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이언 미 안보보좌관 등 다녀간 후 계획 없던 일로

 

지난 3월 안도라 파견 앞둔 쿠바 의료진

 

중미 파나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쿠바 의사들을 초청하려다 미국의 압박 속에 계획을 철회했다고 AF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정부가 쿠바 의료진을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루이스 프란시스코 수크레 보건장관은 쿠바 의사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 중이라고도 말했다.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세계 최다 수준인 쿠바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이탈리아, 멕시코 등 세계 각국에 자국 의료진을 파견해왔다.

그러나 수크레 장관은 지난 24"현재로서는 그 결정을 한쪽으로 치워둔 상태"라며 쿠바 의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나마 정부의 이 같은 계획 철회의 배경엔 미국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쿠바 정부의 의료진 해외 파견이 단순히 외화벌이 수단이며, 이를 위해 적은 임금을 주고 의료진의 노동을 착취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2년 새 브라질,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우파 정부가 들어선 국가들이 쿠바 의사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파나마 정부가 쿠바 의사 초청 계획을 밝힌 후인 지난 17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모리시오 클래버커론 중남미 담당 보좌관이 파나마를 방문해 코르티소 대통령을 만났다.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하는 인물로 알려진 클래버커론은 파나마 방문을 앞두고 쿠바 의료진 초청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파나마의 한 전직 외교관은 AFP"그것(쿠바 의료진 초청 계획) 때문에 (파나마에) 온 것이라고는 얘기하지 않겠지만 분명히 그 문제가 거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과 더불어 파나마 의료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한 점도 쿠바 의사를 받지 않기로 한 데 영향을 미쳤다고 AFP는 설명했다.

노조는 외국 의료인이 파나마에서 진료를 하는 데 법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정부는 최근 노조와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전략을 함께 세우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