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나발니, 독극물 공격당했을 가능성 있어

 

나발니가 입원 중인 샤리테 병원 주위를 순찰하는 독일 경찰 [EPA=연합뉴스]

 

러시아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체내에서 농약과 신경작용제 등의 약품에 사용되는 성분이 발견됐다.

24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가 입원 중인 베를린 샤리테병원은 검진 결과 체내에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가수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제제로, 농약과 신경작용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품에 사용된다.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는 알츠하이머 치료에도 사용되는데, 구토와 행동 불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샤리테병원은 나발니가 노출된 구체적인 물질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샤리테병원은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나발니가 여전히 혼수상태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면서 나발니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공교롭게도 최근 러시아에서 (독극물 공격) 의심 사례가 있었다"면서 러시아 당국 측에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샤리테병원에는 나발니의 신변 보호를 위해 독일 연방정부 요원들과 경찰이 배치된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오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나발니가 탑승한 항공기는 시베리아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그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발니 측은 독극물에 중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발니는 독일의 시민단체 '시네마평화재단'이 보낸 항공편으로 지난 22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샤리테병원은 베를린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으로 2018년 나발니와 마찬가지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쓰러진 러시아의 반체제 록그룹 리더 표트르 베르질로프도 치료한 바 있다.

베르질로프는 모스크바에서 법원 심리를 마친 뒤 갑자기 쓰러져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샤리테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의료진은 독극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베르질로프는 러시아 정보당국에 의한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러, 독극물 중독 의심 ‘푸틴 정적’ 독일 보내준 까닭은… 

러 병원, ‘독극물 없고, 저혈당 쇼크 추정’ ‘건강 상태 안 좋다

이송 반대하다 이틀만에 허용 독극물 사라지는 시간 벌기의혹

    

러시아 옴스크에서 22일 의료 전문가들이 독극물 중독이 의심되는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일 병원으로 보내기 위해 공항으로 옮기고 있다. 옴스크/로이터 연합뉴스

             

독극물 중독이 의심되는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22일 치료를 위해 독일로 옮겨졌다. 나발니의 독일 이송을 반대하던 러시아가 순순히 그를 내준 가운데,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의 독극물 중독 원인의 실마리가 나올지 주목된다.

나발니는 이날 오전 독일의 비정부기구인 평화를 위한 시네마가 후원한 비행기를 이용해 입원 중이던 러시아 시베리아 옴스크의 병원에서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옴스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당시 비행기 탑승에 앞서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셨는데, 측근들은 이 차에 들어 있던 독극물에 나발니가 중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독재를 강력하게 비난해 현 정부의 눈엣가시가 된 나발니가 테러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이번 이송은 나발니의 가족과 지지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졌다. 옴스크 병원의 의료진은 전날까지 나발니가 이송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건강 상태가 아니라며 이송을 반대하다가 이날 이송을 허락했다. 나발니 측근들은 그가 옴스크 병원에 실려간 날 저녁 의료헬기를 확보했으나 옴스크 의료진의 반대로 이송이 이틀가량 지연됐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러시아 쪽 의료진은 나발니의 체내에서 어떠한 독극물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의 상태는 저혈당으로 인한 대사이상의 결과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베리아 보건당국자들이 나발니의 머리카락과 피부에서 산업용 화학물질이 발견됐다고 밝힌 것과 어긋나는 것이다. 옴스크 지역의 내무부는 <랍시> 통신에 그 화학물질은 일반적으로 탄성을 개선하기 위한 중합체(폴리머)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그 물질이 집적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나발니 쪽에선 이를 두고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발니의 측근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 쪽) 의사들이 더이상 협력을 거부하고, 나발니의 부인에게도 정보를 주기를 거부했다은폐 공작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2018년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였던 러시아 반체제 그룹 푸시 라이엇의 활동가 표트르 베르질로프의 전처이자 반체제 활동가인 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도 러시아 당국의 공작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나발니의 증세가 전남편의 독극물 중독 때와 비슷하다며 러시아 의사들이 나발니의 출국을 허용한 것은 독극물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 당시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던 베르질로프의 혈액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독일 의사들이 사흘이 지나면 독극물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발니가 이송된 독일 샤리테 병원의 의료진은 현재 나발니가 왜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가 됐는지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추후 관련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 정의길 기자 >


'이송 지원' 시민단체 "도착 후에도 안정적 상태

 

독일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의료용 여객기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를 태운 항공기가 22일 독일에 도착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께 나발니를 태우고 시베리아 옴스크 공항을 출발한 의료용 항공기가 이날 오전 베를린 테겔 공항에 착륙했다.

나발니는 도착 직후 베를린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발니의 독일 이송을 추진한 독일 시민단체 시네마평화재단의 야카 비질 대표는 언론에 "나발니가 비행 도중과 착륙 후에도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나발니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도 나발니의 베를린 도착 소식을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오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나발니가 탑승한 항공기는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그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독일 의료진이 전날 나발니를 이송하기 위해 의료용 항공기로 옴스크에 도착했으나, 옴스크 병원은 나발니의 불안정한 상태로는 이송이 위험하다며 퇴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나발니 측은 나발니의 체내에서 독극물을 추적할 수 없을 때까지 당국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나발니가 마신 차에 독극물을 집어넣고, 이후 치료를 위한 유럽행을 지연시킨 배후에 크렘린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발니의 상태를 살펴본 독일 협진팀이 항공 이송이 가능한 상태라는 소견을 낸 뒤에야, 옴스크 병원 측은 이송을 허락했다.

옴스크 병원 차석의사 아나톨리 칼리니첸코는 "나발니의 상태가 안정됐으며, 나발니 측이 이송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송 문제를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인권단체가 보낸 의료용 항공기로 가족과 이송개시

반대하던 러 의료진 "나발니 상태 좋아져 하루 내 이송"

병원측 "독극물 발견 안 돼" 나발니 측 "차에 독극물 타"

        

독극물 중독 증세로 시베리아 도시 병원에 입원 중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치료를 위해 독일로 갈 수 있게 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가 입원 중인 시베리아 옴스크 구급병원 의료진은 21일 오후 나발니의 상태가 안정됐기 때문에 그의 독일 이송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병원 차석의사 아나톨리 칼리니첸코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히면서 나발니가 하루 안에 독일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나발니의 생명에 대한 위험은 없는 것으로 의료진은 본다"면서 "뇌전도 검사 결과 그의 뇌는 안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병원 수석의사 알렉산드르 무라홉스키도 "가족과 독일 의료진의 책임하에 이송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옴스크 병원에 도착해 혼수상태에 있는 나발니를 검진한 독일 의사들도 그가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이송되기에 적합한 상태인 것으로 판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독일은 나발니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혼수상태 환자 수송 설비를 갖춘 특별 의료용 항공기에 전문 의료진을 태워 전날 저녁 러시아로 보냈다.

의료용 항공기 급파는 독일의 인권단체인 '시네마 포 피스 재단'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옴스크 현지 병원에 도착한 독일 의료진은 중환자실에 있는 나발니를 검진하고 러시아 의료진과 이송 문제를 협의했다.

나발니가 입원 중인 옴스크 구급병원

앞서 옴스크 병원 측은 나발니의 상태가 여전히 불안정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의 독일 이송을 반대했었다.

이에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는 남편이 독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게 허가해 달라고 요구하는 호소문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율리야는 호소문에서 "나발니는 수준 높은 독일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21일 정오부터 알렉세이를 즉각 운송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마련됐다. 그를 독일로 운송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러시아 의료진은 앞서 이날 그에게서 독극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옴스크 병원 차석의사 칼리니첸코는 기자들에게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의사들은 그가 중독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칼리니첸코는 "(나발니의) 혈액과 소변 검사에서 독극물이나 관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여러 검사와 모스크바에서 온 의사들과의 협진 결과 중독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옴스크 주정부 보건부는 이날 병원 수석의사를 인용해 나발니의 병명이 세포내 화학반응인 '물질대사 장애'라고 진단했다.

보건부는 "기내에서 급격한 혈당 저하에 의해 물질대사 장애가 일어나고 이것이 의식 상실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발니의 피부와 옷에서 발견된 화학성분은 플라스틱 컵에서 나온 일반적인 산업물질로 밝혀졌다면서, 이 화학성분은 환자의 혈액이 아니라 피부와 옷에서만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옴스크 지역 경찰도 나발니의 검체에서 발견된 화학성분은 플라스틱 컵과 접촉하면서 남은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료진의 진단에 대해 나발니의 개인 주치의 아나스타시야 바실리예바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물질대사 장애는 큰 병이 있을 때나 일어난다. 이것은 상태이지 (병인에 대한) 진단이 아니다. 혈당 저하도 진단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바살리예바는 "이는 중독이며 이로 인해 심각한 물질대사 장애가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나발니의 베를린 이송에 반대하는 이유도 그의 몸속에서 독극물 흔적이 사라지도록 사흘 동안을 기다리려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유럽 의사들이 독극물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나발니가 지난 2011년 창설해 운영중인 '반부패펀드' 대표 이반 즈다노프도 이날 교통경찰이 나발니에게서 '치명적인 물질'을 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나발니 측근들의 주장은 치료 담당 의사들의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고위 인사들의 비리와 부정축재 등을 고발하는 반부패 운동을 펼치며 푸틴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온 야권운동가 나발니는 전날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오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다른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에 비상 착륙한 여객기에서 곧바로 현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혼수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측근들은 나발니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신 것 외엔 다른 음식물을 먹은 게 없다면서 누군가가 차에 독극물을 타 그를 독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정적’ 나발니 의식불명…러 병원,“독극물 중독 아냐”

푸틴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는 변호사 출신 나발니

시베리아 방문했다가 사고전에도 두차례 공격당해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0일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그가 20197월 모스크바 지방선거에 출마한 독립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 모습.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4)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고 그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가 20일 밝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은 야르미시 대변인의 트위터 글을 인용해, 나발니가 시베리아 지역의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상 증세를 보여 비행기가 옴스크에 비상착륙했다고 전했다.

야르미시는 나발니는 현지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낀 채 치료받고 있다그가 톰스크공항 카페에서 마신 차에 들어간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아침에 그가 마신 것은 차밖에 없다며 나발니가 기내에서 땀을 흘리다가 화장실에 가서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톰스크 현지의 나발니 측근도 그가 사흘 동안 톰스크에 머무는 동안 건강했으며 이날 아침에도 건강 이상을 호소한 바 없다고 밝혔다.

당국이 수사에 나섰지만 수사관들은 의도적인 독극물 사건은 아닌 걸로 보고 있다고 사법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통신은 전했다.

나발니는 다음달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독립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베리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 인터넷 언론 <타이가인포>는 나발니가 집권 통합 러시아당의원들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7월 말 공정선거 촉구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한 바 있다. 당시 그의 주치의는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는 소견을 밝혔다. 20174월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한 뒤 나오다가 괴한의 독극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일로 나발니는 눈 동공과 각막 손상을 입었다.

변호사 출신 반부패 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지난 7월 개헌 국민투표를 쿠데타로 표현하기도 했다. 수십차례 투옥되며 대표적인 야권 운동가로 떠오른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항할 만한 대표적인 야권 인사로 꼽혀왔다. 그는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 푸틴에게 도전하려 했으나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의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전력 때문에 후보 등록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 신기섭 기자 >

러 병원, ‘푸틴 정적혼수상태 독극물 중독 아니다주장

나발니 입원 병원 독극물 발견 못 해유럽연합 환자 독일로 이송 요구

 

21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도시 옴스크에서 한 여성이 독극물 중독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옴스크에서 풀어달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옴스크/AP 연합

독극물 중독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러시아 병원이 나발니가 쓰러진 원인이 독극물 중독이 아니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나발니가 입원 중인 시베리아 옴스크 구급병원 차석 의사 아나톨리 칼리니첸코는 21나발니 몸에서 독극물이나 독극물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우리는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이 병원 수석 의사는 나발리가 대사 장애가 있었다. 혈당치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생긴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수석 의사는 나발리 혈액에서 나발리 쪽 인사들이 위험물질로 거론한 화학물질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부와 옷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됐지만, 이는 일반적 공업 물질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정치인 나발니는 지난 20일 시베리아 지역의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상 증세를 보였다. 비행기는 시베리아 지역 다른 도시 옴스크에서 비상 착륙해 나발니는 옴스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는 나발니가 쓰러진 날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셨는데 차에 들어간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나발니가 쓰러지기 전에 섭취한 것은 이 차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옛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에서는 최고 권력을 비판하거나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이 독극물을 통해 살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의혹이 일고 있다.

나발니를 치료하기 위해서 21일 아침 독일에서 전용 비행기가 도착했지만, 옴스크 병원은 나발니 상태가 비행기를 타기는 위험하다며 퇴원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나발니를 독일 베를린 전문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기 위해서 독일 시민단체가 보낸 전세기로, 비행기에는 전문 의료진이 탑승하고 의료장비도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정부에 사건 조사와 나발니 이송 허가를 요청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1우리는 신속하고 독립적이 투명한 조사를 기대한다우리는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송돼 외국에서 치료를 받게 할 수 있게 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나발니의 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나발니를 독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서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 조기원 기자 >

푸틴 정적독극물 중독에 소환되는 러시아 독살 잔혹사

옛 소련 때 KGB 요원들 활용 푸틴 체제 정적·비판자들 많이 희생

한 러시아 시민이 20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서 열린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지지하는 시위에서 독은 여자, 겁쟁이, 환관의 무기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다. 샹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혀온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0독극물 중독증세로 쓰러지면서, 과거 옛 소련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들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최고 권력을 비판하거나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이 독극물을 통해 살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냉전 기간 동안 정보기관 케이지비(KGB)가 이런 방법을 자주 활용했다.

195910월 우크라이나의 민족지도자로 독일에 망명해 살고 있던 스테판 반데라가 뮌헨 자택 앞에서 괴한이 뿌린 스프레이를 들이마신 뒤 곧바로 사망했다. 2년여 만인 196111월 독일 당국은 케이지비 요원 보그단 스타친스키가 청산가리 스프레이로 반데라를 암살했고,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서기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1978년에는 불가리아 반체제 작가로 영국에 망명한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우산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리친(리신)’ 총알에 맞고 사망했다. 기밀 해제된 문건 등을 보면, 사건의 배후는 당시 불가리아 정권과 옛 소련으로 추정됐다.

옛 소련 붕괴 뒤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체제의 러시아에서는 이런 사건들이 거의 사라졌지만, 2000년 케이지비 요원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이런 식의 살해 사건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체첸 사태를 파헤치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던 언론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도 비행기에서 차를 마신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는 당시에는 목숨을 건졌지만, 2년 뒤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200611월에는 전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푸틴을 비판하다 영국으로 망명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호텔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그의 시신에서 방사성 독극물이 다량 발견됐고, 사건 발생 10년 만인 2016년 영국 당국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들이 그를 독살했고, 푸틴 대통령이 관여됐을 수 있다고 결론냈다.

20183월초에는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미국은 그해 8월 러시아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사용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영국 언론 <가디언>푸틴 대통령이 (독살 사건들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어떤 지휘 체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러시아 안팎외 많은 희생자들은 크렘린이 이런 사건을 필요악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한편, 독일과 프랑스가 나발니에게 망명처와 의료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AFP> 통신 등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발니를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발니가) 원한다면 독일 병원 치료를 포함해 의료 관련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고, 마크롱 대통령도 의료, 망명, 보호와 관련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발니가 갑자기 의식 불명에 빠진 이유를 신속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나발니는 이날 러시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항공기 안에서 이상 증세를 보였다. 해당 항공기는 긴급 착륙을 했고 나발니는 한 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나발니 쪽은 그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옮겨졌다고 전했다. 또 나발니가 아침에 공항에서 유일하게 차를 마셨다며, 차에 독성 물질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야권의 핵심 인사로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수십 차례 투옥된 바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야권 정치지도자가 된 그는 야권이 취약한 러시아에서 그나마 푸틴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혀왔다. 지난 20174월에도 모스크바 시내에서 한 포럼에 참석했다 나오다 괴한이 얼굴에 약물을 뿌리면서 눈 동공과 각막 손상을 입은 바 있다. 2018년 대선에서 푸틴에 도전하려 했으나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 때문에 후보 등록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