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미르재단 불법모금 관여 ‘내리막’

장제원-권태신 채널 가동…“부활 신호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인근에서 오찬을 마치고 산책하고 있다. 인수위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으로 경제 5단체장과 점심식사를 한다. 모임은 윤 당선자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케이(K) 스포츠 재단에 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는 데 관여해 ‘정경유착’을 주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관계자는 18일 “전경련 쪽에서 21일 윤 당선자와의 모임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오찬 회동에는 윤 당선자를 포함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참석한다. 경제단체들은 각각 윤 당선자와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전경련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전경련은 이날 다른 경제단체들에 연락해 윤 당선자와의 회동 일정을 알리고 참석 여부를 회신받았으며 다른 경제단체들은 전경련 주도의 회동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채널을 통해 성사됐다고 한다. 권 부회장은 국무총리실장 이력이 있는 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국정농단·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윤 당선자가 전경련을 고리로 경제단체들과 만나게 되면서 전경련이 ‘복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전경련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청와대 행사와 국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초청받지 못했다. 한 경제계 인사는 “(윤 당선자와의 회동 주관은) 전경련의 부활 신호탄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나래 김영배 기자

 

여가부 폐지·무고죄 강화 ‘시대 역행’…“지켜서는 안 될 윤석열 공약”

 

[윤석열 정부 성평등 공약 점검]

윤 “여가부 사업, 타 부서와 중복” 당위성 설득도 어렵고 부작용 우려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처벌 강화 “피해자 중심주의 무너뜨리는 퇴행”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한다' 여성·시민 긴급 기자회견에서 선언 연서명에 참여한 8709명이 남긴 말과 명단이 붙어있다.

 

“지켜서는 안 되는 공약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성평등 공약 가운데는 전문가들로부터 이와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이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이 대표적이다. 전문가와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안에서도 재검토 요구가 나온다. 공약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선자의 실행 의지도 큰 만큼, 향후 정국의 갈등 수위를 가름할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성별 근로 공시제’처럼 비교적 전향적이라고 평가받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주요 기능 유지하면서 폐지?

 

윤석열 당선자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사업 중 상당 부분이 다른 부처와 ‘중복’된다는 게 그 이유다. 현 정부에서 아동정책은 여가부(가족지원과)·보건복지부(아동복지정책과)·교육부(교육복지정책과)가, 가족정책은 여가부(가족정책과)·복지부(보육정책과)가, 인구정책은 여가부(가족정책과)·복지부(인구정책총괄과)가 맡고 있다. 효율성을 위해 새 부처를 신설해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정책 효율화를 위한 조직 개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여가부 폐지가 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지 △중복되는 정책 외에 여가부가 주도적으로 해오던 다른 업무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설명과 대안의 부재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는 “여가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이 업무들을 맡았을 때 더 효율적일 거란 근거가 없다. 면밀한 분석·평가 뒤에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최소한의 절차조차 없이 ‘우선 해체’만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 대처 논의에서 여가부가 견지해온 관점과 경험을 배제하는 전개 방식도 비판받는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인구감소 문제는 젠더 관점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 여성이 겪는 경력단절, 노동시장에서 성차별, 미비한 복지 체계 등을 종합해 바라보고 개선할 여성 담당 부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고 있다.

 

중복 업무 외 여가부가 주도하던 기능을 어느 부처가 대신할지 등 대안 마련도 과제다. 대표적인 게 ‘성 주류화’ 제도다. 성 주류화란 국가의 모든 정책 집행 과정에서 성평등을 고려하는 걸 뜻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평등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가부가 있었기에 성평등 정책이 지금 수준 정도로나마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세계 194개 나라(2020년 기준)는 정부 차원의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60개 나라는 성평등 기구를 독립부처(부·청) 형태로 운영한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2년 2월 ‘국내외 성평등 추진 체계 현황과 시사점’)

 

결과는 알 수 없다. 173석을 가진 민주당은 대선 뒤 윤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방침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성범죄가 아니라 ‘무고와의 전쟁’”

 

340쪽에 이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는 “엄벌”이란 단어가 딱 한 차례 등장한다. 무고죄 처벌 강화를 약속하는 부분이다.

 

윤 당선자는 선거 기간 수차례 무고죄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지난해 10월21일 청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법 질서를 훼손하는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범죄 무고의 경우 선고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조정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해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자 ‘여성의 날’이었던 3월8일 에스엔에스(SNS)에 자신이 그동안 올렸던 여성 관련 단문 공약을 재게재하며 거듭 ‘무고죄 처벌 강화’를 강조했다.

 

현행 형법은 무고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윤 당선자는 이를 개정해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 등)에 대한 무고 형량은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상향하는 동시에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 조항도 따로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중의 강화 장치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의 당위성이 없는 것은 물론, 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존 법체계에 처벌 공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특별법(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 조항을 넣는 것은 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공약이 현실화하면 수사기관도 무고죄 여부를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성범죄는 진술 외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하는 피해자에게 무고죄 처벌 강화는 신고 자체를 포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투 운동’을 거치면서 수사·재판 과정에 겨우 자리 잡기 시작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무너뜨린다는 측면에서 ‘퇴행’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범죄 관련 무고 조항 신설은 ‘꽃뱀론’ 같은 그릇된 신념을 법률로 만들어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통령 당선자에게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끊어낼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피해자를 위축시키기 위한 가해자의 무고죄 역고소 남발에 수사기관이 분별력 있게 대응할 것을 주문해왔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을 보면, ‘성폭력 무고 수사지침 및 절차 마련’ 공약이 있다. 이후 2018년 5월 대검찰청은 가해자 쪽의 무고죄 역고소 남발로 성폭력 피해 신고가 위축되고, 원치 않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대검 성폭력 수사 매뉴얼에는 사건 수사 종료 전까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고소 사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한국의 무고죄 처벌 형량이 낮다거나, 성범죄 무고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독일·프랑스, 미국의 형량은 5년 이하의 구금 혹은 자유형으로, 우리나라보다 가볍다. 성폭력 가해자에 의해 무고로 고소당한 사람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대검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7~18년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 피의자인 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윤 당선자 공약의 가장 큰 문제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라며 “당선자가 말하는 개별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만으로는 범죄피해자 보호도, 일상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채용에서 퇴직까지 ‘성별 근로공시제’…대신 자발적으로

 

윤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양성평등 관련 정책을 공약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성별 근로공시제’다. 입직부터 퇴직까지 단계별로 성별 데이터를 수집해 공개하겠다는 게 골자다. 500인 이상 기업부터 △채용 시점에는 지원자, 최종 합격자 성비(경력직 포함) △부서별 근로자, 승진자, 육아휴직자 성비 △해고자, 정년퇴직자, 조기 은퇴자 성비 등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실행만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성평등 임금공시제’보다 한발 더 나아가게 된다. 정부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을 개정해, 여가부가 공공기관과 일부 민간기업의 성별 임금 현황과 임원 수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여가부는 처음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사이트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149개 기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해 발표했다.

 

윤 당선자의 진일보된 공약에 다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우려한다. 내부 인사 자료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방안조차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원자·면접자·합격자 성비 ‘공개’를 추진하려 했지만, 기업 반발로 ‘기록’에 그쳤던 선례가 있다. 당시 일자리위원회 위원이었던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공공기관도 반발하는데,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려면 (자발성이 아닌) 좀 더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필히 제시되어야 한다”며 “오히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행해도 5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한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고,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아 박고은 기자

 

윤석열 인수위 출범…“인수위 목표는 국민통합·코로나 대응”

오전 현판식 뒤 첫 전체회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국민 통합과 코로나19 대응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했다. 윤 당선자가 가림막을 잡아당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겨진 현판이 공개됐고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현판식 뒤 윤 당선자는 인수위 첫 전체회의를 열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립에 있어 국가의 안보, 국민의 민생의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하고 국정과제의 모든 기준은 국익과 국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장 배경에는 윤 당선자의 필체로 제작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는 문구가 걸렸다.

 

윤 당선자는 인수위원들에게 코로나19 손실보상과 방역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다시 가파르게 확산되는데 코로나 비상대응특위에선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신속한 손실보상과 더불어 방역, 의료문제를 중점 다뤄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또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남대문시장 상인과 산불 피해 이재민을 만난 경험을 거론하며 “책상에서가 아닌, 현장에 늘 중심 두고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위원장은 전체회의 뒤 경제분과 위원들과 별도로 회의를 진행해 코로나19 손실 보상 방안과 지출 구조 조정 등 재정 안정성 방안을 논의했다.

 

윤 당선자는 회의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 운영의 목표는 국민 통합”이라며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바탕으로 국정 과제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통합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새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윤 당선자는 인수위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점심을 함께 했다.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공약했던 윤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정부 출범하면 세종시에서 자주 국무회의를 하겠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부의장이 전했다. 김해정 장나래 기자

 

윤석열-반기문 회동…‘한미동맹 강화’ 공감

국외원조 확대-탄소중립 달성 의견 청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면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한 국제정세와 외교 및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 이전에도 반 전 총장과 두차례 가량 전화통화를 하는 등 인연을 맺어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사무실에서 반 전 총장을 약 한 시간 동안 만났다. 윤 당선자는 “제가 바로 식사를 모시려고 하다가 오늘 그냥 이렇게 뵙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환영하자, 반 전 총장은 “앞으로 두 달도 안 남은 시간이지만 좋은 준비 해서 국정을 이끌어달라”고 화답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미중 간 여러 알력이라든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금 국제 사회가 어렵다”며 “자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윤 당선자는 “네”라며 동의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한미동맹 관련해서 약간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동맹은 미국-나토 동맹과도 다르다”고 했다. 나토의 경우엔 소속 회원국들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개입하게 돼 있지만 한미동맹은 미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런 점을 우리가 좀 잘 알고 한미동맹 관계를 정확히 한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특히 중국과의 관계 등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박진 국민의힘 의원, 김숙 반기문재단 상임이사,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함께했다.

 

반 전 총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의 굳건한 바탕 위에서 중국과의 관계,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아주 나빠졌는데 이런 한일 간의 관계도 정상화해서 인접국으로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너무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좀 더 국제 사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 기준, 가치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고 같은 민족으로서 그런 문제는 얼마든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씀드렸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2050 탄소 중립을 꼭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너무 국내문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한국이 높아진 경제적 위상을 감안해 공적개발원조금(ODA)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5%) 정도까지는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짚었고, 이에 윤 당선자는 “참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

 

10명 회식에 ‘대선승리 러브샷’…국민의힘 잇단 방역수칙 위반

 

윤상현 ·김병욱 ·구자근 의원 등 참석

영등포구청 “위반사실 명확…과태료”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 블로그 갈무리

 

국민의힘 현직의원과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체회식을 했다. 영등포구청은 이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18일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 등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체회식을 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국민의힘 윤상현·김병욱·구자근 의원 등 9명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 담겼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특보 및 본부장을 지낸 송태영 충북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세창 총괄본부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을 찍은 이까지 합치면 10명이다. 6명까지인 사적 모임인원 제한을 위반한 것이다.

 

송 대표는 에스엔에스에 “제가 본 국민의힘의 모습은 엄청난 실망 그 자체였다. 정권이 바뀐 지 일주일이 되지도 않는 채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회식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심지어 저 사진은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 찍어 달라고 부탁한 사진”이라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청 쪽은 “사진으로 신분과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명확히 확인돼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일에도 국민의힘 관계자 30여명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단체회식을 하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영등포구청 직원에게 적발돼 7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영등포구청은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도 인적사항을 추가로 확인한 뒤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김윤주 기자

 

민주당, 윤석열 인수위 비판…“반성 없는 재탕삼탕” “2기 MB 정부”

윤건영, 김태효 전 비서관 기용에

“이명박 때 실패한 대북 정책 아이콘”

 신동근 “엠비 사면 요구 당연한 수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비롯한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반성 없는 재탕 삼탕”, “2기 엠비(MB) 정부”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실패에 대한 반성 없는 재탕 삼탕은 곤란하지 않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김 전 비서관이 외교안보 인수위원에 기용된 것을 비판했다. 그는 “김(태효)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남북관계 아이콘”이라며 “김 교수가 설계한 ‘비핵개방 3000’이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북한이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상대를 유령 취급하여 무시하며, 이명박 정부 입맛에만 맞춘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라며 “ 비핵개방 3000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더욱 험해졌다. 그런데 다시 돌고 돌아 김태효 교수입니까? 다시 실패를 반복하려는 것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윤 의원은 “더욱이 김태효 교수는 엠비 정부의 이중적이고 부끄러운 대북 정책의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며 “국민들 앞에서 겉으로는 강경 대북 정책을 운운하면서, 뒤로는 북한 인사들을 만나 돈 봉투를 내밀며 정상회담을 구걸했던 것이 김태효 교수”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2011년 5월 남북 비밀접촉 당시 ‘김 당시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돈봉투를 꺼내며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들은 그때의 부끄러움을 아직 기억하는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은 벌써 잊었습니까”라며 “왜 시작하기도 전부터 부끄럽고 안타까운 기억을 소환하려 하시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구성을 보아하니 윤석열 정부는 가히 2기 엠비정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며 “인수위 비서실장이 엠비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사람이고 인수위 대변인은 엠비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 엠비계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 3사람 중 2명은 엠비 정부 출신이다. 대북 강경정책으로의 회귀, 전통적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추구로 동북아 균형이 흔들릴 것이 뻔해 보인다”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외교안보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의원은 “엠비사면 요구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공적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기자

 

박근혜 정부 · 옛 민주당 출신 가미…윤석열 곁엔 ‘친이계’ 다수 

강석훈·김현숙 정책 특보, 박근혜 정부에서 ‘정책통’

윤진식· 임태희·이동관 특별고문, 이명박 정부 인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박근혜 정부와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특보로 중용했다. 다만 같은 날 발표한 특별고문에는 여전히 ‘친이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 시즌 2’라는 이미지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윤 당선자 쪽은 이날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와 김현숙 숭실대 교수를 정책 특보로 임명했다. 이들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경제수석과 고용복지수석을 역임한 ‘정책통’으로 불리고 있다. 강 교수는 19대 국회의원에 선출된 뒤 박근혜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맡았고, 2016년 청와대에 들어갔다. 김 교수 역시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두 사람이) 윤 당선자의 경선 시절부터 깊이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해왔다”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정무 특보로는 옛 민주당 출신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을 기용했다. 장 이사장은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과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16대 총선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민주당계 정당을 거쳤다는 특징이 있다. 김 대변인은 장 이사장에 대해 “윤 당선자에 가장 비판적인 기조를 견지해왔다”며 “쓴소리 특보라고 불러도 좋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성한 간사 등 전날 발표된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 전원을 이명박 정부 출신으로 기용하면서 ‘2기 엠비(MB) 정부’란 비판이 일자, 특보단 구성을 보다 다양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특별 고문단 명단에는 여전히 ‘친이계’ 인사 들이 다수 눈에 띈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냈지만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냈다. 임태희 전 한경대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장관이었고, 이어 대통령실 실장을 역임했다. 기자 출신인 이동관 디지털서울 문화예술대 총장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을 차례로 지내는 등 이 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다. 이들 외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고,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은 각각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옛 민주당 출신이다.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은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자에게 많은 자문과 도움을 주신 분들”이라며 “취임 후 이뤄질 국가경영에도 지속적인 고견을 부탁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가윤 기자

 

'5.18 북 개입설' 방송 진행자, 윤 당선인 정무특보로

장성민 특보  TV조선 방송 당시 "실체적 진실 밝혀야" 주장

 

<TV조선>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 진행자이던 장성민씨 모습. 그는 2013년 5월 22일 메인뉴스 '뉴스쇼 판'에 출연,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단체에 (북한군 개입설 방송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전두환 옹호 및 '개사과'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무특보로 '5.18민주화운동 왜곡 방송' 진행자를 임명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16일 "윤 당선인이 정무특보로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을 임명했다"라고 발표했다.

 

장 특보는 2012~2016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진행한 인물로, 이 프로그램은 2013년 5월 13일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무장폭동'이란 허위사실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 방송에서 자신이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고 소개한 임천용씨는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라는 주장을 펼쳤다.

 

장 특보 역시 단순 진행에 그친 게 아니라 임씨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탈북자들의 직간접적인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한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돼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북한 특수부대 장교출신이라고 소개한 임천용씨는 2013년 5월 13일 <TV조선>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고, 이들이 전남도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비판이 쏟아지자 TV조선은 메인뉴스 <뉴스쇼 판>을 통해 '5.18 북한군 개입설'이 사실무근임을 보도했다.

 

장 특보도 메인뉴스에 출연해 "당초 이 프로그램에 5.18 관련 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임씨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출연에 응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방송이 됐다"라며 "5.18 희생자, 유족, 그리고 관련 단체 여러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V조선과 함께 '5.18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한 채널A에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결정했다.

 

4년 전 장성민 받아준 안철수

 

장 특보의 이러한 이력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2017년 초 장 특보는 1년 전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특히 호남 지역구를 독식한 국민의당에 입당하려 했으나 국민의당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특보단장을 맡은, 김경진 당시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에서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을 불허키로 결정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내용을 토대로 논란이 된 5.18 폄훼 발언을 장 전 의원이 직접 작성했고, (이것이) 본인 의사였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장 특보는 이후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떨어져 나간 뒤 안철수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에 의해 입당했고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안 위원장은 이때 영입을 두고 "(국민의당에서) 어떤 이유로 (입당 불허) 결정이 났는지 저는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장 특보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는데, 당시 국민의힘이 진행했던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면접관인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5.18 북한군 침투설 방송'에 대해 묻자 장 특보는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니라 출연자가 한 이야기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1, 2부로 하기로 돼 있었는데 1부는 (5.18 북한군 개입설) 발언을 다 듣고 2부에서 검증할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제가 (1부) 방송할 때만 해도 하자가 없어서 3~4일 조용했다. 그런데 채널A에서 무리한 사람을 불러다 무리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그게 터졌고, 종편을 타깃으로 삼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TV조선까지) 같이 파편을 맞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특보 말과는 달리 TV조선 방송 이후와 채널A 방송 이전에도 이미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방송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출연자의 이야기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그가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등 5.18 북한군 개입설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도 해명을 무색하게 한다.

 

한편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후 윤 당선인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으나, 직후 SNS 계정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이른바 '개사과' 사진을 올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당시 윤 당선인은 "제 불찰이지만 먹는 사과와 가족 같은 강아지를 두고 '사과는 개라 주라'고 생각할 줄은 정말 몰랐다"라며 "제가 기획자라서, (제가) 책임지고 질책도 달게 받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소중한 기자

 

윤석열 인수위는 ‘이명박 시즌2’…범죄전력자들 속속 기용

외교안보 분과 모두 MB정부 출신

김은혜·윤한홍 등도 요직 맡아

당선자 정치 인맥 ‘친이’ 주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자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명박 정부 출신들이 다수 포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당선자가 정치 입문 초기 이른바 ‘친이계’ 의원들과 맺은 인연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까지 확정된 인수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은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중용된 전력이 있다. 윤 당선자의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김성한 간사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자문위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2차관으로 일했다. 김태효 인수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외전략비서관을 거쳐 수석급인 기획관까지 올랐다. 이종섭 인수위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에서 안보정책담당관으로 일했다.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된 최상목 인수위원은 박근혜 정부 때 기획재정부 차관까지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미래전략정책관을 역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의원은 현재 윤석열 당선자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친이계 정치인인 장제원 의원은 당선자 비서실장이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에 내정된 윤한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이명박 청와대 춘추관장·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이상휘 전 방송통신심의위원도 이번에 인수위 정무2팀장에 임명됐다. 인수위 행정실장인 서일준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윤석열 인수위에 ‘엠비 라인’이 대거 포진된 건, 핵심 측근그룹인 이른바 ‘윤핵관’의 정치적 출신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당선자가 정치 입문 초기부터 친분을 맺은 이들이 대부분 ‘친이계’ 정치인이어서, 이들을 통해 정책 조언을 받고 실무 지원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당선자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치권 인맥이 약하다보니 입문 초기에 구성된 인맥 중심으로 (인수위 인사가)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윤석열 인수위, ‘군 댓글 공작’ 김태효-‘국정농단 연루’ 최상목 중용 논란

 

김, 한일군사협정 비밀 추진 전력도

최, 기업에 미르재단 출연금 압박

삼성물산 합병에도 개입 정황

권영세 “당선자, 문제 없다 본 듯”

 

15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명단에 이명박 정부의 ‘군 댓글 공작’에 가담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외교안보 분과)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경제1 분과 간사)가 포함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이명박(MB) 정부 시절 ‘군 댓글 공작’에 가담해 유죄 판결을 받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에 발탁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인수위 경제1 분과 간사로 기용했다. 과거 정부에서 논란이 된 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자리 나눠먹기가 아닌 경륜과 능력에 따른 인재 기용을 공언한 윤 당선자의 다짐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김태효 전 기획관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강한 군대를 통한 튼튼한 안보, 한-미 동맹, 대북정책 개선을 우선하고 국익을 앞세운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기획관은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댓글 공작 가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군 사이버사 요원들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 정치인을 비난하는 온라인 댓글을 9000회 이상 달도록 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과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정치 관여 혐의는 그대로 유죄였지만,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가 유예됐다. 또 그가 주도해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체결됐지만, ‘밀실 협정’이라는 거센 비판에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용인하는 취지의 논문을 쓰는 등 한-일 군사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당선자 역시 후보 시절 한·미·일 군사동맹을 언급했다.

 

경제1 분과 간사에 임명된 최상목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미르재단’에 대기업이 출연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차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검찰 피의자 조사에서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이 전화해 ‘삼성 측에서 종전 검토 결과에 대해 계속 불만이 있으니 제대로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규모를 적게 판단해달라는 요구였다.

 

최 전 차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업이나 전경련의 팔을 비틀거나 강제하지는 않았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 공소장이나 언론 보도 등은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 논란이 된 인사를 ‘중용’한 것을 두고 인수위 인선 기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윤 당선자가 “철저히 실력 중심”을 공언했지만 물의를 빚은 전력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또 인수위원부터 검증 강화를 강조해놓고 군 댓글 공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를 중용한 것은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직자로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분야 전문성과 주변 평가를 종합할 때 결격사유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전 정권에서의 논란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견했을 텐데, 법적 문제가 없으면 문제 없다는 게 아니었나 싶어 아쉽다”며 “전문성을 우선 고려한거라고 쳐도, 논란 있는 인사를 데려오는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한겨레>에 “두분 다 당선자가 당시 사건 수사와 관련이 있다 보니,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낙점한 것 같다”고 했다. 장나래 권혁철 이정훈 오연서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식? 윤석열 쪽, 공공기관장 인사 협의 요구 논란

 

김은혜 대변인 “필요한 인사 사전 협의”

청와대 “임기 보장…법에 따라 인사”

‘전리품 챙기기’ 특성에 충돌 되풀이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정부 출범 전에 현 정부에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 이후 새 정부 출범 뒤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윤 당선자 쪽이 인지하고 사전에 기관장 임명을 막으려는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많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5일 “문재인 대통령 정부 하에 저희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공기관 인사를 할 경우 사전 협의를 하자는 것이다. 보수언론들도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 공기업 인사를 ‘알박기’와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의 ‘사전 협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협의 요청에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은 반복되고 있다. 공공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는 2∼3년인데 반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어서 새 대통령이 임기 시작과 함께 인사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춰 공공기관장도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자리는 3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 인사는 국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인재 배치보다는 ‘전리품 챙기기’에 가깝다. 대선 승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기관장 자리를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윤 당선자 쪽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실제로 기관장 인선이 보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 대표 선임 건이 그렇다. 한국성장금융은 애초 3월 주주총회에 사장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추천 작업 중단에는 윤 당선자 쪽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장을 압박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제도를 바꿔야지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기관장은 자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새 정부가 출범되면 관행적으로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가 진행됐지만 강제적인 사퇴 압박은 범죄가 된다는 판례가 확립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를 보장한 게 70%가 넘는다”며 “공공기관 조직 안정을 위해 기관장 임기를 보장해왔고 이제 법에 따라 임기가 끝난 이들의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법에 따라 인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윤 “미국식 인사검증”…FBI는 이혼 배우자 · 이웃까지 조사

 

미 연방수사국 VS 청와대 · 법무 · 경찰 인사검증 비교

민정수석실 기능 단순이관으로는 검증 리스크 못막아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민정수석실 주요 기능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와 경찰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상원 인준청문회 전 연방수사국(FBI)이 기본적인 검증을 맡는 미국형 검증시스템을 언급했다.

 

미국은 건국 때부터 200년 넘는 인사검증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에야 국회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다. 23개였던 인사청문 대상 직위는 이후 꾸준히 늘어, 66개(2021년 3월 기준) 직위가 국회 동의를 받거나 국회에서 선출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자질·전문성 검증보다는 본인과 그 가족의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면서 대통령 인사권 견제라는 애초 목적보다는 여야 정쟁 수단으로 번졌다. 2007년부터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하는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회 인사청문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당일 때는 인사청문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연방수사국에서 기본적 도덕성 검증을 맡아 부적격자를 미리 걸러내는 미국형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막상 정권 교체로 야당이 되면 ‘저격수’를 자임하며 이런 요구는 흐지부지되곤 했다.

 

청와대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

 

윤 당선자의 미국형 인사검증 시스템 구상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자신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 낙마 위험성을 사전에 최대한 걸러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등 역대 정권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면서도 정보수집과 검증 등 실무는 법무부·경찰·국가정보원 및 해당 기관에서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던 인사들이 맡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능 이관만으로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미 연방수사국 인사검증 내용과 기간 등을 단순 비교해도 드러난다. 청와대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에게 사전 질문서를 작성하게 한다. 검증 담당기관이 적격성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A4 67쪽에 걸쳐 7대 비리(병역, 탈세, 미공개 정보이용 투자, 위장전입, 연구부정, 음주운전, 성범죄) 외에 가족관계, 재산형성, 학력·경력, 언론기고 등 10개 항목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의혹 등이 단골 질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의 공직 후보자 검증은 주로 SF-86으로 불리는 ‘국가안보 직위용 질문지’(QUESTIONNAIRE FOR NATIONAL SECURITY POSITIONS) 답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A4 133쪽 29개 항목에 이른다. 미국 특성상 테러, 마약 관련 항목 등이 있지만, 직업·학력·경력·병역·재산·납세·범죄경력 관련 질문도 훨씬 구체적이다. 답변해야 할 기간도 항목에 따라 7년 이내, 10년 이내, 전 생애로 구분된다. 국회에 최근 5년 관련 자료만 내는 한국과 대비된다. 연방수사국 홈페이지를 보면 “후보자는 정직성, 성격, 성실성, 신뢰성, 판단력, 정신건강 등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검증기간은 보통 45~60일 완료를 목표로 하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6~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연방수사국은 밝히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 사전 질문지

 

연방수사국은 일부 조사항목에 대해서는 후보자를 직접 만나 조사한다. 불명확한 부분을 묻고 이에 대한 자세한 소명을 요구하는 식이다. 조사를 거부하면 공직취임에 반드시 필요한 인사검증 자체가 취소되기도 한다. 후보자의 지인, 최근 10년 이내 이혼한 배우자, 주변 이웃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한다. 그래도 후보자 검증이 어려울 때는 추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청와대 사전 질문서는 공식문서가 아니다. 이를 작성해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 반면 미국 사전 질문지는 연방법과 행정명령에 따른 정부 공식문서다. 연방수사국에 거짓으로 답변하거나 사실을 은폐했을 때는 미국 형법에 따른 중범죄로 분류돼 벌금과 최대 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김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