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세력 준동 민주주의 자체 부정하며 뿌리째 뒤흔드는 수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3시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무법지대가 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유리창과 외벽을 깨부수고 법원 건물 안으로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으러 다니는 등 난동을 벌였다. 시위대가 헌법기관인 법원을 공격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윤 대통령이 그간 법치를 부정하고 사법체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지지자들을 선동해온 결과인데, 극우 세력의 준동이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며 뿌리째 뒤흔드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이날, 집단불법행위를 벌인 윤 대통령 지지자 89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새벽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린 46명, 전날 저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탑승한 차량을 파손하고, 수사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40명,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 담을 넘어 무단침입한 3명이다. 경찰은 불법행위자 전원을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했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불법 폭력행위는 그 누구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물리적 충돌과 폭력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지지자 일부는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경찰이 봉쇄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폭력 사태를 벌인 이들을 옹호하며 오히려 “경찰의 과잉 대응”이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지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12·3 내란사태 이후 수사기관과 법원의 정당한 권한에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 사실상 ‘내전’을 선동해온 윤 대통령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쪽과 여당은 내란을 ‘고뇌에 찬 결단’으로 꾸미고, 윤 대통령을 억울한 피해자로 만드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꾸준히 보냈다”며 “언제든 집단폭력이 터져 나올 상황이 됐는데,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여당, (윤 대통령 지지 시위의 한 축인 전광훈 목사 등) 일부 기독교 세력들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선동’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부터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시위대에게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동 메시지를 냈다. 이후 자필 편지와 동영상, 변호인단 등을 통해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 ‘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는 무효’ 등의 주장을 거듭하며 사법체계의 신뢰를 대통령 스스로 무너뜨려왔다. 국민의힘도 여기에 동조해왔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엔 폭력을 불사하라고 노골적으로 부추기기도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7일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우리 우파의 장점이고 약점이 폭력을 못 쓴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나 저 나쁜 사람들처럼 경찰 폭행하고 경찰차 뒤집고 이런 거 못 해왔는데, 정말로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 우리도 저항권을 행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서부지법 앞에서 일부 시위대가 법원 담을 넘다 경찰에 체포되자 “(경찰) 관계자와 얘기했고 아마 곧 훈방될 것”이라고 지지자들에게 설명했다. 야당에서 ‘폭력 사태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자 윤 의원 쪽은 “18일 밤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된 학생들에 대한 발언이다. 폭력 사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정선거, ‘정당한 비상계엄, 사기 탄핵’처럼 음모론을 퍼 나르는 유튜브에서 극소수만 공유할 것 같은 주장이 ‘대통령’을 필두로 공론장에서 버젓이 횡행하고, 집권 여당이 이를 뒷받침하고, 극우 세력이 폭력적 행동에까지 나선 것은 일회적 현상이 아닌, 민주주의라는 헌정 체제의 근본적 위기라는 우려가 크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의 극우가 파시즘과 테러리즘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향후 심각한 문제는 사회 저변의 극우 대중과 그 배후의 조직적 실체들”이라며 “이미 한국의 극우는 (가장 마지막 단계인) 폭력과 반란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앞으로도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기각했다고, 인용하면 인용됐다고, 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흐름이 생길 것이다. 대선을 하더라도 당선자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심리적 내전이 일상화되고 심각한 수준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습격은 2021년 1월 ‘큐어논’(QAnon)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음모론 집단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국회의사당을 무력 점거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권 정치가 극우 유튜브와 밀착할수록 극단적 주장과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 비비시(BBC) 출신 언론인 게이브리얼 게이트하우스는 지난해 “미국인 넷 중 하나가 큐어논 음모론을 믿고 있다. 큐어논의 핵심 교리가 미국 주류 정치에 완전히 스며들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중국인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백골단’을 자처한 극우 청년조직한테 국회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준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 기반이 극우의 음모론과 폭력에 이미 위험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는 방증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반드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사법부 결정에 불복해도 된다는 주장을) 시작했던 것이고, 국민의힘도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생각으로 대통령에 동조한 결과가 폭력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며 “공권력이 폭력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승준 고한솔 정혜민 기민도 박강수 기자 >
법원 난입 전 ‘수상한 수신호’…증거 될 CCTV 서버 부수려 했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폭도로 돌변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하기 직전 카메라에 포착된 ‘수상한 수신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락티브이(TV) 영상을 보면, 전날 새벽 서부지법 청사 밖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최선두에 서 있던 안경 쓴 남성의 진입 방향을 가리키는 듯한 수신호 있은 뒤 일순간에 폭력적으로 돌변해 경찰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안전 표시 고깔(라바콘)을 던지고 경광봉까지 뺏은 지지자들의 물리력 행사에 경찰의 대오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들의 서부지법 난입이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사전에 계획됐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수신호를 한 해당 남성의 역할을 수사해야 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남성이) 수신호를 하면서 경찰한테 폭력을 쓰기 시작했다. 이게 우발적인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수신호를 한 자가 서부지법 침탈 지휘자”라며 공개수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능숙하게 ‘판사 색출’에 나섰다는 점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서부지법 청사 7층에 위치한 판사 집무실은 평소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다. 그런데 전날 제이티비시(JTBC) 단독 보도 영상을 보면, 일부 지지자들은 곧장 7층으로 올라가 수색 작업을 벌인다. 집무실 문을 강제로 열어가 들어간 뒤 손전등을 비춰가며 판사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 판사의 이름을 외치며 “어디 있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검찰 출신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판사 개인 집무실은 정말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라며 “밖에서 시위하고 집회하는데 누가 손전등을 들고 가느냐. 미리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서버가 있는 관제실이 표적이 된 것을 두고도 ‘증거인멸’ 등을 위한 역할 분담이 사전에 이뤄진 정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시시티브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서버에 물을 붓거나 연결선을 떼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총경 출신인 류삼영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범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증거인멸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처음부터 증거인멸 조가 따로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기관인 서부지법 난입 사건에 가담한 주동자를 비롯한 불법행위자 전원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란죄 적용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판사 출신인 오지원 변호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내란죄 혐의와 관련해 “수사 자체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손병호 변호사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집단적인 국헌문란 행동들로 충분히 내란죄로 의율(적용)할 수 있지 않나 싶다”며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면서 이들이 무죄가 나오지 않는 선에서 절충적으로 법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내란죄, 소요죄도 충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해야 한다”고 짚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목격자 지우려고”…윤 지지자들, 기자 협박 메모리카드 탈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화방송(MBC) 취재진을 폭행해 문화방송이 “언론자유를 유린한 폭거”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연합뉴스도 취재진 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9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사진기자 ㄱ씨는 이날 새벽 3시께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 현장을 촬영하다 카메라를 뺏으려는 지지자들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 목에 건 사원증을 강제로 뺏긴 ㄱ씨는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촬영을 이어갔으나, 지지자 8명가량이 따라왔다고 한다. 이들은 ㄱ씨의 카메라를 빼앗아 옥상 밖으로 던지려 하는가 하면 메모리카드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ㄱ씨는 상황이 다소 잠잠해진 뒤에야 메모리카드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사회부 소속 취재기자 ㄴ씨도 비슷한 시각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취재하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이들은 휴대전화 단체대화방 내용을 엿보고 ㄴ씨가 기자임을 확인했는데 ㄴ씨 멱살을 잡아 길모퉁이로 끌고 간 뒤 휴대전화 초기화를 요구했다. ㄴ씨의 명함을 가져가기도 했는데 ㄴ씨는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날 정오께 사회부 소속 기자 ㄷ씨도 취재 중 자신을 따라온 지지자 수십 명에게 폭언과 협박성 발언을 듣고 멱살이 잡혔다. 일부는 ㄷ씨에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둘러 위협하고 ㄷ씨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집단으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연합뉴스는 “소속 기자들에게 이 같은 폭력을 행사한 성명 불상자들에게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상취재기자들의 경우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빼앗기는 피해를 다수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준열 영상기자협회장은 20일 오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영상기자들이 심각하게 구타를 당했다. 취재진에게 침을 뱉거나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많이 했다”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취재장비들이 파손되거나 도난당하는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지지자들이 메모리카드를 뺏어갔다’고 말하자 나 회장은 “그렇다. 이게 상당히 심각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메모리카드를 뺏는 행위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시민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을 원천적이고 물리적으로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목격자 없는 내란을 만들고 있는 행위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이정규 기자 >
‘법원 습격’ 부추긴 전광훈 “헌법 위에 있다” 또 선동성 발언
“우리가 윤 대통령 구치소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격앙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국민 저항권'을 발동하겠다며 과격한 행동을 부추기는 선동성 발언을 내놨다.
전 목사는 19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이미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고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주 토요일 (집회에) 1천만명이 모여야 한다”며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은 적법한 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른 것인데도 ‘머릿수’로 사법 절차를 이길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6천명이 모였다.
윤 대통령의 구속 역시 ‘하나님의 뜻’이라고 전 목사는 주장했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데 대해 “괜찮다. 한번은 구속이 돼야 한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구속이 됐다. 감방에서 담금질을 해야 마지막 후반기 사역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성공했다면 아마 ‘내가 다 해냈다’며 하늘 끝까지 교만했을 것”이라며 “하나님이 윤 대통령을 감옥에 가둔 것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이날 오후 집회를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국힘, ‘윤 구속’ 사과는커녕…법원·야당 때리며 ‘물타기’ 안간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구속되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직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겠다면 똑같은 잣대를 야당 대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말을 일제히 쏟아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사법부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로 공격의 화살을 돌려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는 무죄추정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형평성을 무너뜨렸다”며 “이재명 대표도 혐의가 확인되면 똑같이 구속해서 법적 형평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내란죄를 저지르고도 수사기관의 거듭된 출석 요구 등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엔 눈감고 “2023년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 시 법원에서는 ‘제1야당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는 점 등을 들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2020년 권순일 대법관의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 2023년 이재명 위증교사죄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2024년 위증교사죄 1심 무죄 등 사법부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재명 대표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집권 여당 투톱이 이에 대한 사과를 하기는커녕 법원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며 ‘정적 찍어내기’에만 집중한 것이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 구속에 항의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이라 칭하며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 이재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 안에서는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한국갤럽의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3%,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국민의힘(39%)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36%)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오는 등 최근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나자, 지도부가 이에 지나치게 경도돼 드러나지 않은 ‘진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도 민주당이 중도층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는 건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무조건 이 대표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론 오히려 민심 이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 대표도 잘못했지만, 윤 대통령의 내란죄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냐”며 “이 대표를 비판하려면 먼저 윤 대통령을 엄중히 정리해야 하는데, (그건 안 하고) 이재명 얘기만 해서 국민한테 먹히겠냐”고 말했다. 중부권의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재명은 안 된다’고 하지만, 결국 (지도부의) 속내는 (강성 지지층에 기대) 당권 유지하면서 (다음 총선까지) 3년 버텨보자는 거 아니냐”며 “이건 죽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상욱 의원도 “박수 쳐주는 사람들 틀에 갇혀서 그게 다인 줄 알면 안 된다”며 “이렇게 해서는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전광준 기자 >
권영세 “민주노총 시위대면 진작 훈방”…법원 폭동에도 물타기
“민주당·언론, 폭도 낙인 찍고 엄벌 으름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이 서울서부지법에 유리문을 부수고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는데도 “더불어민주당과 언론이 폭도란 낙인을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의 분노 원인은 살피지 않고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이들에 대해) 폭도란 낙인을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 싹을 자르려는 의도이자, 국정 혼란을 조장하고 갈등을 키워 이를 정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면 어떤 명분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해 폭력을 행사한 이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어 진압에 나선 경찰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앞에선 한없이 순한 양이던 경찰이 시민 앞에선 한없이 강경한 ‘강약약강’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법원에 진입하지 않고 밖에서 잡힌 시민도 절대 풀어주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며 “민주노총 시위대면 진작 훈방 아니었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건 마녀사냥이 아니라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 진상을 규명하고 차분하고 성숙한 자세로 국가적 혼란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도 폭력을 선동하거나 비호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각별히 말과 행동을 주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해 “현직 대통령 구속이란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결정을 할 땐 국민 모두 납득할 수 있게 구속 사유를 설명했어야 한다. 그러나 단 하나 사유로 내놓은 증거 인멸 염려조차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증거 인멸’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스스로도 다수의 증거물이 확보됐다고 밝혔다”며 “탄핵으로 직무 정지돼 사실상 관저 유폐 상태였던 대통령이 무슨 수로 증거를 인멸한단 말이냐”고 했다. < 한겨레 신민정 기자 >
사법부 때리는 윤석열 비서실…국힘서도 “제 정신 아닌 듯”
정진석 “계엄이 폭동인지 비상조치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대통령실이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또 이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구속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이 본분을 망각한 채 여전히 ‘내란 수괴 비서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새벽 5시3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이)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새벽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날 새벽 4시10분께 기자들에게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이 2023년 9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것과 비교하며 ‘사법부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어려운 정국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공직자로서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동맹국의 지도자 교체 등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감안해 정부가 외교, 안보 상황을 잘 관리하도록 뒷받침하기로 했”고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등 대외변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 민생을 챙기는 데도 내각과 협력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의 이런 행보를 두고,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상태란 걸 망각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가 된 상황이라 정 실장 이하 대통령실 참모들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보좌’해야 하는데, 이런 임무를 뛰어넘어 마치 대통령실이 중심이 돼 국정의 주요 이슈를 챙기는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최 권한대행 보좌 임무보다는 윤 대통령 지원 사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일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했을 때는 이에 반발해 대통령 참모진이 사의를 표했으며,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날(14일)에는 정 실장 이름으로 “윤 대통령이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이라며 “대통령의 자기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특히 이날 최 권한대행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한 것과 달리, 대통령실 쪽에선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비난하는 데만 집중됐다.
국민의힘 한 재선의원은 이를 두고 “직무정지된 대통령실 참모들이 최 대행을 보좌하지 않고 (자체) 회의를 열어 메시지를 내는 것을 보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참모들이 대통령 역할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어 “끝까지 내란수괴비서실로 남을 작정이냐”며 “대통령비서실은 윤석열의 구속에 반발하는 게 아니라 내란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하고 책임을 지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이승준 서영지 기자 >
안철수 “국힘, 폭동 세력과 절연해야…지지율 착시 걱정”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민의힘은 이번 법원 판결에 승복하고 폭동을 일으킨 일부 과격 세력과 단호히 절연함으로써 보수의 가치를 지켜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수사는 수사 기관에,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은 오로지 국정을 수습하는 데 매진해야만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우리 당도 더이상 강력한 의견을 가지신 지지자들에게만 호소해서는 절대로 다수를 차지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재명 집권의 길을 만들어 주게 된다”며 “강한 의견만 옳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중도까지도 아우르는 당으로 거듭나고, 당내 개혁과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대해선 “당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는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분들이 결집한 효과”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자칫하면 (지지율) 착시현상으로 ‘지금 가는 길이 옳다, 이대로 더 강하게 계속 가자’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돼 대선이 시작된다면 이건(지지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서는 “대통령 사형 운운하며 비아냥거리고 총을 맞고서라도 대통령을 체포하라고 하며 오히려 상대를 자극했다”며 “오만과 분열의 폭주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이재명 대표의 시간”이라며 이 대표 재판과 관련해 6·3·3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장나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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