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 의혹 신장산 면화 사용 중단” 빌미, 애국주의 열풍

 중 누리꾼, H&M 등 서구 브랜드 불매운동 중국정부도 두둔

 

25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스웨덴 의류업체 ’에이치 앤 엠’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서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를 두고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의 충돌이 중국 내에서 서방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 ‘애국주의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25일 관영 <환구시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스웨덴의 세계적 의류업체인 ‘에이치 앤 앰’(H&M)을 시작으로 아이다스와 나이키 등 각종 서구 브랜드에 대한 중국 누리꾼의 불매 운동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들 업체가 과거 강제노역 등 인권탄압 의혹을 사고 있는 신장 지역에서 재배한 면화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탓이다.

앞서 에이치 앤 엠 쪽은 지난해 9월 공식 누리집에 성명을 올려 “신장의 강제 노역과 소수 민족 차별과 관련한 보도에 깊이 우려한다”며 “이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체 쪽의 이같은 대응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면화업계 감시단체 ‘더 나은 면화를 위한 구상’(BCI) 쪽이 세계 주요 의류업체에 강제노역과 연계된 신장 면화 구매를 중단할 것으로 촉구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발표 당시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 성명은 지난 22일 유럽연합(EU)이 신장 지역 인권 탄압을 이유로 대중국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관심꺼리로 떠올랐다. 특히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이 24일 업체 쪽의 성명 내용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누리꾼들의 집중 공세가 시작됐다.

“한편으론 거짓 소문을 퍼뜨려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중국에서 돈을 벌겠다는 거냐? 꿈 깨라!”는 질타가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누리꾼들의 반응이 격렬해지면서, 타오바오·징둥·핀둬둬 등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이 업체 관련 상품을 일제히 내렸다.

샤오미·화웨이·텅쉰 등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정보통신 업체들도 에이치 앤 앰의 앱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황쉰·송쳰 등 이 업체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던 연예인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어 “모든 협력관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에이치 앤 엠 쪽은 24일 밤 웨이보를 통해 성명을 내어 “항상 중국 소비자를 존중한다”고 몸을 낮췄다. 업체 쪽은 “중국과 전세계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의류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 350개가 넘는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발전을 위한 기여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에이치 앤 엠 뿐이 아니다. 신장 강제노역 관련 보도에 우려를 표했던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롯해 뉴밸런스·버버리·유니클로 등도 속속 ‘불매 운동’ 대상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중국 중·고가 신발 브랜드 안타 쪽은 “신장을 포함해 중국에서 생산된 면화만 사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더 나은 면화 구상’ 탈퇴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 쪽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역 등 인권탄압이 있었다는 주장은 중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누르려는 반중국 세력의 악의적 날조”라며, 불붙기 시작한 불매운동에 대해 “중국인들은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두둔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