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개월간 장비 미세조정…6월부터 우주 관측 가능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궤도 배치 상상도 [NASA 제공]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 망원경인 '제임스 웹 망원경'(JWST)이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관측 궤도에 안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4일 웹 망원경이 지상관제소의 명령에 따라 5분가량 추진로켓을 가동해 최종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5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로켓에 실려 발사된 지 30일 만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성명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하면서 "올여름 웹 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가 나오길 학수고대한다"고 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네 배 이상 되는 웹 망원경 관측 궤도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2 라그랑주 점'(L2)으로 7t에 달하는 망원경이 안정적으로 태양 궤도를 돌며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다.
웹 망원경은 L2 주변을 180일마다 80만㎞의 작은 원을 그리며 공전하는 지구에 맞춰 태양궤도를 돌게 된다.
웹 망원경의 발사 이후 궤적과 L2 궤도(오른쪽 원) 진입 [NASA 제공]
태양에서 바라본다면 지구 뒤편에 숨어 열에 민감한 웹 망원경이 초저온 상태에서 최적의 관측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태양광 패널을 지속해서 충전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선택된 궤도다.
L2 궤도 안착으로 역대 가장 어려운 우주 전개와 배치로 평가받는 '고비'를 모두 넘긴 웹 망원경은 앞으로 약 5개월에 걸쳐 6.5m의 주경과 부경, 과학 장비 등을 미세조정한다.
핵심 장비인 주경은 18개의 육각형 금 코팅 베릴륨 거울로 구성됐는데 원형대로 펼치기만 했을 뿐 뒷면의 구동장치를 작동해 하나의 거울처럼 움직이도록 정밀조정하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내주에 망원경을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초저온 상태(-240℃)가 되면 큰곰자리의 항성 HD-84406에 초점을 맞춰 주경 정밀조정이 시작되며, 약 3개월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웹 망원경은 오는 6월부터 우주 관측에 나설 수 있다.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가 투입된 웹 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100배에 달하는 성능을 바탕으로 적외선으로 우주 가스와 먼지구름을 뚫고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1세대 은하를 관측한다.
이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고 은하의 분포를 파악함으로써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또 외계행성 대기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인지도 파악하는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웹 망원경의 설계수명 10년을 훨씬 넘겨 20년까지도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지구 530㎞ 궤도에 배치돼 우주 유영을 통해 5차례에 걸쳐 수리가 이뤄지며 32년째 활약 중인 허블 망원경과는 달리 지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번 고장이 나면 수리가 불가능하다.
‘우주 척후병’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지상 망원경에 포착
달보다 4배 더 먼 곳에 보낸 ‘우주 척후병’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궤도에 안착
지상 천체망원경에 희미한 점으로 잡혀
사진 중앙의 작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흰색 점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다. 가상망원경 프로젝트 제공
“태초의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달보다 4배 먼 우주 공간으로 보낸 인류 최고의 우주 척후병.”
위 사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흰색 작은 점의 실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지상 천체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달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희미한 모습을 포착했다.
제임스웹은 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적외선을 이용해 빅뱅 이후 탄생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나사와 유럽우주국, 캐나다가 함께 만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연구·개발과 제작에 25년간 100억달러(약 12조원)가 투입됐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온라인 관측 프로그램인 ‘가상 망원경 프로젝트’(Virtual Telescope Project)를 통해 찍은 것이다. 로마 인근에 설치된 이 온라인 관측소는 지름 17인치(43cm)와 14인치(35cm) 망원경 2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사진은 17인치 망원경 ‘엘레나’로 찍은 것이다. 노출 시간은 300초.
이탈리아 온라인 관측 프로그램 ‘가상망원경 프로젝트’의 망원경. 가상망원경프로젝트.
제임스웹은 지구를 출발한 지 한 달만인 25일 새벽 4시(한국시각)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에 도착했다. 사진을 촬영할 당시 제임스웹의 위치는 지구에서 140만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우주선이 최소한의 연료로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라그랑주점이 5곳이 있는데, 제임스웹이 도착한 곳은 제2 라그랑주점(L2)이다. 이곳은 태양을 기준으로 볼 때 지구 뒤쪽에 있다.
제임스웹은 라그랑주점을 원을 그리며 돌면서 3주에 한 번꼴로 내부에 탑재된 추진기를 작동시켜 궤도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제임스웹은 앞으로도 5개월 동안 거울 초점 조정, 기기 점검, 시험 관측 등의 준비 작업을 더 마쳐야 한다. 따라서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6월 말이나 7월부터 정식 관측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지금부터 3개월간은 18개의 주거울 조각들을 미세조정해 18개가 완벽하게 같은 지점을 향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나사는 제임스웹의 설계 수명은 5~10년이지만 발사 후 궤도 조정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료 여유분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적어도 10년, 최대 20년까지 망원경이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추가로 실은 142kg의 추진제 가운데 32%만 사용한 상태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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