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이모저모
‘비트코인 가격 하락·공매도 승리’ 점쳐
멍거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 반하는 것”
‘스페이스엑스 화성 여행자’ 보험 허용 묻자
자인 보험부문 부회장 “고맙지만 사양”
버핏 “머스크 승선 여부 따라 보험료 달라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2019년 5월 3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주주 쇼핑의 날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마하/로이터 연합뉴스
해마다 5월의 첫 토요일이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볼 수 있었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올해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이유는 뭘까?
지난해 오마하 주총장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워런 버핏 회장을 제외하곤 한 명의 주주도 입장할 수 없었다. 버핏의 오랜 벗이자 조력자인 찰리 멍거 부회장도 불참했다. 멍거는 건강 문제로 엘에이 자택에 머물렀다. 둘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97살 멍거와 90살 버핏의 재회를 위해 올해엔 주총 장소를 엘에이로 바꾼 것이다. 지난 1일 열린 주총을 생중계한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둘은 늙은 부부인 양 무심한 듯 다정해 보였다. 버핏이 후계자로 지목한 그레그 아벨 부회장과 아지트 자인 부회장도 아들처럼 동석했다.
야후파이낸스가 소개한 온라인 주총 하이라이트를 보면, 버핏은 ‘쥐약’이라고 극언한 바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번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지금 주총을 지켜보는 사람들 중 수십만명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공매도한 사람은 2명 있을 것”이라고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이어 “수십만의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과 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선택지를 찾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공매도가 승리할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비트코인 매도자를 딱히 2명이라고 한 것을 두고선 버핏 자신과 멍거를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멍거는 비트코인이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뚝딱 발명된 금융상품에 하루아침에 몇십억 달러를 퍼붓는 것은 ‘황소 앞에 붉은 깃발’을 흔드는 격”이라고도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머스크가 화성 탐사를 위한 스페이스X 비행에 대한 보험가입을 요청한다면 수락할 생각이 있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버크셔의 보험부문 부회장 아지트 자인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버핏이 씩 웃으면서 “그 결정은 보험료에 달려있다. 머스크의 승선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왼쪽)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온라인 주총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알듯모를듯 에둘러 답변하자 찰리 멍거 부회장이 웃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영상 갈무리
최근 미국 개미들의 투자 광풍에 대해 버핏은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가 도박을 충동질해 주식시장을 카지노판으로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처음 여윳돈이 생긴 사람들에게 하루에 50번 거래를 해도 수수료가 공짜라며 데이 트레이딩(하루에 수차례 매수와 매도를 반복)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뒷문 상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합병 열풍에 대해서도 “좀 과장하면 도박판으로,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핏은 “스팩은 2년 안에 합병해야 하는데, 만약 여러분이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2년 내 어떤 기업을 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애플 주식을 일부 판 것은 “아마도 실수였다”며 인정했다. 버크셔가 애플 주식을 사는데 들어간 원금은 310억 달러인데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의 시가는 3월 말 기준 1110억 달러(약 125조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에게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이 아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펀드를 추천했다. 버핏은 “개별종목을 고르기보다는 지수를 사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세상을 떠나면 아내에게 남긴 자금의 90%가 S&P500지수 펀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멍거는 “전체 주식시장보다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분산 명목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으니 본인이 잘 아는 2~3개 종목을 찾는 게 훨씬 쉽다는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버핏은 “우리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며 최근의 물가상승을 우려했다. 그는 “버크셔도 가격을 인상하고 다른 사람들도 우리에게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이게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가 정말 달궈지고 있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했다.
앞서 버핏은 주총 개회사에서 “미국 경제가 지난해 3월 절벽에서 굴러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와 의회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 계획에 대해선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며 “증세의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은 기업들이 지어낸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한광덕 기자
워런 버핏, 후계자로 캐나다 출신 그레그 에이블 ‘낙점’
버핏 “내게 무슨 일 일어나면 내일 아침 그레그가 경영 인수”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 1일 화상으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91살 생일을 앞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후계자를 공개했다.
버핏 회장은 3일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에 출연해 “오늘 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내일 아침 경영권을 인수할 사람은 그레그(그레고리 에이블 부회장)가 될 것이라고 이사들이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이 당장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날 생각을 밝힌 것은 아니다.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으로는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97), 비보험 부문을 총괄하는 그레그 에이블(59), 보험 부문을 맡은 아지트 자인(69)이 있다. 버핏은 2012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차기 최고경영자는 내부적으로 선출하고 있다면서도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2018년 에이블과 자인이 부회장으로 지명되면서, 둘은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1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멍거 부회장이 버크셔해서웨이의 기업 문화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그레그가 문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해 에이블 부회장이 후계자가 되리라는 관측이 커졌다. 버핏 회장이 이틀 만에 이를 확인한 셈이다.
에이블 부회장은 캐나다 출신으로 전력회사인 칼에너지 출신이다. 1999년 이 회사가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 2008년부터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분야 지주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부쩍 존재감을 키워왔다. 지난해와 올해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버핏과 함께 등장해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에너지 사업 분야 목표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839년 설립된 미국 섬유업체였으나 현재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가 됐다. 산하에 보험업과 제조업, 소매업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버핏은 1962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경영권을 획득했는데, 미 섬유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자 회사 경영 방향을 바꿨다. 버크셔해서웨이 보고서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20년까지 버크셔해서웨이 누적 수익률은 281만% 이상으로, 에스앤피(S&P)500 지수의 약 2만3000%를 앞선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인 룬치스자산운용의 회장 폴 룬치스는 “그(에이블)는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끌 완벽한 인물”이라면서도 “누가 이 일(후계자)을 원할지 모르겠다. 워런을 대체할 인물은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버핏의 명성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신문은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직은 버핏의 아들인 하워드 버핏이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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