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트럼프의 분열·증오 신랄 비판

25분간 12차례 사용하며 단호한 어조로 정권 교체호소

 

20일 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의 열쇳말은 ”(light)이었다. 그는 25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둠” “분열로 규정하며 자신은 희망과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뚜렷한 대조법으로 뿜어냈다.

바이든은 흑인 인권운동가 엘라 베이커의 사람들에게 빛을 줘라. 그러면 그들은 길을 찾을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집권 4년을 암흑의 시절로 규정한 뒤 지금은 희망, , 사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신은 암흑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라는 단어를 12번 사용했다.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의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현 대통령” “이 대통령이라고 가리키며 책임지지 않고, 지도하기를 거부하고, 남을 탓하고,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고, 증오와 분열의 불꽃을 부추기고 있다고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재선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안다“(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가 유지될 것이고, 소상공인들은 영원히 가게 문을 닫게 될 것이며, 건강보험(오바마 케어)에 대한 공격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0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하며 암흑의 시절을 극복할 것이라고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그는 대통령 당선 이후 첫 과제로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을 꼽았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보험 개선, 대학 학비 부담 완화, 노인·아동 복지 강화, 기후변화 적극 대처 등의 공약도 소개했다. 특히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시위와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등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성에서 인종주의의 얼룩을 지울 수 있을까? 나는 우리가 준비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외정책에서도 트럼프와 차별화를 명확히 했다. 바이든은 동맹의 편에 서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독재자들 비위를 맞추는 날들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머리에 보상금을 건 러시아를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살해하는 대가로 탈레반에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논란을 가리킨 것이다. 바이든은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은 1988년과 2008년 도전에 이어 ‘3만이다. 미 최고 지도자로 가는 인생 최대의 연설에서 바이든은 유약한 이미지나 말실수 등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려는 듯 단호하고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자동차 사고로 첫 아내와 어린 딸을 잃고, 5년 전 장남 보 바이든마저 뇌종양으로 잃은 개인사를 언급하며 감성적인 접근도 가미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지난 2월 뉴햄프셔주 경선 때 바이든한테서 말더듬증을 고치는 법을 조언받았던 13살 소년이 화상으로 바이든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의 약점인 말더듬증을 공감 능력으로 승화시켜 대중에게 알려준 셈이다.

트럼프는 이날도 바이든에게 재 뿌리기 행보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 <폭스 뉴스>에 출연해 우편투표가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들(민주당)은 선거를 훔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설 뒤에는 “47년 동안 조는 지금 자신이 말하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말뿐이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는 오는 27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네그로폰테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공화당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를 담당했던 전직 당국자 70여명이 트럼프는 재임하기에는 위험하게도 부적격하다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희망' 강조한 연설 호평'정책 미흡' 평가도

"대통령 연설 같았다" "지금까지 연설 중 최고" 칭찬도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20일 일생일대의 연설인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빛과 희망을 강조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연설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가운데, 대선 후보라기보다는 대통령 같은 면모를 풍겼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다만, 대체로 정책보다는 빛과 어둠, 선과 악 등의 이미지를 자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빗대 대조하면서 어려운 시대에 승리를 강조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CNN방송은 바이든이 처음 무대 위 그늘에 있다가 빛이 있는 쪽으로 걸어 나왔다면서 이는 그의 연설과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연설을 끝맺으면서 "미국 (역사)의 어두운 장의 끝은 오늘 밤 여기에서 시작됐다. 사랑과 빛이 국가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날 24분간의 연설에서 ''11차례, '희망'10차례 언급했다고 CNN방송은 집계했다. '공포'5차례만 언급했다.

글로리아 보르저 정치평론가는 CNN방송에 "조 바이든이 지금까지 했던 연설 중 최고"라면서 "전당대회 연설이 아니라 대통령 연설 같았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은 연설에 합리적으로 보이는 정책 처방을 길게 포함했지만, 성격과 품위, 열정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면서 "전당대회 연설보다는 취임연설 초안 같았다"고 평가했다.

20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마스크를 쓴 채 맞잡은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설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호평이 이어졌다.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후보 대선 캠페인을 이끈 로버트 슈럼은 "연설을 진행한 텅 빈 호텔 무도회장은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면서 "훨씬 대통령 같았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칼 로브는 폭스뉴스에 "아주 좋은 연설"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바이든은 나라를 하나로 통합할 사람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구축하려 했던 '슬리피 조'(Sleepy Joe)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바이든이 정책을 강조하기보다는 빛과 어둠, 선과 악 등을 대조하면서 광범위한 미국의 이상에 호소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바이든 전 부통령의 연설은 빛과 어둠, 선과 악, 과학과 품위, 민주주의에 입각한 투표 등을 대조하면서 어려운 시대 승리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등 핵심적인 정책 제안도 했지만, 반복해서 광범위한 미국의 이상에 호소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