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9차전

홈경기서 2-0 완승…7승 2무 ‘조 선두’

29일 아랍에미리트와 10차전 앞둬

 

축구 국가대표팀 김영권(왼쪽)이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다시 전원 온(On). 귀국 전 멀티골의 환희도 잊었다. 12시간45분의 항공 피로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축구가 좋아, 남은 에너지를 불살랐다. 경기장의 6만4375명 관중이 ‘대한민국~’을 연호한 이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슈퍼스타’ 손흥민(토트넘)의 결정타 등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이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은 승점 23점(7승2무)으로 이란(7승1무1패·승점 22점)을 밀어내며 조 선두에 올랐다. 29일 아랍에미리트와 10차전을 앞두고 있어, 1위로 마칠 가능성은 크다.

 

무엇보다 2011년 아시안컵 8강전 윤빛가람의 골(1-0)로 승리한 뒤 11년 동안 한 번도 꺾지 못한 이란을 제압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승리로 최근 11년간 1승3무4패, 통산 맞전적 10승10무13패가 됐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 이란은 21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다. 이란은 신체적으로 강하며, 기술력과 조직력도 갖춘 팀이다. 하지만 한국엔 좀처럼 나타나기 힘든 특급 손흥민이 있었고, 이날 경기에서 역시 세계 최고의 공격수에 걸맞은 활약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벤투 감독은 이날 황의조를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켰고, 손흥민과 이재성, 황희찬 등 유럽파와 권창훈을 2선에 배치해 공격 작업의 주 임무를 맡겼다.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에서 중심을 잡았고, 포백에는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이 늘어섰다. 골키퍼는 김승규.

 

한국은 전반 선수들의 공을 불안하게 관리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전반 3분, 5분, 17분 수비수들의 잇따른 실수로 상대가 골문 앞에서 공을 잡는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벤투 감독 특유의 점유율, 빌드업 축구가 이란이라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흔들린 것이다.

 

몇 년 만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의 함성과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대형 카드섹션 이벤트 등 들뜬 경기장 분위기에 선수들의 심장 박동이 높아졌다. 원터치로 이어져야 할 빠른 공격 전개도 드리블 실수나 띄워주기의 둔탁함으로 예리함이 떨어졌다.

 

기대보다 특징이 없는 경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꾼 것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공만 잡으면 상대의 집중 견제에 돌파구를 열지 못하던 손흥민은 전반 추가 시간 이란 벌칙 구역 왼쪽 앞에서 잡은 공을 치고 나간 뒤, 낮고 빠른 궤적의 대포알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이란의 아미르 자데 골키퍼가 두손으로 공을 막아 세우려 했으나, 워낙 강한 공은 그의 발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 경기(3-1)에서 멀티골을 터트렸지만, 기쁨의 스위치를 오프(Off)시킨 뒤 장거리 비행 여독에도 “대표팀 승리”만을 외쳤던 집념이 일군 골이었다.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전반 선제골(1-1)을 넣는 등 까다로운 이란과의 경기에서 해결사 구실을 했다.

 

손흥민의 골로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들어 전반과는 완전히 다른 리듬으로 이란을 몰아붙였다. 후반 초반 손흥민과 황의조가 잇따라 골문 안으로 때린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며 막혔지만, 파상적인 공세의 물꼬가 이때부터 터지면서 흐름은 한국이 압도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좌우 포지션을 바꾸면서 이란 수비를 교란하기도 했다.

 

결국 후반 18분 추가골이 터지면서 한국은 압승을 예감했다. 측면의 황희찬이 넣은 크로스를 이재성이 살짝 꺾었고, 골지역 정면에서 대기하던 김영권이 왼발로 골망을 흔들자 스탠드는 팬들의 함성으로 흔들렸다.

 

이란은 이날 코로나19로 메디 타레미(포르투)와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등이 빠졌다. 하지만 장신의 사다르 아즈문이 최전방에서 롱볼을 활용한 득점을 시도하는 등 사력을 다했다. 한국은 게임 체인저 손흥민과 이란전 11년 무승의 고리를 끊겠다는 선수단의 각오, 관중의 열화같은 응원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위해 26일 밤 출국할 예정이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전적〉

 

한국 2-0 이란

 

△득점 손흥민(전47분), 김영권(후18분)

 

김창금 박강수 기자

미국 플로리다 더니든 TD볼파크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긴 기다림 끝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류현진은 26일 새벽 2시7분(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리는 2022 미국 프로야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안방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올 시즌 류현진은 친정팀 한화 이글스에서 훈련하는 등 2013년 미국 진출 뒤 가장 오랜 시간 한국에 있었다. 메이저리그 노사가 단체협약 개정을 두고 긴 갈등을 겪으며 개막 일정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보통 1월말∼2월초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올해는 3월14일에야 미국으로 출국했다.

 

토론토 선발진 중에선 류현진이 가장 늦게 시범경기에 나선다. 첫 경기에선 약 2이닝을 던질 전망이다. 앞서 호세 베리오스, 알렉 마노아, 기쿠치 유세이가 이미 시즌 첫 경기를 마쳤다. 케빈 가우스먼은 25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출격한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는 4월7일 개막한다. 이준희 기자

LPGA, HSBC챔피언십 후반 ‘뒷심’ 17언더파

15R 연속 60대 타·30R 연속 언더파 신기록

고진영 “내가 자랑스럽고, 꿈만 같다” 소감

 

고진영이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18번홀(파4) 페어웨이 안착부터 버디 퍼팅까지…. 당대 최고 선수의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은 역사를 만들었다. 우승컵까지 확보해 기쁨은 더 컸다.

 

세계 1위 고진영(27)이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상금25만5천달러. 지난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2연승이며, 최근 엘피지에이 10개 대회 중 6개 대회 석권이다. 엘피지에이 통산 13승.

 

고진영은 우승뿐 아니라 엘피지에이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 신기록도 세웠다. 60대 타수는 지난해 BMW 챔피언십 2라운드부터 시작된 것이고, 언더파 성적은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부터 이어져 왔다. 안니카 소렌스탐과 유소연(32)의 14라운드 60대 타수, 소렌스탐과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29라운드 언더파 기록을 각각 넘어섰다.

 

이날 1타차 공동 2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전반부 파 행진을 하다가, 8번~9번홀 연속 버디로 타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어 12번홀(파4) 보기로 주춤했지만, 특유의 뒷심으로 13번~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고진영은 17번홀(파3)에서 이정은(22), 전인지(28) 등 같은 조 선수들과 파로 마무리한 뒤 18번홀(파4)에 들어섰다. 이때 이정은과는 16언더파로 공동 1위였고, 전인지보다는 1타를 앞서는 상황이었다.

전인지 선수

이정은 선수

 

먼저 티박스에 오른 고진영은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반면 이정은과 전인지의 드라이버 샷은 러프로 들어가면서 명암이 갈리기 시작했다. 페어웨이에서 고진영이 먼저 아이언샷으로 올린 공은 핀 뒤쪽 가까이에 떨어졌고, 이정은과 전인지가 시도한 두 번째 샷은 각각 핀 근처 벙커와 러프로 들어갔다. 결국 고진영은 이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우승을 확정했고 이정은은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전인지는 파로 막아냈다.

 

고진영은 경기 뒤 두 개의 신기록을 작성한 것에 대한 질문에, “자랑스럽다.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3타를 줄인 전인지가 이민지(호주)와 공동 2위(15언더파 275타), 역시 3타를 줄인 이정은이 공동 4위(14언더파 274타)에 올랐다. 양희영(33)이 공동 6위(13언더파 275타), 6언더파를 친 김아림(27)이 공동 9위(11언더파 277타)를 차지했다. 박인비(34)는 공동 17위(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창금 기자

 

'신기록 2개+시즌 첫 우승' 고진영 "행복하다…연습 더 해야"

 

우승 트로피를 들고 흐뭇해 하는 고진영. [AFP=연합뉴스]

 

시즌 첫 출전 대회에서 우승하고 신기록 2개까지 챙긴 고진영(27)은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면서도 "연습을 더 하겠다"고 마르지 않는 의욕을 드러냈다.

 

고진영은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일에 6타를 줄여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그는 특히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와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라는 두 가지 신기록을 세웠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고진영은 "신기록을 세워서 자랑스럽고 너무 행복하다"면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는) 작년에 부산에서는 긴장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압박감 속에서 경기하면서도 해내서 내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기록을 깼지만 누군가가 또 깰 것"이라면서도 "내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고 싶다"고 이 두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승 회견에 앞서 열린 시상식에서도 "꿈만 같다. 자신과 싸움에서 이긴 내가 자랑스럽다"고 신기록 달성에 뿌듯한 감정을 나타냈다.

 

이날 선배 전인지(28)와 후배 이정은(26)과 챔피언조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역전 우승을 거둔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한국 선수 2명과 경기하는 건 늘 어렵다.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래도 다들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12번 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뒤처지는 듯했던 고진영은 13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로 승기를 잡았다.

 

"12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수한 나한테 화도 났다"는 고진영은 "6개 홀이 더 남았으니 버디를 더 잡아낼 수 있다고 나를 다독였다"고 그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마침 다음 13번 홀이 파5라서 버디로 만회했고 14, 15번 홀 버디는 운이 좀 따랐다. 18번 홀 버디도 행운이었다"면서 "어쨌든 최대한 버디를 많이 잡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8번 홀에서는 버디를 꼭 잡겠다고 노렸다"면서 "이런 (덥고 습한) 날씨에 연장전을 치르고 싶지는 않았다"고 18번 홀에서 보인 공격적인 플레이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대회 내내 전반보다 후반에 더 좋은 스코어를 냈던 고진영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알고 싶다"면서 "전반에는 늘 스윙이 불편했다. 그래서 후반이 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기에 더 좋은 경기가 나왔다"고 자평했다.

 

7일 귀국하는 고진영은 한국에서 뭘 하면서 지낼 것이냐는 질문에 "연습"이라고 답했다.

 

고진영은 "겨울 훈련이 끝나고 나온 첫 대회였다. 어떤 것이 부족한지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에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깨달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라며 "골프를 좀 쉽게 치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노사 합의점 끝내 못 찾아 1995년 이후 27년 만에 연기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가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상 개막이 무산됐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노사 분규로 리그 개막이 연기된 건 1995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는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희망과 달리 노사 합의에 실패했다. 4월1일 개막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팀당 162경기 정규시즌 일정을 최대 156경기로 축소한다. 일단 개막 뒤 열릴 두 번의 시리즈(팀당 6경기)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파행을 겪고 있다. 선수노조와 새 단체협약 합의를 이루지 못한 구단주 쪽이 지난해 12월2일 직장폐쇄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2월17일 예정)와 시범경기(2월27일 예정)도 모두 연기됐다. 선수들은 구단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자유계약선수(FA) 협상도 멈췄다. 3월2일은 정규시즌 정상 개막을 위한 마지노선이었으나, 결국 합의가 무산되며 일정이 축소됐다.

 

선수노조 쪽에선 구단주가 직장폐쇄를 악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토니 클락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2일 협상 결렬 뒤 기자회견을 열어 “100억달러 규모 업계에서 구단주들이 경제적 무기를 자신들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선수들에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은 결국 돈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구단주 쪽은 사치세 한도를 2022년 2억1000만달러에서 2026년 2억3000만달러로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선수노조 쪽은 올해 2억3800만달러로 출발해 2026년 2억6300만달러로 올리자고 했다.

 

연봉 조정신청 자격이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주는 보너스 풀에서도 양쪽 입장은 팽팽히 맞섰다. 구단주 쪽은 기존 안 2500만달러에서 3000만달러로 안을 바꿨고, 선수노조 쪽은 1억15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입장을 수정했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