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십번, 수천번 되풀이한 증언의 무게는 역사 속에 남을 것”

“언니야 잘 갔제? 다들 이렇게 우리 응원하고 있는데 잘 될 거야. 젊은 사람들이 꼭 사과 받아낼 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우리 항상 봐주고 도와줘야 해. 알았제?”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 장소 한편에 마련된 이옥선 할머니의 추모 장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로 활동했던 이옥선 할머니가 3일 전 세상을 떠나고 맞이한 수요시위는 이날로 1700회에 이르렀다.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주간집회는 32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추모 장소가 된 이곳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할머니의 영면을 기원하는 꽃들이 쌓였다.
이날 집회는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일본정부의 사과는 단지 배상이 아니라 폭력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임을 이옥선 할머니를 통해 배웠다”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십번, 수천번 되풀이한 증언의 무게는 역사 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다음 대통령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은 점점 늙어 가고 있다. 다음에 대통령이 되는 분은 위안부 문제를 제일 먼저 해결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시민들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하라!”, “국회는 조속히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 보호법을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 해결을 촉구했다.

대통령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법이 있지 않나.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모욕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며 “일본의 사죄도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본의 사과와 그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해낼 것”이라 말했다.
한편 시위장소 건너편 인도에선 이날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수요시위 반대단체가 집회를 열고 시위 내내 고성과 함께 할머니들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다. 발언 중에도 고성이 이어지자 권 후보는 “전쟁범죄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당신들은 양심을 가진 인간이 맞나”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를 주최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극우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국회는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즉각 개정해 할머니들이 2차 가해로 고통받지 않게 해야 한다”며 “할머니들의 뜻을 이어받아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 정봉비 박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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