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북 공격 유도, 오물풍선 원점타격, 평양 무인기 등 '북풍' 의혹 규명 유야무야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 2024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
 


윤석열 구속기소후 12·3 내란 사태 진상규명이 소강상태인 가운데 대표적인 의혹인 '북풍 공작'이 잊혀졌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야권 주도의 '내란특검법'에서 관련 의혹이 빠진데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도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북풍 의혹의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구속된 이후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가 벽에 부닥친 상황입니다. 북풍 공작은 자칫 한반도에 군사적 재앙을 몰고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석열 등 내란세력이 비상계엄 구상·선포과정에서 북한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애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납니다. 가장 직접적인 정황으로는 '내란 기획자'로 알려진 노상원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라고 적힌 내용입니다. 비상계엄 요건을 갖추기 위해 서해 NLL에서 국지전을 기획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수첩에는 '오물 풍선' 내용도 등장하는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풍선 살포 지역을 원점 타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10월 평양 상공에서 포착된 무인기 역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습니다.

노상원 진술 거부·군 반발·'내란 특검법' 관련 의혹 제외 등 난관

이런 중대한 의혹이 밝혀지지 않은 일차적인 이유는 노상원의 진술 거부에 있습니다. 경찰이 노상원 체포 당시 확보한 60~70쪽 수첩에는 NLL 유도 외에 정치인·언론인·종교인 등을 '수거 대상'으로 적시하고 '사살'이라고 쓰인 메모도 발견됐습니다. 검경 수사과정에서 정보사가 계엄선포를 앞두고 전방에 있던 HID 북파공작원들을 판교 등 수도권에 대기시켰으며 북한 군복을 대량구매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요인암살까지 기획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북한군복을 입은 요원을 동원해 계엄에 활용하려한 게 아니냐고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노상원은 지난해 9월부터 김용현 공관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특히 계엄 직전 주말부터 당일까지 매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계엄을 총괄한 김용현과 이토록 자주 접촉했다는 건 노상원의 임무와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암시합니다. '북풍 공작'도 김용현과 노상원이 공모, 실행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노상원이 수사기관에서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는데다, 김용현도 입을 다물고 있어 검찰로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계엄 실행과정의 전체적인 그림의 한축이 비워져 있는 셈입니다.

'북풍 공작' 의혹이 당사자인 국방부의 맹렬한 반대도 진상 규명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국방부는 "정상적인 군사활동과 조치에 의혹을 제기해 안보 불안과 군의 군사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반박해왔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군은 국회와 선관위 등에 침입하는 등 내란 수행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기된 의혹의 사실여부 파악에 군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방해하는 모양새입니다. 군의 치부를 덮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의 집요한 반대도 걸림돌입니다. 당초 '북풍 공작' 의혹은 내란특검법에 포함됐지만 국민의힘과 협상 과정에서 제외됐습니다. 당시 수사 대상으로는 NLL 공격과 오물풍선, 무인기 침투 외에도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확대살포, 우크라이나 파병 주장 등 6개에 달했습니다. 대북전단이나 대북확성기 방송은 국민의힘 주장처럼 통상적인 심리전 대응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나머지는 군의 정상적인 대북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군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당사자들도 입을 다물고, 군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고, 특검이나 검찰 수사도 어렵다면 '북풍 공작' 의혹은 이대로 묻혀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재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뿐 아니라, 군에 대한 불신도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일각에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내란특검법 국회 재의결이 부결돼 야권이 재발의할 때 '북풍 공작' 의혹을 다시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윤석열이 '정권 안보' '가족 안보'를 위해 전쟁 위기까지 불사했는지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의 요구입니다.    < 오마이 이충재 기자 >

전광훈, 민주당 김민석 ‘이 XX 어떻게 해야하냐’ 폭력 선동 발언
조국혁신당 황운하 “내란잔당 재집권 시도”…진보당 “권성동 의원직 제명해야”

 
 
▲ 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이 준비한 영상 속 전광훈 목사. 사진=MBCNEWS 갈무리
 

 

야당에서 전광훈 목사, 전한길 강사와 국민의힘 소속 박수영·윤상현 의원 등의 폭력 선동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야당에서 거센 비판이 나왔다. 

 

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김 최고위원은 이들의 최근 발언 영상을 보여줬다. 전 목사가 극우집회에서 김민석 최고위원을 가리켜 “이 XX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하자 참가자들이 “죽여야 됩니다” “죽여”라고 대답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이쯤되면 광기, 특수협박”이라며 “윤석열의 내란광기가 전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이 준비한 영상을 보면 전한길 한국사 강사는 집회에서 “국민들이 헌재를 휩쓸 것이고 그 모든 책임은 불의한 재판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고, 박수영 의원은 “‘저 무도한 종북좌파 세력들 처단 좀 하십시다’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 제2의 6·25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좌파 사법 카르텔 반드시 무찔러 싸워 이겨야 합니다. 싸우자! 싸우자!”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서부지법 폭동을 선동했던 전광훈의 광화문파는 욕설과 죽여를 외치고, 속칭 여의도파의 부산집회에선 헌재를 휩쓸자는 주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맞장구가 난무했다”며 “최근 광화문파와 여의도파 상호 비난의 배경에 다단계 이권다툼이 있다는 극우 유튜버들의 분석조차 나온다. 극우는 결국 누가 더 극단적인가를 겨루는 폭력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의원과 지도부가 이런 헌정파괴 폭력선동의 숙주가 되어서야 되겠냐”며 “헌재 불복을 빌드업하다가 나라를 완전히 폭력난동으로 망칠거냐. 정신차리고 극우폭력선동과 선을 그어라”라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의 헌정질서 파괴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어제 부산 극우 집회에서 헌재를 겁박하고 휩쓸자는 전한길 극우강사 선동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호응하며 좌파 사법부 카르텔과 싸워 이기자고 선동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늘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위헌 여부) 인용 결정을 하더라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말라며 대놓고 헌법을 파괴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내란폭동을 획책한 비상계엄 해제에 불참하고 내란수괴범을 옹호하며 탄핵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헌법재판관 좌표찍기, 신상털이를 하는 국민의힘은 내란의힘을 넘어 극우의힘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조국혁신당에서도 관련 비판이 나왔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내란사태 후 정치적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극우 테러리즘, 아스팔트 우파들의 정치적 요청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다”며 “조국혁신당은 이들을 반민주·반공화정세력이자 극우파시즘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우의 탈을 쓴 내란잔당은 감히 대선을 통해 재집권을 시도하고 있다”며 “극우 파시즘 세력은 공화정 의회의 일원이 될 자격조차 없는 자들”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 판단이 나오더라도 최상목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는 권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여당의 원내대표가 어떻게 헌재 결정을 따르지 말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수 있냐”며 “우리가 언제까지 헌재를 존중해야 된다는 얘기를 귀중한 최고위원회의에서 하고 있어야 하냐”고 비판했다. 

 

진보당에서도 권성동 원내대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3일 당 대표단회의에서 “심각한 헌정질서 위반이며 노골적인 내란 선동”이라며 “이미 권성동 의원의 의원직 제명 국민동의청원이 성사요건인 5만명 서명을 훌쩍 넘겼다. 하루속히 국회 윤리특위를 구성·소집해 의원직부터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촛불문화제' '범시민대행진' 등 열려

"최상목도 내란세력의 핵심 중 핵심"
"내란 수사 방해했으니 책임 물어야"

"이번엔 8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우리 스스로 새로운 사회 만들어야"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5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 2025.2.1. 사진 이호 작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잠시 맡고 있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법에 대해 두 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막는 데 대해 민심이 폭발했다. 설 연휴 막바지 주말 광장에 몰려 나온 시민들은 최 대행에 대한 "즉각 탄핵"과 "사퇴"를 촉구했다.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주최 쪽 추산 6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5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시민들은 "내란정범 최상목을 즉각 탄핵하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막다른 궁지에 물린 내란 세력은 부질없는 총반격에 돌입했다"며 "아니나 다를까 내란대행 최상목은 내란특검을 거부하고 헌재 판사(마은혁) 추가 임명도 틀어막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자는 비상입법기구 재정 담당이었다. 내란의 핵심 중에 핵심이었다. 당장 날려야 한다"며 "더 두고 볼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5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5.2.1. 사진 이호 작가

 

또 김 대표는 "국힘당이 헌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파면 확정을 막을 수 없으니 파면 불복을 위한 명분 쌓고 파면 확정 이후 폭동 선동하려는 수작질이다. 내란세력 총집결로 대선도 어찌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하에 추악하고 몹쓸자들"이라며 "이런 정치 깡패들을 정계에서 완전히 몰아내자"고 외쳤다.

 

이길재 강원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역에서 투쟁 소식을 전했다. 그는 "강원도에는 장례 치르고 무덤에 있는 땅을 발로 꾹꾹 다지면서 부르는 회닫이 소리라는 게 있다"며 소리를 읊었다. 그는 "이승영화 십년인생 저승지옥 만년이라!"라며 "천년만년 저승지옥에 떨어질 정당 국힘당을 해산하라, 감옥에서 만년이다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외쳤다.

 

아울러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원주에서는 회닫이 소리를 부르면서 내란정당 국힘당 장례식 치렀다. 서울과 경기 촛불 국민들까지 함께 삼가 조이(Joy, 즐거움)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주갑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 사무실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내란 역적 105명 선전물에 메추리알을 던지고 살풀이,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며 "이렇게 즐겁게 싸우는데 우리가 이긴다"고 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5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5.2.1. 사진 이호 작가

 

윤석열 파면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은 "여러분들이 옆에 있는 시민들 손을 잡고 한 발 더 나가지 않으면, 더 나은 민주주의를 더 크게 꿈꾸지 않으면 언제든 대한민국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걸 이번 폭동과 내란사태에서 확인했다"며 "윤석열 내란세력을 넘어서 더 나은 민주주의, 새로운 공화국을 위한 우리 꿈을 더 크게 힘차게 앞으로 밀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그렇지 않으면 다시 누가 정권을 잡아도 우리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 있고 우리 국민들 삶은 나아지지 않고 또다시 실패한 민주주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제2의 윤석열 제3의 박근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며 "최상목 같은 관료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활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 파면 이후 세상은 한 정당, 한 정치인에 의한 게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꿈이 논의되는 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에서는 시민들의 연대를 위한 문화 공연도 열렸다. 밴드 '시나 쓰는 앨리스'는 <봄의 유예> <평화의 꿈> 노래를, 시민 이나연·염보슬 씨는 <새날> 노래 공연을 했다. '백자 밴드'는 <나는 돌멩이> <촛불함께> <탄핵이 답이다> <최상목 구지가> 등 여러 곡을 불렀다. 이밖에 개성있는 시민들의 팻말을 자랑하는 코너 등도 진행됐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5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 2025.2.1. 사진 이호 작가

 

시민들은 촛불문화제 집회를 마친 뒤, 헌재 앞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해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오후 4시부터 광화문(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주최 쪽 추산 10만 여명이 모인 가운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집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선생님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여러모로 합창단'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은 기조 연설에서 "이미 증거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변명은 비열하고 구차하다. 법 기술과 선동, 겁박으로 파면과 처벌을 면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 대행은 또다시 내란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민의힘은 자체 법안 발의 운운하며 시간 끌더니 이제는 특검이 필요 없다며 권한대행을 통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내란 범죄자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자, 국회 입법절차를 무력화하는,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했다.

 

그는 "최 대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주권자 시민의 이름으로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며 "우리는 반드시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1일 오후 광화문(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주최 9차 범시민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여는 공연을 보며 율동을 하고 있다. 2025.2.1. 사진 이호 작가

 

시민들은 "거부권이 웬말이냐 내란범을 특검하라" "내란특검 거부하는 최상목은 사퇴하라" "내란수사 방해하는 최상목은 사퇴하라" "전쟁책동 폭동선동 윤석열을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도 광장에서는 소중한 '일상의 회복'과 '차별 철폐' 등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 최원의 씨는 "소중한 일상을 위해 한 명의 소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 여의도, 남태령, 한강진, 광화문 등에서 동료시민과 연대하면서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걸 깨달았다"며 "함께하는 국민들도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동수 씨는 "여러분과 연대하기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내란세력은 여론조작하고 폭동까지 일으키고, 정당성까지 억지로 부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모략과 음모를 꾸미고 폭동을 일으킨다고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는가"라며 "민주시민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대사를 인용해 "정의의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운명"이라고 했다.

 

1일 오후 광화문(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주최 9차 범시민대행진에 참가한 단체들의 깃발. 2025.2.1. 사진 이호 작가

 

시민 황보현 씨는 극우 집회에서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도둑질을 멈춰라)이라는 구호를 쓴 데 대해 "대체 우리가 뭘 빼앗았나"라며 "윤석열 정부에 수많은 것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민경제 되살리고 붕어빵값 돌려내라" "퀴어에게 시청광장 돌려내라" "길바닥에 내팽개친 노동3권 돌려내라" "여성인권 돌려내라"라고 소리쳤다.

 

군산에서 온 박상이 씨는 군산시 가족센터에서 일하던 중 하청업체의 채용 비리와 회계 부정, 뇌물 수수 등을 군산시의회에 공익제보 했다가 해고 통보를 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박 씨는 6개월간 투쟁을 통해 어렵게 복직했지만, 다시 해직을 당했다고 한다.

 

박 씨는 "윤석열 정권 뒤 우경화된 노동위원회는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르게 판정했다. 김문수 같은 자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앉히니 안 그러겠나"라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1년 6개월 지난 지금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군산시의회는 공익제보자 보호 조례를 만들었지만, 저의 해고 이후 적용돼 전혀 구제받지 못했다"고 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9차 범시민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2025.2.1

 

그는 "천박한 노동감수성을 가진 윤석열 때문에 현장은 얼마나 어려웠느냐"며 "윤석열 파쇼 무리가 친위쿠데타를 벌이고 내전을 일으키려고 하는 등 일시적인 시련을 걷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면서 "새 사회 건설을 향해 파죽지세로 나아가자"고 외쳤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의진 씨의 어머니 임현주 씨는 "10·29 이태원 참사와 12·3 내란 사태는 서로 닮아 있다. 죄 지은 자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닌다"면서 "악행을 저지른 죄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임 씨는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이 이룩한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50년 전으로 후퇴시켰으니 그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면서, 특히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과 관련해서는 "재직할 때 일어난 참사가 한두 개가 아닌데, 사퇴하면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망언까지 했다"면서 "철저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사회 건설에 대한 열망도 이어졌다. 교육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장서은 씨는 "민주주의론 수업에서 교사가 목소리 내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목소리 내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장 씨는 "헌법을 어겨도 당당한 사람, 잘못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고 청산하는 게 민주사회를 향한 발걸음이라 생각한다"며 "세상은 교육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회가 변해야 교육이 변하고 세상이 바뀐다"고 말했다.

 

1일 오후 광화문(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주최 9차 범시민대행진. 2025.2.1. 사진 이호 작가

 

네팔에서 온 우다야 라이(이주노동자 위원장)는 한국말로 "이주노동자 노예도 기계도 아니다. 여기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 이주민들도 함께 목소리내야 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일부 혐오세력들은 외국인 혐오, 반중 혐오 정서를 조장하면서 분열시킨다"며 "이런 혐오 차별을 거부한다. 이주민 함께하는 것 당연하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는 "퇴진을 넘어 다시 만날 새로운 시대에는 이주민의 자리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이주 노동자 일하는 곳에 살아가는 공간에서 자유와 정의 기본권이 보장돼야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등이 이뤄질 것"며 "더이상 억압과 차별에 굴하지 말자"라고 호소했다.

 

박래군 사회대개혁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박근혜 탄핵 시절을 상기하며 "그 뒤에 뭐가 달라졌나. 적폐 청산은 흐지부지 됐고 끝내 윤석열 같은 자가 대통령 되는 걸 도와야했지 않느냐. 8년 전 잘못을 되풀이할 수 없다"며 "우리의 삶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달라야 한다. 망가진 민주주의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행동에서 만드는 사회대개혁안과 관련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3월엔 온오프라인 대토론회도 가질 것"이라며 "이번엔 달라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희망의 근거가 되자"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여러모로합창단 외에 '아디오스 오디오' '솔루션스' 등 밴드들도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 또 '두번째 달'과 소리꾼 오단해는 콜라보로 '어사출두' '쾌지나칭칭나네' 등 현대적으로 해석한 민요를 노래불렀다. 디제이(DJ) 루시는 행진 전 공연으로 행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출발해 보신각을 지나 명동 인근, 숭례문을 거쳐 서울광장 앞까지 행진하며 "윤석열 파면"과 "최상목 사퇴" 등을 촉구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주말 ‘윤석열 탄핵’ 10만 깃발…“소중한 이들 지키려 나왔어요”

“윤, 왜곡과 거짓말로 지지세력 선동
사법기관 흔들며 법치주의 훼손 시도”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나왔습니다. 하루빨리 봄이 오기를 바랍니다.”(밴드 솔루션스)

 

“최상목 권한대행은 또다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주권자 시민의 이름으로 최상목 대행의 사퇴를 요구합니다.”(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

 

검찰의 구속기소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형사 재판과 탄핵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 가운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주변에서 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9차)에 시민 10만여명(주최 쪽 추산)이 다시 모였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날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재차 행사한 것도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특검으로 내란 척결”,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최상목 대행 즉각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 시작을 알리며 시민들이 펼침막을 흔들며 행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이날 집회는 오후 3시30분께부터 광화문 앞 월대에서 색색의 그림과 재치있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든 500여명의 시민이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사회자는 깃발들의 이름을 20여분간 일일이 호명했다.

 

첫 발언자로 무대에 오른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은 “내란수괴 윤석열은 기소되고도 거짓말과 궤변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지지세력을 선동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게다가 공수처와 검·경, 법원, 헌법재판소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을 감행하며 법치주의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1월19일 벌어진 서부지법 폭동사건은 내란이 현재 진행형임을 증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또다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도 이제는 특검이 필요 없다고 한다. 이는 내란범죄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자 국회 입법절차 무력화하고 헌법과 민주주의 부정하는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다양한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붕어빵천원에3개협회’ 깃발을 들고 왔다는 대학생 황보현씨는 “겨울 간식의 대명사 붕어빵이 너무 비싼 것은 국가 경제의 불안정과 혼란을 보여준다. 그 뒤에는 경제에 무지한 대통령이 있었다”며 “우리가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해서 서민경제를 되살리고 붕어빵값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광장에서 퀴어 집회가 불허되고 있다“며 “퀴어에게 서울광장 돌려내라”고 외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한다는 최원의씨는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한강진에서 광화문에서 이 연대를 딛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깨닫고 있다. 아이들이 맘 놓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30대 직장인 김동수씨는 “(윤대통령 쪽은)자신들의 권력이 절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지휘와 권한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끌기 위해 대책을 돌려막기 한다”며 내란세력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열거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희생자 고 김의진씨의 어머니 임현주씨도 무대에 섰다. 임씨는 “이태원 참사와 내란 참사는 서로 닮아있다. 죄지은 자들이 얼굴을 뻔뻔하게 들고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시민들이 함께 반드시 그 죄를 물어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우다야라이는 “이주노동자들은 그동안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일이 많았는데, 12·3 비상계엄 선포를 보며 그런 일 더 많아질까 두려워했다”며 “이주노동자는 기계도 노예도 아니다. 광장에 이주민들이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이다. 다시 만날 새로운 세계에는 이주민의 자리가 동등하게 있어야 한다”고 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시민들의 발언 사이 공연이 이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으로 구성된 여러모로합창단이 집회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올라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가지요’ 를 불렀고, 아디오스 오디오, 솔루션스도 시민의 안부를 물으며 공연했다. 두번째달X오단해가 부르는 ‘쾌지나칭칭나네’에 맞춰 깃발과 손팻말이 경쾌하게 흔들렸다.

 

밴드 솔루션스는 무대에서 “얼마 전 불법 계엄이 시도됐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행복하게 음악 하는 나라 만들고 싶다’고 했던 시민 발언을 기억한다. 나라를 지켜온 것은 거창한 애국심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소중한 마음이다.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안국역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 한겨레 고경태 기자 >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연 9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수의를 입은 윤석열 대통령 인형이 등장했다. ⓒ 권우성관련사진보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 응원봉, 깃발 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암행어사 출두야! 출두야! 출두야! 윤석열을 파면 하랍신다!"

밴드 두번째달의 연주와 국악인 오단해씨의 '어사출두' 소리에 광화문과 경복궁역 사이를 메운 시민들이 "윤석열 파면" 구호로 화답했다. 두번째달 소속 김현보씨는 "그동안 외쳤던 구호들을 되짚어 봤다"며 "비상계엄 해제하라, 탄핵가결 투표하라, 윤석열을 즉각 구속하라. 한 발 한 발 여기까지 왔고 한 단계 더 오르기 위해 구호를 외친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아래 비상행동)이 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9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했다. 집회에 모인 이들(주최 측 추산 연인원 10만 명)은 윤 대통령, 국민의힘 등의 헌법재판소 공격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내란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집회에 앞서 각양각색의 깃발을 든 채 모인 참석자들은 광화문에서 경복궁역 쪽으로 행진했고, 응원봉을 든 이들은 "퇴진 퇴진 윤석열 퇴진", "특검 특검 내란범 특검", "해체 해체 국힘당 해체"를 노래에 맞춰 외쳤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다양한 깃발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배트맨 복장을 한 시민이 '박근혜를 탄핵시켜본 사람들' 깃발을 들고 있다. ⓒ 권우성


[탄핵집회] "내란특검법 거부, 헌법·민주주의 부정"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포고령에 담겼던 처단이란 단어는 독재권력에 대한 윤석열의 의지와 열망을 상징한다. 헌정질서와 인권을 부정하고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독재의 야욕이 비상계엄이고 포고령이었는데 이것이 내란이 아니고 무엇이겠나"라며 "이미 증거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변명은 정말 비열하고 구차하다. 법 기술과 선동, 그리고 겁박으로 파면과 처벌을 면하려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또다시 내란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자체 법안 발의를 운운하며 시간을 끌더니 이제는 특검이 필요 없다며 권한대행을 통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라며 "이는 내란범죄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자 국회 입법 절차를 무력화하는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주권자 시민의 이름으로 최상목 권한대행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옹호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민의 안위, 민생, 헌법질서 회복은 안중에도 없다"라며 "(국민의힘은) 거짓말과 궤변으로 내란을 옹호하고 판사와 헌법재판관을 공격하고 있다. 가짜 조작 정보로 시민들을 갈라치고 있다. 위헌·위법 정당 국민의힘과 극우·혐오·선동 정치를 시민의 힘으로 끝장내자"라고 덧붙였다.

'붕어빵 3개에 천원 연합' 깃발을 들고 집회를 찾은 황보현씨도 무대에 올라 "겨울 서민 간식의 대명사인 붕어빵 가격이 너무 올랐다. 우리 시장의 물가 모두가 올랐다"라며 "그 범인은 바로 경제에 무지한 대통령 윤석열이다. 우리가 윤석열을 반드시 탄핵해 경제를 안정시키고 서민 물가를 돌려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노동자, 여성, 장애인, 청소년, 청년, 노인, 동덕여대 학생, 이태원 참사 희생자 등을 차례로 언급한 황씨는 "(윤석열 정부에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겼다. 끝까지 연대하고 싸우겠다. 윤석열을 탄핵하고 민주주의 돌려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9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 권우성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 응원봉, 깃발 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 응원봉, 깃발 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법꾸라지 쇼, 절대 용서 못해"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원의씨는 "저는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한강진에서, 광화문에서 깨달았다. 동료 시민들과 함께 연대해야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깨닫고 있다"라며 "이러한 소중한 일상을 살다 보면 저도 언젠가 아이들이 마음 놓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박봉과 야근이 당연한 이 업계에서 애정과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보통 전방 지역이라 불리는 경기 북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아니면 나라가 무너질 줄 알고, 여성 의원이 목소리를 내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고 자랐다"라며 "(저와 비슷하게 자란) 우리의 뿌리는 연약할지언정, 우리는 뿌리를 키워 아름드리나무를 키울 것이다. 그리하여 삼천리 금수강산을 우리가 물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에서 홀로 올라온 30대 직장인'이라고 말한 김동수씨는 "내란 세력이 모략과 음모를 꾸미고 폭동을 일으킨들 손바닥으로 우리라는 하늘을 가릴 수 있겠나"라며 "이들의 만행은 속속 드러나고 있고 머지않아 대가를 치를 것이다. 내란 세력들은 운명에 의해 패배할 것이다. 왜냐면 정의의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족 임현주(고 김의진씨 어머니)씨는 "10.29 이태원 참사와 12.3 내란 사태는 서로 닮았다. 죄 지은 자가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닌다. 악행을 저지른 죄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라며 "이태원 참사의 윤석열과 이상민, 내란 사태의 윤석열과 김용현이 국민을 우롱하는 법꾸라지 쇼를 보여주고 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품격을 추락시키는 행태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아들의 장례식을 치를 수 없어서 우리의 삶이 장례식이 됐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태원 159명의 별들과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라며 "그들이 꿈꿨던 아름답고 가치 있는 미래가 가족들과 지혜로운 민주시민의 삶 속에서 열매 맺기를 간절히 소원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촛불행동도 광화문 쪽으로 이동해 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했다. 윤석열 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이화여대 총학생회, 동덕여대 총학생회, 전국교육대학생연합도 오후 2시 30분 광화문 앞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지금 당장 파면하라' 시국대회를 연 뒤 비상행동 집회에 동참했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 대통령) 구속기소 소식으로 설 연휴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제 무엇이 남았나. 윤석열 파면까지 최고 속도로 달려야 한다"라며 "내란 대행 최상목이 결국 내란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본인을 향한 특검이 될까봐 거부한 게 아니겠나. 압도적인 국민들의 투쟁의 힘으로 제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국민들은 목숨 걸고 계엄군을 막았고 사생결단의 의지로 내란 일당들과 싸우고 있다"라며 "특검을 방해하고 내란 진압을 방해하는 최상목을 즉시 탄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극우집회]  참석자 일부 또 폭력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주장하는 극우 집회 참석자들이 1일 오후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있다. 이들은 집회 장소인 광화문광장을 벗어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측 집회 장소로 이동해 야유 등을 보냈고, 경찰은 이들을 제지했다. ⓒ 소중한


한편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주장하는 극우 집회도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에서 열렸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윤석열 만세", "우리가 이겼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신고된 집회 장소에서 벗어나 광화문 쪽으로 이동했고,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이들이 바리케이드 반대편 집회 참석자들을 조롱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자, 경찰은 "여러분의 집회 장소는 여기가 아닙니다. 신고한 집회 장소로 돌아가세요"라고 경고 방송을 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은 피켓 등으로 경찰을 폭행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주장하는 극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1일 오후 경찰에 의해 집회 외 장소로의 이동을 제지받고 있다. 이들은 집회 장소인 광화문광장을 벗어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측 집회 장소로 이동해 야유 등을 보냈고, 경찰은 이들을 제지했다. ⓒ 소중한

 

권영세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 민주당 “극우 유튜버처럼 헌재 모욕” 
헌재 공보관 “정치권과 언론에서 탄핵 심판의 본질 왜곡” 유감 
이 와중에 조선일보 “헌재, 민주당에 ‘탄핵 폭주 허가증’ 준 것”

 
 
▲헌법재판소 깃발. ⓒ연합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자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난 과거 행적들과 특정 정치세력과의 특수 관계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치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를 국민들께서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재명 대표와의 사적 친분과 함께, 불분명한 국가관과 편향적 언행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선 재판관은 동생이 대통령 퇴진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국민의힘은 원내대표까지 나서 극우 유튜버처럼 헌법재판관의 10여 년 전 SNS 글을 파내고 가족을 들먹이며 헌법재판소를 모욕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재판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결국 헌재 결정에 불복할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의힘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사회적 합의로 어렵게 만들어진 헌법기관을 흔드는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도 대응에 나섰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 되는지와 그 위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법부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보수신문 사설도 등장했다. 동아일보는 2월1일 사설 <與 헌법재판관 공격, 도를 넘었다>에서 “(국힘 주장대로) 진보 성향 재판관 3명을 심판에서 배제하자는 것은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논리라면 윤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여당이 추천한 재판관도 제척·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참여해야 하는 탄핵 심판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헌법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에 각각 3명의 재판관을 임명·지명·선출할 권한을 준 것은 헌재의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서다. 탄핵, 정당 해산 등 정치적 사건들을 담당하는 헌재의 특성상 재판관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설계한 것”이라며 “헌재에는 보수-중도-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늘 혼재돼 있었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나아가 “여당에서 주장하는 진보 성향 재판관들의 신상 문제도 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다. 문형배 권한대행이 법적 판단에 장애가 될 만큼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라는 점은 확인된 바 없다. 이미선 재판관의 동생이 민변 산하 윤석열퇴진특위 부위원장이라는 점도 제척이나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여당이 재판관들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을 쏟아내는 것은 탄핵 심판 보이콧이나 불복까지 염두에 둔 여론전으로 비칠 뿐이다. 헌재에 대한 불신을 자극해 혼란과 분열이 더욱 가중된다면 그 책임은 여당 몫”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헌재를 흔드는 사설도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2월1일 사설 <방통위 수장 겨냥한 네 번째 탄핵안이 남용 아니라니>에서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도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탄핵소추는) 오로지 야당을 적극 지원해 주는 MBC 지휘부를 사수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무슨 헌법 수호 목적이 있겠나. 이런 탄핵이 남용이 아니라는 헌재 판단은 상식 밖”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판단이 “민주당에 ‘탄핵 폭주 허가증’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틀었다.

 

조선일보는 헌재가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의 위헌 여부를 3일 선고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헌재 내 진보파가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이려고 마 후보 임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면서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오해받을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왔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한국사 강사 전한길 “계엄령=계몽령”…음모론 이어 또 망언

부산 윤석열 탄핵 반대 기도회 참석

 
 
           ‘꽃보다전한길’ 유튜브 채널 중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 영상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 모두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법과 질서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계몽령’이다.”

 

1일 오후 3시26분께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 개신교 쪽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인 ‘구국기도회’에 참석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이렇게 주장했다. 그의 말에 부산역 광장에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 1만3천여명(경찰 추산)이 소리를 지르며 손뼉 쳤다.

 

“저는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고 운을 뗀 전씨는 “윤 대통령을 다시 직무에 복귀시키고,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는 애국심 하나로 이렇게 100만명이 모였다. 오늘은 침몰 직전 대한민국을 살려낸 역사적인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불법 수사와 체포, 서부지법의 불법 영장으로 억울하게 갇힌 윤 대통령을 석방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고 했다. 

 

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종교단체가 주최한 ‘구국기도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전씨는 또 “계엄으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29차례 탄핵,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행정부를 마비시킨 야당의 실체를 국민이 봤다. 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의 내란이 아니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행정부와 국가 시스템을 모두 마비시키는 자는 거대 야당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폭압적이고 비합법적 방법으로 탄핵당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10만명의 유명 한국사 강사인 전씨는 지난달 19일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등 극우 세력 주장을 지지하는 여러 행태를 보여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종교단체가 주최한 ‘구국기도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김영동 기자

 

집회에 참석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수영구)은 “오늘 이 자리에서 대구, 부산 시민들이 모인 열기를 보니 대통령께서 돌아올 것 같다. 부산이 지켜야 한다. 지금 제2의 6·25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부산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산역 광장 곳곳에 경력 320명을 배치해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집회는 이날 오후 5시께 끝났다.            < 한겨레 김영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