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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틈타…세계 극우세력 준동 발판 다지나
시사한매니져
2022. 3. 29. 23:20
우려 키우는 우크라 신나치집단
백인 우월주의자들 온라인서 극성
극단적 국가주의 성향 드러내며
우크라 참전 희망자 대대적 모집

우크라이나 ‘아조우 대대’가 운영하는 군사학교 교육생들. ‘아조우 대대’ 누리집 갈무리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구 언론이 다루기 껄끄러워진 주제가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극우·신나치 무장세력의 움직임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극우 분자들이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해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인 뒤, 여기서 쌓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자국 내에서 폭력 활동을 강화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세계 극단주의 세력 분석 기관인 ‘사이트 인텔리전스 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백인 우월주의자와 신나치 추종자들의 온라인 활동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기관의 상임이사이자 테러분석가인 리타 카츠는 최근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극우 집단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러시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방안 등 참전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츠 분석가는 최근 전투 참여 의사를 밝힌 외국인 가운데 노골적인 신나치 집단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신나치 민병대 구성을 논의하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활동하던 이들 중 한 명이 ‘MD’라는 아이디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참전 희망자를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신나치 대화방 여러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자칭 ‘전직 군인’도 지난달 말 “앞으로 1~2주 안에 (우크라이나를 향해) 영국에서 출발할 것”이라며 함께 참전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D’라는 아이디를 쓴 이 인물은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면 유대인들을 죽일 것이라며 ‘하일 히틀러’(나치식 경례)를 외치는 등 노골적인 나치 성향을 드러냈다.
미국·영국 외에도 독일·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스웨덴·폴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의 극우 성향 인물들이 우크라이나 참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사이트 인텔리전스 그룹은 파악하고 있다. 카츠 분석가는 “2014년 이슬람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가 전세계에서 동조자들을 모집한 이후 이렇게까지 광범하게 전사 모집 활동이 전개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들의 목표는 유대인 대통령이 이끄는 다민족 국가인 우크라이나 방어가 아니다. 일부는 이번 전쟁을 자신들의 폭력적인 공상을 현실화할 기회로 보고, 다른 일부는 우크라이나에서 극단적인 국가주의 성향의 (백인) 단일민족국가 구상을 현실화하고 이를 전세계에 수출할 꿈을 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심엔 신나치 조직 ‘아조우 대대’
고문·약탈 저질러 한때 제재 불구
정부 공식조직으로 군사경찰 활동
정당·무장 민병대까지 갖추며 득세
우크라이나로 극우세력을 끌어들이는 구심점은 신나치에 뿌리를 둔 이 나라의 무장조직 ‘아조우 대대’다. 이들의 활동 근거지에 면해 있는 아조우(아조프)해에서 따온 이름으로 추정된다. 이 조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5일부터 공개적으로 외국인 전사를 모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달 초 참전을 희망한 외국인이 1만6000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몇명이 아조우 대대에 합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조직이 보통의 극우 무장세력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정부의 공식 조직이라는 점이다. 아조우 대대는 현재 우크라이나 내무부 산하의 ‘아조우 특수작전 파견대’라는 명칭으로 군사경찰 활동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지역 치안을 담당하고 전시에는 전투에 직접 참가하는 국가방위군의 일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목표 중 하나로 ‘탈나치화’를 내세운 것도 구체적으로는 이 조직을 겨냥한 것이다. 신나치 성향의 무장조직이 정식 정부 조직으로 치안·군사 작전에 참여하면서 돈바스 등 분쟁지역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을 탄압해왔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의 아조우 대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크라이나에서 극우 무장세력이 정부의 정식 조직으로 편입된 계기는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촉발된 내전이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직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독립 무장세력이 등장하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민에게 민병대 구성을 촉구했다. 이에 호응해 안드리 빌레츠키 등 극우·신나치 세력 50여명은 즉각 아조우 대대를 구성했다.
4월부터 전투에 직접 참여한 아조우 대대는 6월 반군 세력으로부터 남동부 주요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탈환하는 데 공을 세우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리우폴 탈환을 위한 전투에 참여한 의용군 400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아조우 대대 소속이었다. 우크라이나군과 반군이 휴전에 합의한 9월까지 아조우 대대 조직원은 500명 수준으로 빠르게 늘었다. 휴전 합의 뒤에도 돈바스 지역에서 분쟁이 그치지 않은 가운데 아조우 대대는 11월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소속의 정식 조직으로 편성됐다. 이듬해에는 조직원이 1000명 수준까지 늘어나면서 국가방위군 내의 주요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