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격해지면서 2명 숨져NBA, NFL도 항의시위

트럼프 3일 만에 희생자 언급 없이 강경 기조 주문

  

경찰에 7발의 총을 맞고 쓰러진 제이컵 블레이크의 아버지(왼쪽 넷째)와 어머니(왼쪽 다섯째) 등 가족들이 25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커노샤/로이터 연합뉴스

         

세 아들 앞에서 경찰 총격을 받고 쓰러진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29)가 하반신 마비 상태에 빠졌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는 사흘째 이어진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시위 도중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앞선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경찰 편에 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도 주 정부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경찰 총격으로 쓰러진 블레이크의 아버지는 25아들의 몸에 구멍이 8개 났다하반신이 거의 마비됐다고 말했다고 <CNN>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이 그에게 쏜 총알 중 하나가 그의 척수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블레이크의 변호인은 경찰이 쏜 7발 중 4발이 그의 몸에 맞았다고 전했다. 병원 쪽은 아직 영구 장애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변호인은 블레이크가 다시 걷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23일 오후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던 중 차량 운전석으로 가다가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는 비무장이었고, 차 안에는 그의 3, 5, 8살 아들이 타고 있었다. 지난 5월 사건으로 시작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진정돼 가는 와중에 이번 사건이 다시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미 프로풋볼리그(NFL)의 디트로이트 라이언스 선수들이 25일 미시간주 앨런파크에서 훈련을 중단한 채 블레이크 총격에 대한 항의시위를 열었다. 수비수 테일러 데커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앨런파크/AP 연합뉴스

커노샤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흘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시내 주유소 근처에서 시위대와 무장한 남자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이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토니 이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의 수를 300명 가까이 늘렸다. 이버스 주지사는 우리는 조직적 인종차별과 불의가 계속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지만 파괴의 길로 빠져들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뿐만 아니라 뉴욕과 워싱턴 디시(DC),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 프로풋볼 리그(NFL)의 디트로이트 라이언스 선수단은 이날 훈련을 취소하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선수단은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고 적힌 칠판을 세워놓고 시위를 했다. 미 프로농구(NBA) 팀 토론토 랩터스는 항의의 뜻으로 27일로 예정된 보스턴 셀틱스와의 경기를 보이콧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밤 주 방위군을 보내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라고 쓴 트위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본인 트위터에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위스콘신으로 불러야 한다. 그것은 준비돼 있고 의지도 있으며, 생각보다 많다.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라는 트위트를 올렸다. 경찰의 과도한 폭력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대선이 70여일 남은 상황에서 흑인 인권보다 법과 질서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도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경찰 개혁보다 공권력을 통한 시위 진압에 더 신경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던 매클로스키 부부를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CNN>커노샤 사태가 트럼프가 내세우는 법과 질서의 정치적 힘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