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로 조기 대선까지 정치 변수 사라져
남은 이재명 재판들, 대선에 영향 주기는 어려워
이제 변수는 하나,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여부
헌재, 기계적 중립도 버리고 항소심까지 지켜봐
이제 더이상 절차적, 정치적으로 시빗거리 없어
헌재, 윤석열 파면선고 늦을수록 역사 죄인될 것
시민들, 삼보일배하며 "선고기일 정하라" 촉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완승'을 거두면서 대권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됐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대선이 열릴 때까지 사법부로 인한 정치 변수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이에 그동안 정치 일정 등으로 복잡하게 꼬아 놓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기일을 빠르게 지정해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헌재는 선입선출 원칙을 어기고 자기모순에 빠지면서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해 탄핵소추를 기각했지만, 그 뒤 아무런 이유없이 윤 대통령에 대해 선고를 내리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
여야간 첨예했던 변수가 완전 제거된 만큼 헌재가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2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이른바 '골프 발언'에 대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마찬가지로 1심에서 유죄였던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무죄 선고 뒤,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 재판 결과에 대해 "사필귀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모였는데,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은 번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은 단순한 정치 재판이 아니었다. 향후 대선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방향을 가늠할 이정표였다. 만약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 등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을 경우, 검찰과 사법부의 법조 카르텔이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1위 대권주자와 함께 의석수 170석을 갖고 있는 제1당까지 일거에 날려버리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대혼란이 예고됐다. 애초 대선에서 패배한 정치인에 대해 검찰이 말꼬투리를 잡아 기소한 자체도 억지에 가까웠지만, 1심에서 말도 안 되는 형량이 나오면서 민주·개혁·진보 진영 내 위기감은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매우 이례적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부에 두 달간 신건(새 사건) 배당을 중단하고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대선 일정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법원의 움직임에 발맞춰 극우 정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제1당 대권주자를 사실상 '제거'하려고 했다. 국민들의 선거권이 채 0.1%도 되지 않는 소수 법조계 인사들에 의해 도둑질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완전한 무죄'로 뒤집으면서 검찰과 법원 내 극우 카르텔에 철퇴를 내리게 됐다. 이로 인해 조기 대선과 연관된 이 대표의 정치 변수들도 제거됐다.
물론 이 대표가 여전히 검찰의 '쪼개기 기소'로 5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조기 대선 일정과 연계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이 이날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고, 검찰이 자신만만해 했던 위증교사 사건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만큼 추후 정치 일정만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건의 사건 재판을, 수원지법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건 규모도 크고 검찰에 대한 이 대표 쪽 반론도 만만찮은 만큼 대선까지는 속도를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제 남은 정치 변수는 단 하나, '윤석열 파면' 여부다. 지난해 12월 3일 밤과 12월 4일 새벽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는 장면을 전국민이 지켜봤다. 이견이 없는 명백한 내란 행위다. 이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민들의 노력으로 윤 대통령 탄핵 소추가 됐고,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역시 압도적인 증거와 진술로 윤 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증명됐다. 대다수의 양심적인 헌법학자들은 실체 판단에 있어 윤 대통령을 8대0 만장일치로 탄핵하는 것에 이론이 없다. 그럼에도 헌재의 선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무기한 연장하고 있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은 지귀연 판사의 말도 안되는 논리로 구속 취소돼 사회 혼란은 가중됐고, 소수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 파면을 피하기 어렵게 되자 이제는 탄핵심판 자체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헌재는 마치 극우의 주장에 동조한 것처럼 선입선출(먼저 들어오는 순서대로 사건 처리함) 원칙까지 깨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보다 늦게 접수된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을 먼저 선고하고, 심지어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포기한 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 결과까지 모두 지켜봤다.
헌재 재판관으로서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설득력 떨어지는 논리로 다른 탄핵 사건들을 먼저 처리하며 윤 대통령 선고를 미뤄왔지만, 이제 절차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더 이상 시비할 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헌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확실성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정 상태만 심화되고 사회 전반의 피로감만 커질 뿐이다. 빠르게 선고 절차를 밟고 파면 결정을 내려 차기 대선이 원활하게 치러지고 정부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재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8명의 재판관이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일부 재판관이 마음대로 꺾을 수 있는 역사의 흐름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헌재의 존재 가치만 없앨 뿐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거듭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 출석 전 광화문 천막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지휘탑이 무너져서 혼란과 혼돈 그 자체"라며 "이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해야 할 헌재가 아무런 국민이 납득할 이유도 없이 (선고를) 계속 미룬다는 것 자체가 헌정 질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가 헌법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면서 "국민은 탄핵 이후 100일 넘게 기다렸다. 국민 신임을 배신하지 말고 오늘 중 선고 기일을 지정하라"고 외쳤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 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윤석열 파면만이 헌법 수호의 길"이라며 "내란 상황에선 시간과 속도가 정의로, 오늘 반드시 선고 기일을 지정해 명예와 존재의 가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전현희 최고위원 역시 "헌재가 낫 놓고 알 수 있는 기역자 만큼이나 명백한 위헌 사유를 앞에 두고 판결을 지연하고 있다"며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리면 강력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을 압박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신속히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청구인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 신속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내란에 동조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처리에 반대하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해당 결의안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 변론이 종결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는 상황 속에 대외적 국가신인도 추락 등이 우려된다며 헌재에 선고기일을 신속히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헌재의 조속한 탄핵결정을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치러야할 대가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탄핵 결정이 지체될수록 그 대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헌재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목격해온 국민들로서는 탄핵결정이 이토록 늦어지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탄핵결정만이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길이자 헌재의 존재가치를 수호하는 길"이라며 "밤을 새워서라도 평의와 결정문 작성을 서둘러서, 탄핵의 선고가 이번주를 넘기지 않도록 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광주에서는 시민들의 삼보일배가 진행됐다. 18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 삼보일배 투쟁을 펼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삼보일배에 참여한 박시영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이사장은 "하루빨리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라"며 "더 기다리게 한다면 헌법재판소까지 기어서라도 헌법재판소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헌재는 언제까지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속할 것인가"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삼보일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36명의 삼보일배 투쟁 참가자들은 5·18민주광장에서 금남공원까지 갔다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면서 약 1㎞를 행진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이재명 ‘선거법 위반’ 모든 혐의 무죄…대선가도 탄력
2심 “김문기·백현동 허위발언 아냐” 1심 뒤집혀

지난 대선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형량이 확정될 경우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이 대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26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문기 전 처장을 아느냐’는 질문에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음에도 “몰랐다”고 답하고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특혜 논란이 불거진 뒤인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백현동 협박 발언’을 허위사실이 아닌 ‘과장’이라며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남시가 용도변경 관련해 압박을 받은 것은 인정할 수 있고, 공표 사실 내용 전체에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때 세부적으로 과장됐다 해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전체적으로 의견표명에 해당하므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5년 외국 출장 중 이 대표가 골프 모자를 쓰고 김 전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조작됐다”고 주장한 부분도 1심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본은 해외에서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것이므로 골프 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볼 수 없다“,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관련 발언도 선거법에서 허위사실 공표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아닌 ‘인식’이므로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사필귀정”이라며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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