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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소망] 믿음의 뿌리

● 교회소식 2009. 7. 5. 14:08 Posted by Zig
한동안 그냥 두면 사정없이 자기의 영역을 넓히는 놈이 있다. 얼마나 억센지 그냥 두면 나중에는 손도 댈 수 없이 퍼져 버린다.

매년 경험하던 터라 올 해에는 보이는 대로 뽑으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다.
지난 겨울 내린 눈이 많아서인지 올 해는 벌써 2번이나 잘라 주었는데도 쭉쭉 올라오는 잔디는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짐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가시가 두꺼운 장미 나무 사이로 수상한 놈들이 뻗어 있는데, 가만히 보니 바로 그놈이었다.
그 뻣뻣한 이파리로 나를 비웃는 듯 바라보는 그놈을 사정없이 뽑아 버리리라 다짐을 하며 밑동부터 움켜지고 잡아 올렸지만 줄기만 뽑혀져 나왔다.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시도를 했지만 뿌리는 뽑을 수 없었고 삽으로 내리 찍어도 보았지만 뿌리를 완전히 뽑아 낼 수도 없이 오히려 그렇게 한 놈과 씨름을 하다 보니까 다른 놈들은 어떻게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센 놈이 바로 엉겅퀴였다.
나중에 잠자리에 누워서 말똥말똥 그놈의 뿌리가 눈앞에 아른거려 왔다.
정말 질긴 놈이다! 진짜 대단한 놈이야!
그 놈을 향한 나의 회한은 어느새 질투로 바뀌어간다.
그래서 그 놈이 그렇게 좋은 건가?
세상은 모순 그 자체라 했던 어느 철학자의 생각을 빌지 않아도 그놈은 정말 모순 덩어리였다. 사람들에 의해서 그렇게 뽑혀도 뽑은 것 보다 더 퍼지는 놈이다.
그 놈이 가지고 있는 길고 강한 뿌리 때문이다.
작지만 그 뿌리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사람 몸에는 얼마나 좋은지 보통 사람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그 놈의 뿌리는 귀한 약재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어느 목사님과 기쁘게 인사를 나누었다.
잘 지내셨어요? 그럼 잘 지냈지! 석 목사님은요?
웃는 그분의 얼굴 속에 그려진 주름의 한 끝이 감출 수 없는 그 분의 마음을 보인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다른 이에게 들었는데 전혀 내색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웃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돌아오는 길, 한 모퉁이에서 그 분의 웃음과 엉겅퀴가 뒤 엉겨 떠오른다. 그래 그건 뿌리야!
많은 믿음의 사람들 속에서 보였던 것은 바로 그 엉겅퀴의 뿌리였다.
믿음의 뿌리가 하늘에 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하나님의 나라는 이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 놈 엉겅퀴 같은 하늘을 항해 뻗은 믿음의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16:33)

<석대호 목사 - 옥빌 한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