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육성 생생한데 김영철 검사 무혐의 처분


소환조사는 물론 휴대폰‧카톡 내역도 조사 안 해
공수처 부장검사 송창진, 김영철과 연수원 동기
검찰 특수통 출신에 윤석열과 근무연 있는 '친윤'

이종호 변호인 전력에도 직무회피 늑장 신청해
이재명 테러 현장 '황당 물청소' 경찰에도 면죄부

김건희 명품백 사건도 맡다 최근 공수처에 사표
껄끄러운 수사 접고 김영철에 마지막 선물 줬나

 

시민언론 뉴탐사가 보도한 '장시호 녹취록' 관련 영상 중 갈무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재판 등에서 검찰과 거래했던 정황을 육성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장시호 녹취록'이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무기력한 수사 끝에 사실상 사건을 덮고 말았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 송창진)는 장시호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허위 증언 연습을 시킨 의혹 등을 받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모해위증교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했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20일 언론 공지를 통해 "모해위증교사 등 혐의로 고발된 김 검사와 관련해 19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고만 밝혔을 뿐, 무혐의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장시호 녹취록'은 장 씨가 가까운 지인과 통화하면서 털어놓았던 얘기들을 해당 지인이 녹음해 갖고 있던 것으로 2년치 녹음 파일이 1300여 개에 달한다. 이 녹취록에는 수사 검사가 수감 중인 피의자를 상대로 어떻게 회유 작업을 벌이며 증언을 압박하고 뒷거래를 하는지에 관한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유' 의혹 제기와 맞물려 검찰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장 씨가 '오빠' 또는 '김스타'라고 불렀던 김영철 검사는 장 씨에게 구형량을 미리 알려주고 증언 연습을 시킨 정황 외에도 내밀한 사적 관계 속에서 ▲본인의 인사 이동 내용을 법무부 공식 발표 8일 전에 알려주고 ▲장 씨로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에 관한 제보를 받고 대신 장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금 횡령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겠다고 했으며 ▲검사 사무실에서 장 씨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해줬다는 의혹 등을 받았다. ☞ '장시호 녹취록' 일파만파…이재명 "검사인가 깡패인가" ☞ 장시호가 김영철 검사에게 사과? 거짓 의혹 증폭 ☞ "이재용 불면 나는 봐준대"…장시호‧김영철 거래 의혹

 

시민언론 뉴탐사가 보도한 '장시호 녹취록' 관련 영상 중 갈무리
시민언론 뉴탐사가 보도한 '장시호 녹취록' 관련 영상 중 갈무리
 

그럼에도 공수처가 고발 6개월 만에 대뜸 김영철 검사에게 면죄부를 주자 야권에서는 봐주기로 작정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공수처는 김영철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 장시호 씨와의 휴대폰 통화, 카톡과 텔레그램 메시지 내역 등에 대한 기본적인 증거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빠 검사 김영철을 공수처 동기 검사 송창진이 공수처 사표를 내면서 시원하게 무혐의로 봐줬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검사가 검사했네. ♡33기 동기 사랑♡"이라고 비꼬았다.

김영철 검사를 무혐의 처분한 공수처 수사2부 송창진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33기로 김 검사와 동기다. 과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대검찰청 중수부 등에서 근무한 특수통이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서 일할 때 부산저축은행 합동수사단에서 함께 근무했고, 윤 대통령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할 때도 특수부에서 함께 일한 이력이 있는 '친윤'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찐윤'으로 통하는 김영철 검사와 여러모로 코드가 맞는 것이다.

송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 때문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주가조작에 쓰인 김건희 씨 계좌를 직접 관리했으며 작전세력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돼 1·2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해병대 출신인 이 전 대표는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면서 '임성근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그럼에도 송 부장검사는 지난 7월 공수처 차장 직무대행으로서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직무회피를 늑장 신청했다. 결국 공수처는 송 부장검사를 이 사건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영상. 경찰이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발생 직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현장을 물청소하고 있는 모습. 2023.1.15. 델리민주 갈무리
 

송 부장검사는 또 지난 8월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서 살인미수 테러를 당했을 때 피가 흥건한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재빨리 물청소를 해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됐던 우철문 전 부산경찰청장과 옥영미 전 부산강서경찰서장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측은 "현장 보존은 범죄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 원칙인데 윗선 지시 없이 현장 경찰이 야당 대표 테러 현장을 물청소했다는 건 절대 납득할 수 없다"며 공수처 결정에 강력 반발했었다.

그렇게 미심쩍은 행보를 보이던 송 부장검사는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공수처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2월 공수처에 합류해 임기가 2026년 2월까지인데 불과 1년 9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송 부장검사가 공수처를 떠나기 직전 작심하고 김영철 검사에게 마지막 '선물'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공수처 수사2부는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도 맡고 있었는데 부장검사가 돌연 사표를 내는 바람에 수사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 부장검사에 앞서 디올백 사건 주임검사를 맡고 있던 같은 수사2부 김상천 검사도 지난달 말 퇴직했기 때문에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친윤'인 송 부장검사는 김건희 씨나 김영철 검사 수사를 밀어붙이기도 곤란하고, 친정인 검찰의 대항마 격인 공수처에서 계속 근무하기가 이래저래 껄끄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시호 씨와 김영철 검사가 2020년 10월 25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KPI뉴스
 

이 같은 송 부장검사의 행태를 두고 관련 시민단체 및 야권에서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 김영철 검사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 절차를 밟기로 하는 등 진실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김영철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던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는 검찰 2중대인가. 공수처의 노골적인 김영철 검사 구하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김영철 검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수사 의지가 얼마나 없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그래도 김영철 검사는 코바나 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도이치 파이낸셜 저가 매입 사건,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뇌물성 전세권 설정 사건 등 김건희 여사가 고발된 비리 의혹 사건들에 한날한시 땡처리하듯이 면죄부를 줬다. 윤석열 처가의 호위 검사로 알려질 정도로 충성파"라며 "그런 김영철 검사를 도이치모터스 사건 공범 이종호의 변호인이었던 송창진 부장검사가 자신의 '사직 선물' 개념으로 불기소하고 공수처를 떠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김영철과 장시호 간의 부적절한 소통을 입증하는 어떠한 형태의 통신 증거 하나도 확보하지 않은 채 오로지 김영철 검사의 일방적인 변명만 믿고 1000개가 넘는 장시호와 지인 간의 통화 녹취가 전부 거짓말이라는 논리로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면서 "현직 검사와 피의자의 부적절한 사적 관계를 넘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검찰이 바라는 방향으로 수사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자행한 법정 증언 사전 연습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고발인으로서 법원에 재정 신청을 통한 이의제기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 관련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전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김승원·서영교·이성윤·박규택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김영철 검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면서 2022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윤석열-김건희 사단의 핵심 인물"이라며 "김영철 검사가 수사를 담당하기 이전의 수사 부서에서는 대가성이 입증되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음에도 소환조사, 압수수색, 강제조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채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쥐어줬다"고 직격했다.

이어 "그런 김영철 검사를 또 다시 봐주기한 송창진 부장검사도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김영철 검사가 김건희 여사를 봐주고, 이런 김영철 검사를 송창진 검사가 봐주는 '끼리끼리' 봐주기 행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애쓰는 검찰과, 이를 묵인하며 또다시 면죄부를 쥐어준 공수처에게 경고한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계속 남용한다면 탄핵에 이르는 명백한 직무유기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영교 의원은 별도로 발언에 나서 "정말 황당한 결정이다. 어떻게 김영철 검사를 무혐의 처분할 수가 있느냐"며 "김영철 검사와 장시호 씨가 서로 주고받은 카카오 대화는 뭔가? 장시호 씨가 김영철 검사를 오빠라고 부른 내용은 뭔가? 이와 관련해 김영철 검사는 한마디도 해명하지 못했다"고 어이없어했다. 아울러 "김영철 검사는 (구치소에 수감된) 장시호 씨를 크리스마스에도, 일요일에도, 토요일에도 수십 번을 불러냈다"면서 "우리는 재정신청으로 이의제기를 하고 또다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 그래서 검사들 간의 불법을 온 세상에 낱낱이 밝히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확언했다.

 

23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의원이 '모해위증교사' 의혹 장시호 씨에 대한 구치소 출입기록을 제시하고 있다. 2024.8.23. 연합
 

반면 김영철 검사는 지난 5월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21년 검사 인생을 모두 걸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 대낮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허위 사실을 선정적으로 이용해 악의적인 음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보도 내용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그러면서 ▲장 씨를 외부에서 만나거나 장 씨에게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연락한 적이 없고 ▲질문지와 답변 내용을 주며 '법정에서 암기해 증언하라'고 한 사실이 없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과 장 씨를 대질 조사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김 검사는 관련 보도를 한 시민언론 뉴탐사 강진구 기자와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하고 서울중앙지법에 총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민주당 검독위, 〈워치독〉 보도 관련 긴급 기자회견


"유죄 정해놓고 증거도 안 줘…검찰은 사냥 멈추라"
"법원도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 통해 잘못 바로잡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 등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판결 관련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2024.11.17. 연합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이하 검독위)는 22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 박근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성남시를 압박한 문건이 확인됐음에도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 데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명백한 오판"이라며 "향후 재판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독위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인 성남시 압박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워치독>은 오전 「"협조 안하면 문책" 이재명 압박 총리실 문건 확인」이라는 제하의 단독 보도를 통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총리실,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을 위해 수십 차례 회의를 갖고 전방위적으로 성남시를 압박한 문건들을 공개했다. 또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이 대표의 국정감사장 발언 배경을 입증하는 박근혜 정부 총리실의 '공직복무관리업무지침' 문건도 밝혀냈다. 해당 문건에는 이 대표가 결심 공판에서 말한 '인적 문책'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독위는 "▲국무총리실(2013~2015년) 공직복무관리지침 "인적문책 병행" 하달 ▲2013년 3월 22일 SBS "공공기관 부지 헐값 매각 투기 세력 우려(이재명 시장 인터뷰)" 보도 ▲대통령 주재 종전 부동산 미(未) 매각기관 점검 회의 총 35회 ▲국토부가 성남시에 부동산 매각에 협조 요구 공문 6차례 발송 등 박근혜 정부의 중앙부처가 성남시를 압박한 명백한 증거 자료들에 대해 재판부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이 대표와 변호인들이 제시한 증거들을 외면한 채 검찰의 입맛에 맞는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협박을 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명백한 오판"이라고 말했다.

검독위는 "유죄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수사와 기소, 이것은 말 그대로 '사냥'이다. 검찰은 파렴치하게도 국토부 공문 등을 압수해서 가지고 있으면서 증거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호인들이 어렵게 찾아서 증거로 제출했다"며 "검찰이 백현동 배임 사건을 기소하고도 1년째 사건기록을 안 주고 버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검찰이 해치고 싶은 상대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인 헌법 질서를 맘대로 파괴해도 된다는 식의 범죄적 행태"라며 "정치검찰은 무도한 사냥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 법원은 향후 재판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문 전문.

민주당 사법정의 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문

2024. 11. 22.(금) 14:40,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 "협조 안 하면 문책" 압박, 총리실 문건 등 확인

■ 이재명 대표 공선법 1심 재판부, 대통령 주재 회의 등 중요한 증거와 사실 판단 안 해

■ 검찰이 찍어 기소하고 재판부가 걸러주지 못하면 살아남을 정치인 누가 있겠는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34부는 이재명 대표 공선법 1심에서 중요한 증거와 사실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2021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발언 배경을 입증하는 박근혜 정부 총리실 회의 문건이 확인됐습니다.

또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매각 건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청와대 회의(2014년 3월 12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사생결단하고 (규제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생결단' 발언 직전인 2014년 2월 21일과 28일 국토부와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로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관련 회의가 두 차례 열렸고, 2013년 7월 11일~9월 6일 사이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건 등이 다뤄진 정부부처 회의(대통령 주재 회의 포함)'가 무려 35회나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압박 문건과 직무유기 문책 압박'의 배경으로 볼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 움직임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박근혜 정부 총리실, "인적 문책" 지침 하달

 2013~2015년 국무총리 지시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문건을 보면,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은 매년 초 '중점 추진사항'으로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추진실태'를 강조했습니다.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국무총리 지시 1호'로 내린 업무지침에는 "새 정부 140대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중 추진이 부진한 과제는 실태를 점검해 원인분석 및 개선조치를 하라"는 내용과 함께 "부진원인 분석에 따라 시책·제도의 보완방안 마련과 함께 인적 문책(직무태만, 무사안일 등) 병행"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문구는 2014년 1월, 2015년 1월 총리실 복무 지침 문건에서도 확인되는데, 특히 2015년에는 "국정 성과를 저해할 경우 실태점검 후 조치하라"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서 '협박'이라는 표현에 대해 "(박근혜 정부) 총리실에서 연초에 국책사업에 협조 안 하면 '인적 문책'한다,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등의 공문을 보내 직원들이 회람했다"며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하더라 표현한 것이지, 구체적인 얘길 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국무총리실(2013~2015년) 공직복무관리지침 "인적문책 병행" 하달, 2013. 3. 22. SBS "공공기관 부지 헐값 매각 투기 세력 우려(이재명 시장 인터뷰)" 보도, 대통령 주재 종전 부동산 미(未) 매각기관 점검 회의 총 35회, 국토부가 성남시에 부동산 매각에 협조 요구 공문 6차례 발송 등 박근혜 정부의 중앙부처가 성남시를 압박한 명백한 증거 자료들에 대해 재판부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와 변호인들이 제시한 증거들을 외면한 채 검찰의 입맛에 맞는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협박을 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명백한 오판입니다.

유죄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수사와 기소, 이것은 말 그대로 '사냥'입니다. 검찰은 파렴치하게도 국토부 공문 등을 압수해서 가지고 있으면서 증거기록에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변호인들이 어렵게 찾아서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백현동 배임 사건을 기소하고도 1년째 사건기록을 안 주고 버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검찰이 해치고 싶은 상대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인 헌법 질서를 맘대로 파괴해도 된다는 식의 범죄적 행태입니다.

검찰이 찍어서 기소하고, 법원이 이것을 걸러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정치인이 누가 있겠습니까? 정치검찰은 무도한 사냥을 당장 멈추기 바랍니다. 법원은 향후 재판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1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전 현 희   한 준 호   박 균 택   김 용 민   민 형 배   이 성 윤   최 민 희   송 기 호   유 종 완   김 기 표   김 남 희   김 동 아      김 문 수   김 승 원   김   현   김 현 정   모 경 종   박 선 원   박 지 혜   박 해 철   백 승 아   안 태 준   양 부 남   이 건 태         이 용 우   이 재 강   전 용 기   정 준 호   주 철 현   김 성 진   김 지 호   남 영 희   노 영 희   박 성 오   안 귀 령   이 지 은       이 태 형   전 병 덕   조 재 희

 

"협조 안하면 문책" 이재명 압박 총리실 문건 확인

 

박근혜 정부 전방위적 성남시 압박 처음 확인

박근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하달
안행부→경기도→성남시 "인적 문책" 지침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공문 시달"

청와대·총리실·국토부, 용도변경 지속 요구
대통령·국정과제비서관 주재 회의 등 35회
"당시 공무원들 압박 알아…이재명도 말해"

한성진 판사, 대통령 주재 회의 등 판단 안 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1.20. 연합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정감사장 발언 배경을 입증하는 박근혜 정부 총리실 회의 문건 내용이 확인됐다. 또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매각 건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청와대 회의(2014년 3월 12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사생결단하고 (규제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사생결단' 발언 직전인 2014년 2월 21일과 28일 국토부와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로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관련 회의가 두 차례 열렸고, 2013년 7월 11일~9월 6일 사이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건 등이 다뤄진 정부부처 회의(대통령 주재 회의 포함)'가 무려 35회나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압박 문건과 직무유기 문책 압박'의 배경으로 볼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 움직임이 언론에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총리실, "인적 문책" 지침 하달

22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입수한 2013~2015년 국무총리 지시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문건을 보면,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은 매년 초 '중점 추진사항'으로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추진실태'를 강조했다.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국무총리 지시 1호'로 내린 업무지침에는 "새 정부 140대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중 추진이 부진한 과제는 실태를 점검해 원인분석 및 개선조치를 하라"는 내용과 함께 "부진원인 분석에 따라 시책·제도의 보완방안 마련과 함께 인적 문책(직무태만, 무사안일 등) 병행"이라고 써 있다. 이러한 문구는 2014년 1월, 2015년 1월 총리실 복무 지침 문건에서도 확인되는데, 특히 2015년에는 "국정 성과를 저해할 경우 실태점검 후 조치하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2013년 3월 하달한 국무총리 지시 제1호.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표지.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2013년 3월 하달한 국무총리 지시 제1호.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일부.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 관련해 인적 문책을 명시했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문제는 이러한 문건 내용들이 단순 공무원 업무 지침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에 있다. 총리실의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은 매년 초 중앙부처뿐 아니라 안전행정부(행정안전부 전신), 경기도를 통해 성남시까지 내려왔다. 당시 성남시청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총리 지침이 시달되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외에 안행부가 자치단체에도 지침을 시달했다"며 "안행부가 뿌리면 경기도가 그걸 받아서 성남시에 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 증언은 행정안전부 문건으로도 확인된다. <워치독>이 입수한 '국무조정실 및 행정안전부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접수 현황' 문건 등에 따르면, 안행부는 2013년 4월 5일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을 경기도에 통보했고, 경기도는 사흘 후인 4월 8일 성남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에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을 통보했다. 다음 해 업무지침도 역시 2014년 2월 21일 경기도에 통보됐다.  이 시기는 성남시가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매각 건으로 국토부로부터 압박받던 때와 겹친다.

국무조정실,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경기도의 국무총리 하달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통보 현황.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 대표는 지난 9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서 '협박'이라는 표현에 대해 "(박근혜 정부) 총리실에서 연초에 국책사업에 협조 안 하면 인적 문책한다,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등의 공문을 보내 직원들이 회람했다"며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하더라 표현한 것이지, 구체적인 얘길 한 게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공문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성남시 전방위 압박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 '국토부를 통해 성남시 식품연구원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추진한다'는 보고 문건이 올라간 사실도 확인됐다. 2014년 3월 12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지역발전연석회의가 열렸는데,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올려진 보고문건(지역주도 맞춤형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보면, 여러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 중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소재 식품연구원 한 곳만 콕 집어 "용도변경 필요기관"이라고 적은 뒤 "국토부-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종전 부동산(공공기관 지방 이전 뒤 수도권에 남은 이전 공공기관의 부지)에 대한 용도를 변경해 민간 매각 추진한다. 식품연구원의 경우 성남시 도시관리 계획 변경을 추진한다"고 한 사실이 확인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4년 3월 12일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연석회의 관련 문건(표지).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4년 3월 12일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연석회의 관련 문건.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날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성장을 해야 되는데 규제라는 '암'을 같이 안고 사는 것은 나라를 발전 시키지 못하는 것이고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생결단하고 (규제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에 '성남시 식품연구원 용도변경 건'이 강조돼 들어있었던 사실은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이 외에도 <워치독>이 입수한 식품연구원이 2021년 10월 작성한 '종전 부동산 매각관련 경과' 문건을 보면, 중앙부처 중심으로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관련 회의가 수십 차례 열린 사실도 확인된다.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사생결단" 발언 직전인 2014년 2월 28일 오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로 '지방이전 지연기관 대책회의'가 열렸고, 2014년 2월 21일 국토부에서도 관련 건으로 관계부처 합동회의가 열렸다. 2013년 12월 26~27일 국토부 주관으로 '종전 부동산 매각 방안 회의' '미착공 예상기관 대책회의' 등이 연달아 열렸고, 2013년 7월 11일~9월 6일 사이 '(성남시 식품연구원을 포함한) 종전 부동산 매각 관련' 건으로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등이 주재한 정부부처 회의만 총 35회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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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연구원 종전 부동산 매각관련 경과 문건. 대통령 주재 회의,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 회의,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현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등이 35회 개최됐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계기마다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언급했으며, 그때마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주관 대책회의가 열리거나, 국토부가 용도변경 공문을 보내는 등 성남시를 압박한 정황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기사 맨 아래 그래픽 일지 참고). 국토부가 성남시에 ▲2014년 1월 22일 ▲5월 21일 ▲10월 1일 ▲2015년 1월 26일 등 최소 4차례 공문을 보내 "용도변경에 적극 협조"하라며 압박한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관련 기사 : 18일자, 한성진 부장판사, '국토부 외압성 공문' 왜곡·무시했다). 특히 2015년 1월 26일 공문은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승인하는데 쐐기를 박았다고 평가되는데, 이 공문을 보내기 약 일주일 전인 1월 18일엔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기획국장이 직접 식품연을 방문했다는 기록도 확인됐다. 지자체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다.

2014년 2월 28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 지방이전 지연기관 대책회의 결과. 2024.11.22.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감사원도 식품연구원 매각 압박에 동원

성남시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압박에는 감사원까지 동원된 정황이 있다. <워치독>이 입수한 감사원의 '2013년 3월 혁신도시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지방 이전이 지연된 9개 기관 중 식품연구원을 콕 집어, "종전 부동산 이외에는 이전 재원이 없어 지방 이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사를 받으면서 식품연구원은 감사원에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식품연구원이 2012년 11월 9일 작성한 경위서 문건을 보면, "성남시에서 대기업 연구개발(R&D) 유치를 희망하고 연구시설 외의 용도 이용을 반대하는 입장 표명 후 매수문의가 일절 없다"며 매각 지연 관련 책임을 성남시에 돌리는 내용이 나온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뒤, 식품연구원은 2013년 3월 5일 성남시에 종전 부동산 매입을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이를 거부했다. 당시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선언했던 성남시로선 들어줄 수 없는 요구 조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1월 9일 한국식품연구원이 감사원에 제출한 경위서. 성남시가 연구시설 외에 용도이용을 반대해 부동산 매수가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2012년 11월 9일 한국식품연구원이 감사원에 제출한 경위서. 성남시가 연구시설 외에 용도이용을 반대해 부동산 매수가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재판부, 대통령 주재 회의 등 판단 안 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34부 한성진 부장판사, 주심 이학인 판사, 배석 박명 판사)는 이 대표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허위사실 공표"라며 유죄 선고를 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총동원되다시피 한 압박 정황들은 판결문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4년 3월 12일 회의에 대해 한성진 판사는 "용도 지역 변경 수위가 특정되지 않았고, (…) 의무조항을 이용하는 것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며 중요하게 판단하지 않았고, ▲"인적 문책" 등 문구가 담긴 총리실 공직복무관리업무지침 ▲식품연구원 매각 문제로 2013~2014년 내내 수시로 열린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 회의 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 

2013~2014년 당시 성남시청에서 과장급으로 근무했던 ㄱ씨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옛날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하면 이구동성으로 식품연구원 압박 받았던 내용들을 이야기 한다"며 "그 당시 진행이 안되면 다른 부서에서도 압박했다"고 전했다. ㄱ씨는 "성남시 직원들 다수가 '압박이 없었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시 이 대표가 시장일 때, 과장들이 (국토부 압박을) 보고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던 것까지 기억한다"고 밝혔다.                                      <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성진·허재현·김시몬·조하준 기자 >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주요 사건 시간별 정리.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2인 방통위’ 위법 판단했는데…‘파우치’ 박장범 생존 길 

 

서울남부지법 “KBS이사회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무효’ 단정 어려워”...“PD수첩 과징금 취소,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와 이 사건은 달라”

 
 
▲디자인=이우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회의로 뽑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 효력이 정지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26일 “단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10월17일엔 서울행정법원이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다수결의 원리를 따르기 위해서는 최소 3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추천 2인 방통위 의결은 불법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재판장 김우현)는 22일 KBS 야권 이사들이 제기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는 사법부의 제동 없이 사장직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이른바 2인체제 하에서 방통위의 추천의결을 거쳐 KBS 이사 7인을 임명한 것이 그 처분의 위법성이 명백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이사회 결의 역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똑같이 2인 방통위를 거쳤는데, 왜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 판단은 달랐을까. 

KBS 야권 이사들은 “방통위가 정원 5인 중 3인이 결원된 2인의 위원만 구성된 상태에서 2인의 의결만으로 KBS 이사 7인을 추천하는 의결을 한 것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이고, 선행처분인 방통위의 이사 추천이 무효인 이상 후행처분인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 역시 중대‧명백한 하자가 승계되어 무효”라는 입장이었다. KBS와 박장범 후보자 측은 “방통위법에 의사정족수 규정이 없고 설령 2인체제 의결이 무효여도, 대통령이 KBS이사를 임명함에 있어 방통위의 추천에 구속된다고 볼 수 없고 임명권자로서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하자의 승계’ 이론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신청인측이 2인체제 위법의 근거로 내세운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결정 및 항고심을 두고 “본안청구의 인용가능성이나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자체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방송문화진흥회법은 방송법과 달리 방통위에게 이사의 임명권이 있다고 정하고 있어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에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BC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을 두고서도 “그대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방통위가 이른바 2인체제 하에서 의결로써 한 행정처분에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에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역시 판단했다. 나아가 “KBS측 주장과 같이 방통위법에는 의사정족수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의결정족수(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인데, 신청인 주장과 같이 방통위법의 입법목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방통위의 성격 등을 고려해 재적위원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이른바 2인 체제하에서 방통위의 추천 의결을 거쳐 KBS 이사 7인을 임명한 것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임명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고 이 사건 이사회 결의에 자격 없는 이사가 참여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임명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빠르면 23일 박장범 후보자 KBS 사장 임명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윤, KBS 박장범 청문보고서 22일까지 재송부 요청…임명 강행 수순

 
박장범 한국방송공사(KBS)사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재송부 시한은 하루로 22일까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박 후보자가 앵커 시절 진행했던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 당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파우치”로 표현하며 사안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등 부적절한 모습을 보였고, 사장 선임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7대 인사 기준’에 의해서도 결격 사유 없는 후보임이 이미 증명이 됐다”며 “민주당식 방송장악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맞섰다. 과방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내일이라도 과방위 전체회의를 개최해 여야가 함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국회가 22일까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하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은 23일 이후 이른 시기에 박 후보자를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부실·봐주기 감사’ 논란 빚고 있는 감사원, ‘외통수’에 걸려

 
2022년 4월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리모델링 전 대통령 관저(당시 외교부 장관 공관) 모습. 신소영 기자
 

대통령 관저 이전에 대한 ‘부실·봐주기 감사’ 논란을 빚고 있는 감사원이 ‘외통수’에 걸렸다.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 시설’을 검토하며 지었다는 70㎡ 신축 건물이 1년8개월간 진행된 감사에서 통째로 빠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일부러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감사원이 도면 등을 확보하고도 감사에서 제외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감사원이 대통령실을 감사방해죄로 고발하고, 관저 이전 과정 전반을 재감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부실 감사와 관련된 이들에 대해선 조사·처벌·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감사보고서 누락은 ‘분명한 의도’

올해 9월 감사원이 공개한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신축 건물만 감사에서 빠져나간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감사원은 2022년 3월20일∼9월7일까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 및 관저 보수 공사 △집무실 및 관저 방탄창호 설치 공사 △경호청사 등 이전 공사 등을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이전 시설 공사와 직접 관련된 예비비와 행안부·비서실·경호처 자체 예산 사업을 감사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부동산 등기에도 오르지 않은 70㎡짜리 유령 건물 존재가 폭로되자, 최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2022년 7월 현대건설과 관저 건물 공사 계약을 했다. 경호처 자체 예산 1억3천만원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공사 명칭은 ‘경비시설 및 초소조성 공사’였지만, 처음에는 대통령이 이용할 스크린 골프 시설 설치를 검토했었다고 한다. 경호처는 윤 의원실에 ‘골프 시설은 검토만 하고 설치하지 않았다. 준공 뒤 경호시설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10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의혹 국민감사 결과, 위법사항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최재해 감사원장 등 감사원 관계자들과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고발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감사원이 감사 대상으로 밝힌 ‘경호청사’ 범주는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의 사무 공간 및 출동대기시설”이다. 이에 따라 경호처는 예비비 또는 자체 예산으로 체결한 1억원 이상 공사 계약 22건(87억여원) 등의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6건의 계약(예비비 4건, 자체 예산 2건)에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난 경호처 자체 예산 계약은 △사무공간 조성 공사 △긴급출동대기시설(김용현 경호처장 공관) 등 개선 공사 2건이다.

경호처 해명이 맞는다면 ‘자체 예산 1억3천만원으로 현대건설과 계약·준공한 경호시설’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대통령 비서실이 2년 넘게 해당 건물을 부동산 등기에 올리지 않은 이유, 경호처 예산 불법 전용 가능성, 실제 계약이 존재했는지 여부 등을 두고 감사가 진행됐을 사안이다.

한겨레는 지난 21일 감사원에 ‘대통령 비서실이나 경호처에서 이 건물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감사원 자체 판단으로 감사에서 제외한 것인지’ 물었지만, 하루가 지나도록 답을 듣지 못했다.

대통령 총무비서관실의 감사방해

관저와 부속 건물 관리 주체는 대통령 총무비서관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검찰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다. 앞서 지난 8월 국회에서 윤 비서관은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 “적·불순세력에 누설됐을 경우 감당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관저 공사 내역을 밝힐 수 없다고 버틴 바 있다.

총무비서관실이 이 건물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감사방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감사 업무 경험이 많은 인사는 22일 “대통령 비서실이 해당 건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감사방해죄로 고발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감사원법은 감사 대상자가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았을 때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왼쪽)씨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우정 검찰총장이고 가운데는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다. 김경호 선임기자 
 

그간 감사원은 전 정권 감사에는 감사방해죄를 무리할 정도로 적용해 왔다. 월성1호기 감사 때는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를 일부만 제출하고 삭제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감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자료를 보냈다. 감사원은 “제출을 요구한 자료 중 일부만 제출한다든지, 감사자료를 삭제한 행위를 감사방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감사 업무에 제한을 받게 된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5월 오히려 감사원 감사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석열 정부 감사원 돌격대’라는 비판을 받는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있던 2022년 10월, 감사원은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 속에 국민권익위 기관을 감사방해죄로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감사자료 제출 거부 및 감사 방해 혐의였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 행태를 볼 때 대통령실을 감사방해로 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고발 주체는 시민단체 등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건물 증축을 못 볼 수 있나…재감사 해야”

감사원의 부실·봐주기 감사 논란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감사관 등에 대한 조사와 문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비서실이나 경호처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단 1건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료 협조가 충실히 잘 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전 정권 관련 감사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관련 자료와 문서를 탈탈 털어가는 방식의 감사를 진행해 왔다.

감사원은 관저 도면을 확보해 관저 이전 관련 공무원과 공사업체 관계자 등을 조사할 때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통령실이 해당 건물의 도면을 감사원에 제출했는데도 감사 과정에서 이를 조사하지 않았거나, 감사보고서에서 일부러 제외했다면 감사 지휘부의 직권남용 등 혐의까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관저 이전 공사현장을 감독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 관리비서관과 행정안전부 파견 공무원, 해당 공사를 맡았다는 현대건설,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인 21그램 등에 대한 감사·재감사도 필요하다. 공사 현장에서 70㎡에 달하는 건물 신축이 이뤄졌는데도, 감사 과정에서 이에 대해 어떤 진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사 업무 경험이 많은 인사는 “공사 현장에서 저 큰 건물을 짓고 있는데 아무도 이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나. 부실 감사가 분명한 만큼 재감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앞서 관저 이전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관저 이전 공사와 동시에 해당 건물 공사가 이뤄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 바 있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위원장의 자료제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이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