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군사 · 전략적 의미 큰 부여
중 “민진당 정치적 위기 모면 목적”

 

미국 연방 상원의원들이 지난 6일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원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 공군 전략 수송기를 이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만 쪽에선 군사·전략적 의미를 크게 부여한 반면, 중국 쪽에선 ‘살라미 전술’을 이용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7일 대만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등 미 연방 상원의원 3명을 태운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전날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이들은 차이잉원 총통을 예방하고, 미국 쪽이 대만에 코로나19 백신 75만회분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심의 초점은 이들이 타고 온 항공기에 집중됐다. 통상 미 고위직은 해외 방문 때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에 주둔한 미 공군 제15비행단이 운영하는 C-40 ‘클리퍼’를 이용한다. 지난해 8월 알렉스 아자르 당시 미 보건장관이 대만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 오산기지에서 출발한 미 공군의 대형 전술·전략 수송기인 C-17 ‘글로브 마스터’를 이용했다.

 

맥도널더글라스와 보잉이 공동 개발한 이 수송기는 길이 53m, 무게 265t, 최대항속 시속 1080km에 이른다. 대만 <자유시보> C-17의 재원을 상세히 소개한 뒤, “71t의 화물을 탑재하고 최대 448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공중 재급유를 받으면 항속거리를 1만1000km까지 늘릴 수 있다”며 “M1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트라이커 경장갑차 등도 실을 수 있고, 활주로가 짧은 소형 공항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만중앙통신>(CNA)은 미 현직 상원의원단의 대만 방문이란 정치·외교적 의미 외에 ‘군사·전략적 의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통신은 린잉요우 중정대 교수의 말을 따 “C-17은 전략 전술수송기로 이번엔 상원의원이 탑승했지만, 비상 사태 발생시 미군이 긴급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도 통신에 “C-17은 여러차례 한-미 연합훈련에 동원됐지만, 한국에 착륙한 것은 지난 5월 대구공항이 처음”이라며 “대구공항은 쑹산공항과 마찬가지로 민군 겸용공항이며, 이번 방문길에 쑹산공항에 착륙한 것은 긴급 상황시 대형 수송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도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중국 쪽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앞선 미 고위인사의 대만 방문 때처럼 공군기를 동원한 ‘위협 비행’ 등은 벌이지 않았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대만 쪽도 이같은 행동이 대만 해협의 긴장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대만인의 관심을 본토 쪽으로 돌려 민진당 정권에 대한 불만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문은 “미국과 대만이 (단계별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살라미 전술을 이용해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이를 좌시한다면 더욱 대담하게 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수 있으므로 절대 용인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토는 대만에 대한 압도적 군사력 우위 속에 대만해협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능력도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실질적 자유를 갖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