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식 회담' 수용…대통령실도 "환영" 밝혀

이르면 28일 회담 가능성도…형식은 오찬·차담 등 일단 거론

 

윤석열 대통령 - 이재명 대표 회담 (PG) [강민지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의제 협상 난항으로 일정을 좀처럼 잡지 못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회담이 26일 성사되는 쪽으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가 의제부터 먼저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을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면서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제안한 사전 조율 없는 자유 형식의 회담을 전폭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그간 두차례 실무 회동에서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 문제를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으나 이 대표는 이날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오랜만의 영수회담으로, 의제를 정리하고 미리 상의해야 하는데 그거조차도 녹록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복잡한 의제가 미리 정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리하는 데 시간 보내는 게 아쉬워서 신속하게 만날 계획을 잡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5일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회담 준비를 위한 2차 실무 회동을 열었으나 의제 조율을 하지 못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각오로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발언이 있은 지 약 40분 만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 환영 입장을 밝히며 "일정 등 확정을 위한 실무 협의에 바로 착수하겠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의 후 두 차례 열린 실무회동에서 대통령실은 사전 의제 조율이 필요 없는 자유형식 회담을, 민주당은 의제 사전 조율을 주장하며 평행선만 그렸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이 대표가 이날 의제 조율 문제라는 한 고비를 넘어서면서 양측은 곧바로 이날 오전 중 비공개로 3차 실무회동을 하고 회담 일정과 형식을 정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1비서관이, 민주당에서는 천준호 대표비서실장·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대통령실은 회담 시점에 대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와 통화하며 회담을 제안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만큼, 회담이 조속히 열리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역시 지체 없이 일정을 잡자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르면 28일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권혁기 당 대표 정무기획실장은 최고위원회의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천준호 비서실장이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오늘 오전 중 3차 준비 실무회동을 갖자고 제안했고, 오전 중 3차 실무회동이 진행될 것"이라며 "회동 결과는 오후 2시 각각 브리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권 실장은 이날 3차 실무회동에서 날짜와 회담 방식을 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래야겠다"라고 답했다.

일단 회담 형식과 관련해선 오찬이나 차담 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측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회담을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었으나 이후 오찬과 차담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회담 자체에 의의를 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 중요하다"며 "2년 만에 회담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고, 그 자체가 변화"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어려운 시기에 민생을 돌아봐 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모두 받아들여서 회담이 성사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통 큰 결단'을 한 만큼 대통령실이 전향적으로 나와 회담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대통령실이 원하는 것을 다 수용해서 회담에 응한다고 했으니 3차 실무협의에선 대통령실이 전향적 자세로 나와서 사전 조율이 잘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성과 없는 회담이 돼선 안 된다는 실무진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민생 회복의 골든타임을 고려해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통 큰 결단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도 전향적 태도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합= 정아란 설승은 한주홍 기자 >

선제 실점에 후반 이영준 퇴장 수적 열세…

연장까지 2-2, 승부차기 10-11

'준비기간 2년 6개월여' 황선홍, 신태용과 지략대결서 참패

파리행 좌절로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무산

                    파리행 좌절된 한국 축구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선홍호가 신태용호 인도네시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업 달성에 실패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2-2 무승부에 그치고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서 1∼3위에는 파리행 직행 티켓을 얻고, 4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 여부를 가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 본선 무대에 올랐던 한국은 이날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황선홍호 선수들은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도전도 해보지 못하게 됐다.

2021년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더불어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 감독은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며 지도자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돌파 시도하는 홍윤상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한국 홍윤상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U-23 대표팀 간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A대표팀 성적만으로 매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인도네시아는 134위로 23위인 한국보다 111계단이나 아래에 있다.

2017∼2018년 한국 A대표팀을 이끌었으며 2020년부터는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지휘해온 신태용 감독은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거함'을 침몰시키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이날 경기에 앞서 신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맺으며 힘을 실어줬다.

인도네시아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과 마찬가지로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다.

조현택(김천)과 이강희(경남), 변준수(광주)가 스리백을 구성했고 골키퍼 장갑은 백종범(서울)이 꼈다.

돌파 시도하는 정상빈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한국 정상빈이 인도네시아 선수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좌우 윙백으로는 이태석(서울)과 황재원(대구)과 나섰고 중원에는 백상훈(서울)과 김동진(포항)이 배치됐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이영준(김천)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가운데 엄지성(광주)과 강성진(서울), 홍시후(인천)가 스리톱 공격진을 형성했다.

황선홍호는 예상과 다르게 시작부터 인도네시아에 크게 밀렸다.

전반전 점유율에서 48%-52%로 뒤졌고, 슈팅 수에서 1-7, 유효슈팅 수에서도 0-3으로 열세를 보였다.

한국은 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이강희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이 골망 흔들면서 앞서나가는 듯했으나 주심이 비디오판독(VAR) 온필드리뷰를 한 결과 앞서 한국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으로 확인돼 득점이 취소됐다.

정상빈, 극적 동점골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한국 정상빈이 2-2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후 계속 밀리던 한국은 전반 15분 만에 라파엘 스트라위크가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때린 중거리 슛에 선제골을 내줬다.

이번 대회 첫 실점을 내준 한국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전반 32분 마르셀리노 퍼디난이 스트라위크와 공을 주고받으며 골 지역 정면까지 파고들어 와 때린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로 동점골을 넣는 행운을 누렸다.

엄지성이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한 것이 인도네시아 수비수 코망 테구의 머리와 골키퍼 에르난도 아리의 손을 차례로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겨우 한숨 돌리는 듯했던 한국은 불과 3분 뒤 스트라위크에게 수비진 실책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후방에서 한 번에 넘어온 공을 이강희와 백종범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으나 호흡이 맞지 않았고, 결국 스트라위크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헤더 시도하는 변준수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8강전 경기. 한국 변준수가 헤더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4.4.26 [대한축구협회 제공]

패배 위기에 몰린 황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 3장을 쓰며 공격적인 방향으로 큰 폭의 변화를 줬다.

홍시후, 이태석, 김동진이 빠지고 이영준, 정상빈(미네소타), 강상윤(수원FC)이 투입됐다.

이후 공세의 수위를 높이며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던 한국은 이영준의 퇴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상대 센터백 저스틴 허브너와 계속 신경전을 벌이던 이영준이 경합하던 허브너의 발목을 걷어찼다.

처음에 경고를 줬던 주심은 온필드리뷰를 하더니 후반 25분 레드카드로 고쳐 들었고, 한국은 수적 열세에 놓였다.

황 감독은 후반 30분에는 엄지성 대신 홍윤상(포항), 35분에는 강성진 대신 장시영(울산)을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한국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상대 진영을 몰아치더니 후반 39분 정상빈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2-2를 만들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역습 상황에서 홍윤상이 정상빈에게 패스했고, 정상빈은 골 지역 왼쪽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슈팅해 골대를 갈랐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도전하는 황선홍 감독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에 앞서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2024.4.26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에는 황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겹악재까지 찾아왔다.

연장 후반부터 한국은 처절하게 '두 줄 수비'를 펼쳤고,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양 팀 모두 6번 키커만 나란히 실패했을 뿐 모두가 승부차기에 성공해 나갔고, 12번 키커까지 페널티스폿에 서야 했다.

한국의 12번 키커 이강희의 슛이 골키퍼에게 막혔고, K리그1 수원FC에서 뛰는 인도네시아 측면 수비수 아르한의 마지막 슈팅이 오른쪽 골대에 꽂히면서 한국의 파리행 불발이 확정됐다. < 연합뉴스=안홍석 기자 >

이재명 대표 “특검법 수용해 국민명령 따라야”
의제조율에 시간 걸려…일정 다음주로 넘어가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3월21일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첫 일대일 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여당을 향해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다.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하는 과정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관여한 정황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서 드러나자 직접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생 의제와 더불어 채 상병 특검이 ‘윤-이 회담’의 최대 화두가 됐다.

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하던 당일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특검법 통과를 해서 반드시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검법을 수용해서 국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 3명 중 2명이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을 반드시 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회담을 제의한 뒤 이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을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회의에서 “우리 정치가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민생’으로 화답했는데, 이틀 만에 채 상병 특검을 특정해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쪽은 25일 의제 조율을 위한 2차 실무협상에 나선다. 사전 협의에 시간이 걸리면서 ‘윤-이 회담’은 다음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자를 야당이 추천하도록 한 내용 등을 ‘독소조항’이라며 채 상병 특검에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 쪽 인사들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진 상황에서 채 상병 특검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이라며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 민심의 요구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 반대 뒤 대통령 거부권 행사’ 패턴이 반복돼온 상황에서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 수사로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법 수용에 부정적인 기류다. 하지만 총선 참패로 특검 거부 명분이 더 약해진데다, 겨우 시작되려는 협치 분위기가 어그러지는 것 또한 부담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금 입장을 밝히는 건 협의를 위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25일 2차 준비회동에서 민주당에 입장을 전하겠다”고 했다. < 강재구 장나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