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총장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김오수 임기 2년 중 1년3개월 남아

윤 당선자는 임기보장 원칙 강조해와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 6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하나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김오수 검찰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1년 정도 남았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거취 결단을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검찰총장 징계 국면’을 겪으며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측근의 입을 빌어 사실상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 총장이 지금까지 총장으로서 수사지휘를 제대로 했느냐”며 “특히 대장동·백현동 사건 수사에 대해서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걱정하지 마라. 자기를 믿어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자신이 검찰총장으로서 공명정대하게, 자신의 처지와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자신과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그럴 자신이 없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권 의원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 당선자는 무슨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거나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오수 총장 임기는 2023년 5월 말까지다. 임기 2년 가운데 앞으로 1년3개월이 남은 상황이다. 윤 당선자가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총장을 교체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점을 감안해, 핵심 측근이 총대를 메고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자가 대선 기간 내내 검찰의 ‘독립성’을 위한 임기 보장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데다, 윤 당선자 본인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반대하고 사퇴 압박에도 검찰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버텼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검찰에선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한 권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출신인 조응천 민주당 비대위원은 이날 같은 방송의 별도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의 임기보장은 중립성, 독립성과 직결된다”며 “김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게 (윤 당선자의) 언행일치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법에 따라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 정치권이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도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측근이라는 정치인이 특정 수사를 들어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만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수순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임명된 검찰총장 22명 가운데 임기 2년을 채우고 퇴임한 이는 8명뿐인데, 대부분 정권교체에 따른 중도사퇴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시 김수남 총장이 물러난 적이 있다. 정권이 교체됐으니 예견된 일이고, 앞으로 계속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런 발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김 총장이 당장 사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새 정부 법무부 장관 등이 임명되면 사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권 의원은 윤 당선자가 후보 시절 사법개혁안으로 내놓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역대 수사지휘권이 5번 발동됐는데 이것이 정당한 행사면 왜 폐지 여론이 생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부적절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고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를 위해 부적절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선 “왜 이런 폐지 여론이 나오는지, 본인 때문에 나온 건데 무겁게 생각하고 입 다물고 있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해주고 그보다 더 연세도 많고 형량도 낮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안 해준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만 지난 사면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는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살리기 위해서,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서 남겨놓은 것이란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을 했었다”며 “아마 같이 사면을 하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가윤 전광준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식? 윤석열 쪽, 공공기관장 인사 협의 요구 논란

 

김은혜 대변인 “필요한 인사 사전 협의”

 청와대 “임기 보장…법에 따라 인사”

‘전리품 챙기기’ 특성에 충돌 되풀이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정부 출범 전에 현 정부에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 이후 새 정부 출범 뒤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윤 당선자 쪽이 인지하고 사전에 기관장 임명을 막으려는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많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5일 “문재인 대통령 정부 하에 저희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공기관 인사를 할 경우 사전 협의를 하자는 것이다. 보수언론들도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 공기업 인사를 ‘알박기’와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의 ‘사전 협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협의 요청에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은 반복되고 있다. 공공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는 2∼3년인데 반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어서 새 대통령이 임기 시작과 함께 인사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춰 공공기관장도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자리는 3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 인사는 국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인재 배치보다는 ‘전리품 챙기기’에 가깝다. 대선 승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기관장 자리를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윤 당선자 쪽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실제로 기관장 인선이 보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 대표 선임 건이 그렇다. 한국성장금융은 애초 3월 주주총회에 사장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추천 작업 중단에는 윤 당선자 쪽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장을 압박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제도를 바꿔야지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기관장은 자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새 정부가 출범되면 관행적으로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가 진행됐지만 강제적인 사퇴 압박은 범죄가 된다는 판례가 확립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를 보장한 게 70%가 넘는다”며 “공공기관 조직 안정을 위해 기관장 임기를 보장해왔고 이제 법에 따라 임기가 끝난 이들의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법에 따라 인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청 “현 정부가 안한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 삼는 건 부적절”

‘정적 통제·국민 신상털기·뒷조사’ 들며 폐지 방침 밝힌 데 불쾌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가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민정수석실이 ‘정적 통제와 국민 신상털기, 뒷조사 등을 해왔다’며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법령이 정한 업무에 충실한 소임을 다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민정수석실 기능은 민심 청취, 법무 보좌, 인사 검증, 반부패정책, 공직 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존폐 여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과거 국민의정부 등에서도 일시적으로 폐지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선자가 과거 ‘사직동팀’을 언급하며 현 정부 민정수석실까지 묶어 “과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윤 당선자는 전날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며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운동기간 동안 윤 당선자가 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자 쪽에서 대선 뒤 청와대 인사에게 인사 협의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에 대해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못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월 9일까지는 문 대통령 임기이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달말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지명 여부에 대해선 “한은 총재 임기가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인사) 실무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