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사법 폭주와 민의의 선택

● 칼럼 2024. 11. 25. 06:5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사법 폭주와 민의의 선택

 

 

미국 대통령에 돌출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공직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주도해온 법무부와 FBI 등에 보복하겠다고 호언해온 때문에 해당부서 고위직들은 불안에 떨면서 변호사를 만나 대책을 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선동으로 의회난입 폭동을 벌여 범죄자가 됐던 사람들은 트럼프가 사면해줄 거라는 기대에 희색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의와 불의,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도움도 되지 못하게 되었다.

무려 34건의 범죄혐의로 유죄평결까지 받은 ‘중범죄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하루아침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이다. 인권과 정의의 기준을 내세우며 전세계에 민주주의를 자랑하고 수출했던 나라가, 도무지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트럼프 잣대’가 만능인 사회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그것도 4년 전 이미 경험했던 ‘거짓과 망발’의 발호를 다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는 미국인들의 선택의 결과다.

한국에서는 일부에서 ‘코리안 트럼프’라고 칭하는 윤석열의 등장 이후 미국사회와 비슷한 ‘가치전도’현상이 만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비슷한 좌충우돌 성향에, 범죄에도 무뎌진 윤리 도덕의 추락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따져보면 미국하고는 연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중범죄자임을 알고도 그의 ‘노회한 박력’에 표를 던져 이른바 ‘면죄부’를 줬다면, 윤석열은 ‘정의로운 검사’라는 거짓된 위장과 포장술로 유권자를 속여 대권을 잡았다는 증거들이 뒤늦게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는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을 잡은 뒤 으름장을 놓은 상태지만, 윤석열은 거머쥔 검찰권을 휘두를 때마다 내로남불 위선과 무도함, 그 것도 야당과 정적을 끝없이 짓밟는 비열한 발톱을 드러내, 기만 당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7할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속았다는 국민 감정을 능가하는 유능과 역량으로 무마해 나가든가, 아니면 자숙하고, 회개하여 용서라도 구해야 봐줄까 말까 고민할 그나마의 최선책이련만, 염치는 눈곱만큼도 없이 “그래 어쩔건데”라며 ‘배째라’는 식의 가장 최악의 선택지인 후안무치와 몰상식으로 국민들의 열불을 돋우고 있다. 수두룩한 일가 범죄를 대통령 권력으로 덮고 뭉개는 뻔뻔함에 눈뜨고 지켜보는 국민들은 기가 찰 뿐이다.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더니 법원의 판결로 새빨간 거짓임이 드러났고, 대표적인 경제범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도 검사를 동원해 아무렇지 않은 일로 지우려 했다. 특검여론이 비등한데도 남편이랍시고 반헌법적 거부를 반복하며 오히려 ‘특검이 삼권분립에 어긋난 반헌법적’이니,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일’이라는 궤변으로 우겨댄다. 탄핵 뇌관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 부부의 명태균 거래와 뇌물건은 축소수사로 치닫는 중이라니, 과연 무슨 재주를 부리는지 두고 볼 일이다.

그처럼 살아있는 권력에 너그럽고 모른척 하는 검찰의 무딘 칼날이, 야당과 정적을 향해서는 양날의 비수로, 물불 안가리는 사냥개가 되어 사정없이 후벼파고 물어 뜯는다. 아마 정권을 넘겼을 때 자기들이 했던 것처럼 혹독한 보복을 당할까 지레 겁먹고 싹을 자르려는 속셈인지 모른다.

거대야당 지도자이자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부부를 수백 번 압수수색으로 샅샅이 털어 ‘먼지 기소’하고는 최대치 구형을 하더니, 벌금형과 징역형이 나오자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번엔 경찰이 송치하지도 않은 사건을 검찰이 또 기소하는 지독한 끈기를 보였다. 어쩌면 검사정권이 잘하는 단 하나, 검찰권 악용을 무기로 정권 임기 내내 정적 죽이기에 세월을 지샐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무능정권의 궁지 탈출에 다른 뾰족한 전략도 묘수도 없기 때문이다. ‘양승태 사법농단’ 이후 검찰에 덜미가 잡혀있는 법원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할 호기라는 악랄하고 교활한 회심의 미소까지 지으면서.

대통령 부부 무능과 무책임, 무속적 국정농단 의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을 통한 여론조작 대선, 공천개입, 공직거래 등 각종 의혹에 전쟁위기 조장까지, 지지율이 10%대를 맴돌면서 초초해졌을 게다. 그동안 쌓인 탄핵사유가 차고 넘칠 뿐더러, 자칫 대통령 당선무효로 번질 수도 있으니 막다른 골목에서 안달이 난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을 계속 거부했다가 이탈표 8만 나오면 끝장일 상황이니, 여권 행동대원들이 더욱 날뛰며 정신나간 듯 ‘윤건희 방탄’의 궤설을 읊어대는 것을 보면 단말마가 아닌가 싶다. 갈수록 거센 퇴진과 탄핵 벼랑끝에서 유력한 야당 적수를 죽이면 정국이 반전될 요술램프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광장의 탄핵과 퇴출 함성은 반비례해 커져만 가니 어쩌랴.

‘트럼피즘(Trumpism)’ 흉내를 내고 싶은지 모르나, 트럼프는 그렇게 비루하고 쪼잔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아니다. 비록 중점죄자를 택했다지만, 미국은 유권자의 판단에 사법권력이 감히 대들지 못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검사출신 해리스가 외면당한 것이다. 국민의 심판이 아닌 사법의 폭주에 정치와 정치인의 명운을 거는 기묘하게 굴절된 민주주의의 타락상을 한국의 현명한 주권자들이 언제까지 두고볼까. 오로지 검찰권력에 정권의 안위를 의탁한 ‘검사 쿠데타’ 세력의 배째라 공세를 용납지 않으리라는 것은 철퇴를 든 우리 국민의 역사적인 경험칙이다.

[목회칼럼] 아프니깐 인간이다

● 칼럼 2024. 11. 25. 06:2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목회칼럼- 기쁨과 소망]      아프니깐 인간이다

 

고영민 목사  < 본한인교회 담임>

 

모든 사람은 아프다. 한두 군데 아픈 것이 아니라, 많이 아프다.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도 아프다. 최근의 목회 데이터 연구소가 개신교인 1000명, 담임목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우울증을 겪고 있는 교인이 20%로 나타났고, 담임 목사의 경우도 20% 이상이 자신의 정신 건강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신 교인중에서 5명이 있으면 1명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교인들의 멘탈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신 건강 문제가 목회자 교인 가리지 않고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정신 건강 문제는 이제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야 할 심각하고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3주 전에 나는 교회에서 사도행전 18장을 강해하면서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 도착했을 때에 포비아(phobia)와 트라우마(trauma)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설교의 왕자 찰스 스펄전 목사도 27년 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했다고 이야기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정신 질환을 지나치게 영적으로만 보는 태도를 교정하기 위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교회는 육체적이든 정신적 질병이든 선입견 없이, 정죄하는 마음 없이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아프다. 아프니깐 인간이다. 이 사실을 우리 마음에 기억하면 적어도 우리에게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첫째, 상처를 받고 아파하고 있을 때, 누구나 아프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그동안에는 나만 당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하나님이 나만 피해서 다니시는 것 같았는데, 겉으로 멀끔해 보이는 저 사람에게도 그 나름의 상처가 있고, 불행할 것 하나도 없어 보이는 저 사람에게도 나름대로의 상처가 있음을 알고 나면, 버틸 힘이 생긴다. 둘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죄로 인해서 깨어진 세상이다. 모든 것이 깨어졌다.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상처입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면, 서로를 보듬어서 치유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내가 입은 상처에서 발생한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의 행동도 알고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상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자꾸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우리 마음에 긍휼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서로 고백하면서 서로를 보듬어 주면서 함께 주님 앞으로 치유의 은혜를 구하며 나가자. 조개가 자신의 상처로 진주를 만들어 내듯이, 우리의 상처를 십자가의 은혜 안에서 영롱한 진주로 함께 바꾸어 가자. “인간이 된다는 것은 상처를 진주로 바꾸는 것이다”(힐데가르트)

돌아온 트럼프, 바뀌어야 한국이 산다

● 칼럼 2024. 11. 9. 02: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더 세진 트럼프의 귀환, ‘한국 패싱’ 우려도


북미 핵군축 협상, 한미동맹 재조정 가능성도 높아
가치 외교에서 국익 외교로 대외정책 대전환 불가피
한국을 위험에 빠뜨린 외교안보라인 전면 쇄신해야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미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승으로 끝났다. 친민주당 성향의 미국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누가 이기든 박빙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해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동안 트럼프가 내뱉었던 말들을 실천할 수 있는 실탄을 갖게 되었다. 더 세고 꼼꼼해진 트럼프가 돌아온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이 한반도 정세에 몰고 올 경제·안보적 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경제리스크로 인해 벌써 한국증시는 크게 폭락했다. 경제리스크 못지 않게 우려되는 것이 바로 안보리스크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이미 한반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책구상들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직접대화 및 핵군축 협상 가능성

트럼프 후보는 지난 7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협상을 다시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북‧미 직접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북·미 대화에 먼 산 불구경하듯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평양에서 워싱턴을 가려면 서울을 경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들, 거래적 동맹관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 행정부가 지지율 바닥의 윤석열 정부의 말에 귀 기울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공화당 모두 정강정책에서 ‘한반도(북한) 비핵화’ 문구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미 민주당은 2020년 정강정책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장기목표”라고 밝혔으나 2024년도 정강에는 빠져버렸다. 미 공화당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가역적 해체(CVID)” (2020)라는 대북정책의 목표에서 ‘비핵화’를 아예 빼버렸다.

 

6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선물가게에 블라디미르 푸틴,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을 그린 마뜨료스카 인형이 진열돼 있다. 이날 치러진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2024. 11. 6.  EPA 연합뉴스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나타났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한반도/북한 비핵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2023년 SCM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대화와 외교를 추구하는 노력을 위한 공조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년 10월 SCM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것으로 ‘비핵화’가 빠졌다.

향후 북·미 핵군축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그 합의 내용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타결이 예상되던 합의안 초안이 바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북·미는 △한국전쟁을 상징적으로 끝내기 위한 평화선언, △한국전쟁 중 사망한 미군 유해의 추가 송환, △준대사관 성격의 연락사무소 설치, △영변 핵시설의 생산 중단 및 일부 대북 유엔제재 해제, 한국과의 공동경제계획 추진 등을 담은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었다.

새로운 합의문에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두로 약속됐던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미국의 대규모 한미군사연습 중단과 같은 ‘쌍중단’과 같은 군사적 신뢰구축조치가 명문화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핵탄도미사일잠수함의 정기 방한을 약속한 「워싱턴선언」의 일부 내용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재배치를 위해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북·미 직접대화가 됐든, 핵군축 협상이 됐든 관건은 북한의 태도이다. 미 대선을 닷새 앞둔 10월 31일 ‘최신형 전략무기체계’라고 자평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시험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 로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전향적인 태도와 별개로 북한의 국제정세 판단과 입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주한미군, 연합훈련 등 재조정 여지

북미 핵군축 협상에 못지 않게 한국 안보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보이는 것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과 그와 관련된 한미동맹의 재조정 가능성이다.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머니머신(money machine, 부자)이라고 부르며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과 한국이 합의한 것을 뒤집었다고 비난하며 방위비 분담금으로 매년 100억 달러(한화 14조 원)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정부간에 체결된 행정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기존보다 5~6배 인상한 50억 달러를 요구했다가 한미 실무협상에서 5년간 매년 13%인상안 합의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한미 간에 2020~25년 국방비증가율을 반영한 인상안에 합의하였다. 한·미는 트럼프 리스크를 감안해 2026년부터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 원으로 정하고, 2027~2030년 소비자 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해 분담금 인상에 조기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를 뒤집을 경우 한미관계는 큰 파란이 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해 실시하는 정례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시작한 1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2024.8.19. 연합뉴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 파기와 대폭 인상을 압박하기 위해 북·미 대화와 연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 국가방위전략(NDS)」의 해외미군재편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 조정 가능성은 열려있다. 「국방수권법」은 22,000명 이하로 주한미군 병력을 줄일 때는 미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해 트럼프가 북핵 협상, 방위비 인상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안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상하 양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국방수권법」을 개정해 6,500명 이상으로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 대규모 한미군사연습인 프리덤 쉴드(FS), 을지 프리덤 쉴드(UFS)가 재개되었다. 그 뒤 윤석열 정부는 「워싱턴선언」(2023.4)에 따른 핵전략자산 방문 정례화, 한·미·일 안보협력네트워크의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엣지’, 유엔사 회원국의 FS, UFS 연합연습 참가 등으로 한미 군사훈련의 다국화를 추진해 왔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핵실험장 복구에 이어 ICBM 등을 시험발사하는 등 ‘쌍중단’ 합의를 파기하였다. 하지만 트럼프-김정은 직접대화로 새로운 북미 합의가 이뤄질 경우 대규모 연합군사연습의 ‘일부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몇 안 되는 성과 중의 하나로 내세웠던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도 제한을 받게 되고 만다. 더 나아가 「워싱턴선언」의 내용 일부가 수정될 경우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등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트럼프발 안보리스크가 증폭되는 것이다.

망가진 한국 외교안보 전면 고쳐야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승리 선언에서 “망가진 미국을 고쳐 놓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망가진 한국’을 고쳐 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북·미 대화가 재개되어 본격적인 핵군축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 패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자 대북 강경론을 펼쳤던 한국정부가 정작 협상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비용 총46억 달러 가운데 30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적대시하는 ‘8.15통일독트린’의 공식 폐기와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추진 등 대북정책의 근본 전환을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북·미 핵군축 협상에 대비해 북한 핵문제의 단계적‧점증적 해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한다. 또한 자체 핵무장론은 실효성도 없이 국제적 불신만 조장할 뿐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반대 입장을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주한미군 대규모 감축,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 등 트럼프 안보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해 방위산업의 강화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자주국방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하고 있는 동맹국의 안보 자율성 확대 정책에 대응해 제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조기에 실시해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환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정세의 불안정, 불확실성을 고려해 당분간 한‧미‧일, 한‧일 안보협력의 기본틀은 유지하더라도 더 이상 확대 및 강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 유엔사의 인‧태지역 통합사령부화와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은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러‧우 전쟁의 조기종식에 대비해 북‧러 접근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한‧러 관계를 악화시킬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북한군의 러-우 전쟁 파병설에 따른 살상무기 제공 등 과잉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또한 한‧중 관계 복원을 통해 북핵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한반도 정세악화를 예방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치·이념이 아닌 국익 중심의 외교를 내걸고 있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도 자신이 집권 초기부터 내걸어 왔던 ‘가치, 이념’ 중심외교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외교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전면 쇄신을 위해 그동안 이념외교, 진영외교을 기획하고 추진해 왔던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의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이다.  <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편집인 칼럼] 동키호테 불장난

● 칼럼 2024. 10. 21. 14:4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동키호테 불장난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청와대 행정관 오정은과 사업가인 한성기·장석중 등 3명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조선 아태평화위원회 소속 박충 참사관을 만난다. 이들은 박충에게 대통령 선거 직전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벌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이른바 ‘차떼기 사건’과 아들 병역의혹 등으로 고전하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돕기 위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는 상식 밖의 이적성(利敵性)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거승패에 목을 매달 정도로 다급했다 하나, 적군에게 아군을 향해 총을 쏘아달라는 제안과 거래를 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자칫 남북간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무력도발을 적에게 요청하는 충격적 발상이 청와대 직원까지 나서 ‘선거용’으로 악용됐다는 데서 비판여론이 폭발했다. 보수정권들이 민심을 돌리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온 ‘북풍’ 사건의 하나인, ‘총풍사건’(銃風事件)이었다.

앞서 전두환 군사정권 막바지에 민심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열망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당시 궁지에 몰린 정권은 1986년 10월30일 갑자기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고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려 한다며 ‘평화의 댐’ 건설계획을 터뜨렸다. 모든 매체가 동원돼 금강산댐으로 북한이 수공작전을 펼치면 서울이 완전히 잠긴다는 공포여론 조성에 나서 국민적 모금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그런데 10.30 금강산댐 발표 다음 날, 정부는 재빠르게 건국대학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헬기까지 동원해 강경진압, 1천5백여명을 연행해 그중 1천288명을 ‘용공좌경분자’로 구속하는 대규모 특공작전을 벌였다.

비현실적인 금강산댐 수공설을 퍼뜨리며 시위 학생들을 용공분자로 낙인찍은 군사정권의 반공몰이 공세로 인해, 반정부적 민주회복 투쟁은 잠시 주춤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안기부가 벌인 ‘북풍공작’의 하나였다. 하지만 그 다음해 1987년 초여름, 6.10 민주항쟁으로 직선제개헌이 쟁취되었으니, 거짓과 폭력이 결코 오래 가거나 승리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역대 군사 독재정권이 고비마다 ‘북풍’을 악용했다는 사실은,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특사에게 김정일이 “남쪽에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 군대에게 돈을 줄테니 판문점에서 중화기를 흔들어 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회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취약한 남북정권 간에 암묵적인 소위 ‘적대적 공생’의 일단을 엿볼 수도 있는 증언이다.

민주화 이후 그 속셈을 간파당해 ‘양치기 소년의 늑대’처럼 효용이 사그러든 그 북풍과 총풍이, 독재를 흉내내는 어리숙한 정권 아래서 전쟁망령으로 되살아 나는 것일까.

한국의 드론이 평양 상공에 침략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북한이 연일 펄펄뛰며 ‘끔찍한 참변’을 들먹여 위협하고 있다. 북은 특히 “한국 군부가 주범”이라면서 전방부대에 전투태세 명령까지 내려 일촉즉발의 불안을 자아낸다. 한국 국방부는 “북 정권의 종말”을 경고하며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강하게 맞받아 치지만, 드론을 보낸 주체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여 사태를 조장한다는 불신도 사고있다. 일부에서는 “윤 정권이 국정난맥의 늪을 벗어나려고 신북풍을 이용하는 게 아니나”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대북 풍선 전단살포에서 비롯돼 북이 오물풍선으로 받아치고, 대북 확성기에 북 또한 대남 확성기 대응으로 에스컬레이트 된 끝에 무인기로 강대 강 선제위협을 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에 미국의 책임도 거론했다. 한국이 ‘전작권’도 없는데 미국 용인없이 감행했겠느냐는 것이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암암리 지원한다는 CIA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드론을 한국 군이 보낸 것인지, 민간단체가 보낸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느 쪽이든 위험한 불장난 임에는 틀림없다. 만에 하나 남북간 충돌로 번져 전쟁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기싫은 민족공멸의 참상을 감당해야 한다. 혹여 정권의 치부를 가리고 곤경을 모면해 보겠다는 꼼수의 발상이라면, 나아가 충돌을 빌미로 ‘계엄’ 운운까지 노린 공작이라면, 그야말로 민족을 불구덩이 제물로 삼은 천인공노할 반민족 반인륜적 만행이고 동키호테 같은 전쟁놀음이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물론이고 이스라엘-하마스, 헤즈볼라 전쟁도 현대 첨단전쟁이 얼마나 잔학한지를 보여준다. 과거 전쟁은 나름대로 정의를 앞세운 응징과 보복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전쟁의 명분도 원칙도 불분명한데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한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매일 죽어 나가는데, 잔치를 할 수는 없다”며 수상 회견을 피했다. 그런 품격과 인간애를 지닌 노벨상 작가를 배출한 한쪽에서는 최고의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전쟁 불장난을 ‘소꿉장난’쯤으로 여기는 모리배들이 설치는 요즘 한국이다.   < 편집인 김종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