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공화 대선후보 수락연설 노마스크지지자 1500명 운집 속

70분 내내 업적 나열 바이든 때리기라스무센 조사선 지지율 1%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7일 밤 백악관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청중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오른쪽은 부인 멜라니아.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이 27일 밤 백악관과 그 일대를 성조기와 불꽃으로 수놓으며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수락하고 승리를 결의했다.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113일 대선을 향한 트럼프와 조 바이든(77) 민주당 후보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막 올랐다.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이날 밤 백악관 잔디밭(사우스론)에서 한 후보 수락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이전 어떤 때에도 두 정당, 두 비전, 두 철학, 두 의제 사이에서 더 분명한 선택에 직면한 적이 없다이번 선거는 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국정연설과 선거 유세를 합쳐놓은 듯한 70분간의 연설에서 지난 4년의 성과를 나열하고 재선시 집중할 의제들을 설명했다. 가장 주력한 대목은 바이든 때리기.

트럼프는 조 바이든은 미국 영혼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는 미국 일자리의 파괴자라며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국 위대함의 파괴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아메리칸 드림을 구할지, 아니면 사회주의자의 어젠다가 우리의 소중한 운명을 파괴하도록 할 것인를 결정할 것이라고 바이든에 사회주의색깔 입히기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과 그의 당은 반복적으로 미국을 인종차별과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땅이라고 공격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이 중국에 약하다고 주장하면서 조 바이든의 어젠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나의 어젠다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USA)’”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되풀이하면서, “이 나라는 법 집행관을 사랑한다법과 질서를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임에도, 2016년 대선에 나섰을 때처럼 자신을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부각하려 했다. 그는 우리는 조 바이든이 지난 47년간 가한 피해를 되돌리기 위해 지난 4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1972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한 뒤 줄곧 워싱턴 정치에 몸 담았던 바이든을 미국에 해를 입힌 낡고 무능한 정치인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트럼프는 그들(민주당)이 나에게 화가 난 것은 내가 워싱턴 제도권이 아니라 미국을 맨앞에 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트럼프를 소개하기 전 연설도 같은 맥락이다. 이방카는 아빠, 사람들은 아빠가 전통적이지 않다고 공격하지만 나는 아빠가 현실적이어서 사랑하고, 실질적이어서 존경해요라고 말했다. 이방카는 워싱턴은 도널드 트럼프를 바꾸지 못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을 바꿨다고 말해 청중의 열띤 환호를 얻었다.

트럼프의 수락 연설은 형식과 내용 모두 트럼프 찬양과 미국 우선주의’, 애국심 고취로 넘쳐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백악관 잔디밭은 거리를 두지 않은 1500여명의 노 마스크관중으로 꽉 찼다. 이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4년 더!”, “유 에스 에이(USA)”를 외치며 환호했다. 무관중으로 25분 연설로 마무리한 바이든과 달리, 코로나19 극복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우리나라를 파괴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끌라고 요청할 수 있겠느냐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은 성조기 깃대 수십개가 병풍을 이뤘고, 트럼프의 연설 뒤에는 백악관 앞 워싱턴기념탑 일대에서 5분 동안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숫자 ‘2020’ 불꽃도 터졌다.

미 정치분석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가중 평균한 지지율을 보면, 26일 현재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50.6%, 트럼프 대통령 42.2%를 기록했다. 이 매체가 집계한 25일 발표된 7개 여론조사 중 6개는 바이든이 7~1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지속적으로 예측한 거의 유일한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리서치조사 결과는 바이든 46% 대 트럼프 45%로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신기섭 기자 >

       

바이든 폭력은 내가 아니라 지금 트럼프 치하에서 벌어져

트럼프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앞두고 트럼프·펜스 맹공격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0일 밤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27폭력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전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 여러분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냉엄한 현실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격이다.

바이든은 이날 성명을 내어 펜스의 연설에 대해 그의 증거? 여러분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에서 보고 있는 폭력이라며 마이크 펜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걸 잊었나?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걸 알고는 있나?”라고 물었다. 바이든은 이것들은 미래에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 벌어질 이미지들이 아니라 오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의 이미지들이라며 우리가 목격하는 폭력은 내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치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은 더 악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5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데 이어,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사에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들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5일에는 커노샤에서 인종차별과 경찰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17살 백인 청소년이 총을 쏴 두 명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펜스는 지난 26일 연설에서 인종차별이나 경찰폭력의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미니애폴리스, 포틀랜드, 커노샤 어디에서든 폭력은 멈춰야 한다우리는 미국의 길거리에서 법과 질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27일 밤 백악관에서 이뤄질 예정인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에 대해서도 선제공격을 가했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부통령이 지난 밤에 한 것과 똑같은 말을 할 게 분명하다그가 그렇게 할 때는 기억하시라. 그가 비난하는 모든 폭력 사례들은 그가 책임자로 있는 기간에 일어났다. 그의 지도 아래서, 그의 대통령 재임 동안에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밤 도널드 트럼프가 당신은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거든 주변을 둘러보고 자문해보시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에서 당신은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는지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날 <MSNBC> 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블레이크 피격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는 이 문제를 자신에 대한 정치적 이득으로 여긴다그는 더 많은 폭력을 응원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또 트럼프와 부인 멜라이나가 백악관에서 연설할 예정이거나 이미 한 데 대해 그는 백악관을 소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도전하면서 이와 같은 일을 하거나 내가 백악관 잔디밭이나 로즈가든에서 그러한 일을 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바이든 무난히 승리?미 대선 예측 만만치 않다

일부 경합주 코로나19 우려 줄어 트럼프에 유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밤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지명 이후 본격적으로 누가 대선 승자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할 것처럼 보이지만, 판세 예측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감소한 데다, 트럼프 지지층이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이런 신중론의 주요 근거다.

미 정치분석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가중 평균한 지지율을 보면, 26(현지시각) 현재 바이든 50.6%, 트럼프 42.2%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 4123.4%포인트 이후 계속 벌어졌고, 6월 중순 이후 바이든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최근 며칠 사이 약간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공화당 전당대회 효과의 여파로 추정된다.

이 매체가 집계한 25일 발표 7개 여론조사 중 6개는 바이든이 7~1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라스무센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 46% 대 트럼프 45%로 두 후보의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라스무센은 지난 19~20, 23~25일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인터넷으로 조사한 결과,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전주 4%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줄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라스무센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지속적으로 예측한 거의 유일한 여론조사 기관이며, <파이브서티에잇>의 여론조사 기관 평가에서는 C+로 평가된 곳이다. 이 매체는 여론조사 기관들을 A+부터 F까지로 분류하고 이 평가 등에 근거해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를 산출하고 있다.

각 주별 승자가 주 전체 대의원을 확보하는 방식 때문에 대선 승패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에서도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CNBC>26일 발표한 6개 경합주의 4904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모든 주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섰다. 미시간(50% 44%)과 위스콘신(49% 44%)의 지지율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고, 노스캐롤라이나(48% 47%), 애리조나(49% 47%),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각각 49% 46%)의 격차는 박빙 경합수준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우려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2주전보다 3%포인트 준 66%였으며, 트럼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8%2%포인트 상승했다. 최근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가 트럼프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트럼프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반 트럼프 성향 보수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링컨 프로젝트의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스티브 슈미트는 <MSNBC> 방송에 출연해 여론조사의 트럼프 지지율이 실제보다 최소 1~2%포인트 낮게 나왔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이 사실을 감추는 침묵하는 지지층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캠프도 침묵하는 지지층을 강조하며 여론조사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2016년 대선 당시 미시간주에서 유일하게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 여론조사기관 트래펄가 그룹의 여론조사 책임자도 침묵하는 트럼프 지지자가 2016년 대선 때보다 많은 것으로 봤다고 <더힐>이 전했다.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층이 막판에 결집할 경우 대선 결과는 예측 불허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 신기섭 기자 >

 

"멜라니아, 트럼프 취임식에 이방카 차단작전"

이방카, 백악관 영부인 집무실도 차지하려 해"

멜라니아 여사와 이방카(오른쪽)

'이방카 차단 작전'(Operation Block Ivanka). 백악관 안주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퍼스트 도터' 이방카 트럼프의 '궁중 암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일화가 공개됐다. 멜라니아 여사의 과거 '절친'이자 한때 백악관에서 일했던 스테퍼니 윈스턴 울코프의 회고록 '멜라니아와 나'(Melania & Me)를 통해서다.

27일 뉴욕매거진이 입수한 발췌본에 따르면 멜라니아와 울코프는 취임식을 준비하면서 'Operation Block Ivanka'라는 작전을 짰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자리 배정을 하면서 TV에 이방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작전은 성공했다. 취임식 장면을 CNN으로 지켜보고 있던 한 친구가 TV 화면을 찍어 문자로 보내온 사진에는 작전대로 이방카의 모습이 멜라니아의 머리에 가려 '차단'(block)돼 있었다.

울코프는 "우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이방카 차단 작전은 사소한 거였지만 우리 마음속엔 자기 아버지 취임식에서 이방카가 관심 대상이 되려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울코프는 이방카가 백악관 내 영부인 집무실이 있는 이스트윙(동관)을 차지하려 하면서까지 영부인을 '통제'(control)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인수인계 기간에 이방카가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이스트윙에 자신들의 사무공간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울코프는 "이방카는 끈질기게 자신이 '퍼스트 도터 레이디'가 되고자 했고, 멜라니아의 수중에 있는 공간까지 빼앗으려 했다""그녀는 자신이 눈에 띄는 유일한 트럼프가 여성이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울코프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적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를 주된 공격 소재로 사용했는데, 이방카도 백악관에서 개인 이메일을 썼다면서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누가 이방카를 향해 'Lock her Up!(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이 힐러리를 '감옥에 가둬라'라며 외쳤던 구호)'이라고 외칠 수 있겠는가. 트럼프 일가는 자신들만의 룰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울코프의 이런 주장에 대해 트럼프 인수인계 시절 당시 한 관계자는 CNN에 이방카가 이스트윙을 차지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도, 이메일 사용 관련 룰을 정식으로 보고 받기 전이었으며 기밀 내용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울코프의 책은 다음달 1일 정식 출간된다. 이벤트 기획자 출신인 울코프는 뉴욕패션위크 총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뉴욕 사교계의 저명인사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17년 초부터 20182월까지 멜라니아 여사의 자문 역할을 맡아 백악관에서 무보수로 일했다.

하지만 울코프의 회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준비를 도우면서 26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그는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이 울코프가 당한 '배신'에 대한 응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