말에 율동을 얹어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트럭 위 간이 무대에 오른 하원오 전농 의장은 "3월 중순이 넘어가면 농가는 파종 준비 등으로 바쁘다"면서도 "그럼에도 오늘 농민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건 윤석열 탄핵을 농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 의장은 윤 대통령과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 겸 권한대행을 향해서는 "그간 농민들을 위한 법에 거부권을 너무 많이 행사했다"라면서 "정치 농사부터 제대로 돼야 국민들이 살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또 현장을 막고 있는 경찰을 향해서는 "우리는 지난 12월 21일~22일에도 남태령에서 밤새워 투쟁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를 막아 세운 건 경찰"이라며 "오늘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트랙터를 끌고 참석할 수 있도록 길을 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오마이 박수림 기자 >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관련사진보기


정치인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원택·문대림·윤준병·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민주당 의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이원택 의원은 "경찰은 농민들의 평화 행진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직권남용, 직무 유기, 불법 행동 등이 있으면 두고두고 국회의원들이 따져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전봉준 투쟁단은 이날 오후 3시께 결의대회를 마치고 트랙터 행진을 벌이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6시 30분 현재까지 남태령고개에서 멈춘 채 릴레이 발언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경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벌이던 극우 세력과 전봉준 투쟁단 사이에 대형 경찰 버스를 배치해 두 집단을 완전히 분리했다.

경찰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트랙터전봉준투쟁단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파면과 내란세력 청산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트랙터들이 경찰에 의해 서울시내 진입이 막힌 채 주차되어 있다. ⓒ 이정민

“고위공직자도 헌법과 법률을 안 지키는 데 국민에게는 지키라고 할 수 있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상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을 놓고 시민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불임명)’에 대해 헌재가 다수 의견으로 “위헌·위법하지만 파면 사유는 아니다”라고 결정한 것 등을 놓고 “헌법을 어겨도 적당히만 어기는 건 괜찮다는 얘기냐” 등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4일 헌재의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 기각 결정 이후 일부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헌재 결정을 지켜본 직장인 윤경인씨(42)는 “헌법을 어겼다는 결정이 나온 것 같은데 파면 등 그 죄는 묻지 않겠다는 이상한 결정으로 보였다”면서 “고위공직자도 헌법과 법률을 안 지키는 데 국민에게는 지키라고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오늘 내 업무를 부작위해도 해고 사유는 안 되는 거 맞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란 얘기냐” 등 조롱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온 데에는 전날 헌재 결정이 헌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봐도 석연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전날 결정에서 재판관 8인 중 4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이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 “헌법 66조, 111조 및 국가공무원법 56조 등을 위반했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몫 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한 것이 헌재를 무력화시킬 정도의 목적이나 의사는 없었다고 본 것이다.

 

역시 기각 의견을 낸 김복형 재판관은 “위헌·위법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아예 각하 의견을 내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만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내고 재판관 불임명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앞서 헌재는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에서는 위헌이라고 보면서도 그 중대성에 대해서는 심각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헌재의 이 같은 결론은 한 권한대행이 향후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을 하지 않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헌이지만 파면까지 될 위중한 사안은 아니니까 임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권한대행은 야당의 마 후보자 임명 촉구에도 이날까지 명확한 임명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업무를 하고 있다. 헌 권한대행은 이날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헌재 결정이 어떤 결과로 귀결되더라도 우리 사회가 분열과 대립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만들어진 ‘헌법 위반의 중대성’ 기준을 너무 높게 해석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 공무원은 업무 수행 때 조금만 잘못해도 징계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국정 안정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관대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경향 김정화 기자 >

 

"헌재, 농간의 기회, 시간 제공은 용서 못할 과실"

작가회의 소속 문학인 2487명도 긴급 시국 성명
"속도가 정의다…헌재, 윤석열 신속 파면하라"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25일 국내 문학인 414명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한 줄 성명'에서 이렇게 썼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연합

 

한강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 
문학인 414명 윤 신속 파면 한 줄 성명

 

이날 '한 줄 성명'에는 한강 이외에도 소설가 은희경, 김연수, 김초엽, 김호연, 박상영과 시인 김혜순, 김사인, 오은, 황인찬,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이 참여했다. 은희경 작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했고 김연수 작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썼다. 김초엽 작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 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친구들 중에서 당신을 견뎌낼 수 있는 자들 앞에서나 날뛰세요"라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의 구절을 인용해 윤석열을 비판했다.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 했고, 에세이스트 김하나 작가는 "민주주의는 독재자의 망령과 함께 갈 수 없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쳤다.(전문 하단 첨부)

 

 

작가회의 소속 문학인 2487명 시국 성명
"속도가 정의다…헌재 윤 신속 파면하라"

 

한국작가회의는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문학인 2487명 명의로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제목의 긴급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면서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 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작가회의는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라면서 신속한 파면을 요구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한국작가회의 긴급 시국성명]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송경동 시인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15일째다. 시인은 작가회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지 이틀 만에 조직을 정비할 새도 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밤바람 매서운 광장 한편에 작가회의 천막이 꾸려졌고, 국가비상사태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지의 회원들이 날마다 방문하고 있다. 핼쑥함을 넘어서서 갈수록 검어지는 사무총장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회원들은 하나둘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최소한 제도적인 틀 안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윤석열의 계엄령은 우리의 믿음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냈다. 윤석열은 계엄령을 통해 극우 유튜버의 어법과 목소리로 국민을 향해 '수거'하겠다느니 '처단'하겠다느니 겁박하였다. 독재정권과의 투쟁으로 쌓아 올린 역사 위에 선 한국작가회의는 계엄이 공포되자마자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여 계엄의 무효를 선언했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입장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었으나 온갖 궤변과 거짓, 왜곡으로 시종하는 윤석열은 자신이 맞닥뜨려야 할 심판을 지연ㆍ회피하고 있다. 졸렬한 행태가 반복될수록 윤석열은 그저 비루한 내란 수괴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더욱 확고해졌다.

 

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우리는 소위 엘리트 세력에 의해 정치 시스템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훼손될 수 있는지 그 최대치를 목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후안무치한 이름의 정당으로 결집한 그들은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라는 거짓 선동을 근거 삼아 내란 동조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하여 파괴와 폭력을 자행한 세력의 옹호자로 나섰으며, 극우 집회 발언자로 등장하여 2차 3차 내란을 유도하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갔다. 계엄의 정당성 마련을 위하여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마저 유도한 윤석열의 도박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관심과 계산은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향해 있을 뿐이다. 저들은 지금도 헌재 앞 거리를 장악하여 거짓과 폭력을 선동하는 자들과 함께 헌법적 심판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ㆍ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경제 위기도 심각하여 자영업자가 줄폐업하는 등 민생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웨덴 국제연구기관이 내란 이후 한국을 '권위주의 진영이 이끄는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했다거나, 올해 1월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안팎의 위기 및 위상 하락을 극복하기 위하여 헌재의 조속한 탄핵 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 윤석열은 무장한 군인을 동원하였고, 김건희는 윤석열이 체포되자 경호관들에게 "총을 안 쏘고 뭐 했느냐?"며 질책하였다. 이에 뒤이어 저들이 어떠한 막말과 무모한 행위를 자행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헌재의 판결이 늦어져서 한국의 혼란이 지금보다 가중된다면, 우리는 지연된 정의는 결코 정의가 될 수 없음을 헌재를 사례로 들어 역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할 것이다. 나아가 이 혼란의 대가를 반드시 청구할 것이다. 이제 헌재는 마비된 국정을 회생시키고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복원할 단초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은 신속한 탄핵이다. 우리 민중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헌재가 제시해야만 한다.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이는 한국작가회의의 요구이며,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원천인 우리의 명령이다.

 

2025년 3월 25일

한국작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