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당사서 선대위 해단식 참석

“국민 뜻 존중하고 성공하는 정부 되길”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실무진 및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우리 선대위,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또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서 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 있다”며 “우리 선대위 그리고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길 바란다. 제 진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저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을 언제나 믿는다”며 “지금의 이 선택도 국민들의 집단지성의 발현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부족한 것 때문에 생긴 일이지, 국민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그리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우상호 총괄본부장,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얼굴은 침통한 기색이 역력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발언을 시작하고 끝맺으며 90도로 인사했고, 발언을 하러 나올 때 당 관계자가 꽃다발을 전달하자 “뭐 진 사람에게 꽃다발을 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송 대표는 “승리를 안겨주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우리는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47%가 넘는 득표율, 16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 주셨고 대통령선거가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인 24만표, 0.73%포인트 차이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정치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가 돼서 영점 몇 퍼센트 차이로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이 되는 이런 대통령 구조,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적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한번 절감한다”며 “저희가 국민들께 약속했던 과제가 민주당에 의해 지속해서 추진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또 “국민들께서 우리에 대한 미움이 다 안 가셨구나 (싶다). 이 후보도 반성하고 모두가 노력했지만 그래도 좀 부족했다”며 “힘을 잘 질서 있게 모아서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수사 후폭풍 시달릴까, 2년 뒤 총선 출마할까…이재명의 ‘운명’은

 민주당 역대 후보 중 ‘최다 득표’ 세워

“대선 패배 ‘후보 책임론’ 당내 크지 않아”

 당장 대장동 수사 등 난관부터 극복해야

“엄청난 피바람 불어 재기 어려울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분간 공개적인 활동 없이 성찰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24만7천표(0.73%포인트)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패배한 그는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최다 득표(1614만7738표)기록도 함께 세워, 책임론보다는 선전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민주당 전체적으로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이 후보의 정치적 재기 시점과 방식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 후보는 10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며 “선대위, 그리고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기 바란다. 제 진심”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 등 검증·도덕성 문제로 공격받을 만한 빌미를 제공한 본인의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이 전면 부각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지도부는 이날 <한겨레>에 “후보는 최선을 다 했지만 정권교체론을 만든 장본인인 민주당이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탓”이라며 “후보 책임론은 당내에서 큰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핵심 지도부도 “정권교체 여론이 한참 높았던 상황에서의 선거 치고는 선전했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어도 이걸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선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리스크를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맞닥뜨린 건 정권심판론과 이 전 후보의 여러 의혹들이었다”며 “정권심판론은 민주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하지만 개인 의혹은 본인이 오롯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이 후보는 그간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대장동 특검’을 주장했고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검찰·특검 수사 등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이날 당선인사에서 ‘부정부패 엄단’을 강조했고 ‘대장동 의혹 수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자가 공언했듯이 아마 한동안은 대장동 때문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피바람이 불 수 있다”며 “당장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형성해 승리했고 이날 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됐지만 여전히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당 관계자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원팀’이라고는 했지만 의원들이 한 마음으로 시너지를 냈는지는 의문”이라며 “공고한 ‘이재명 지지세력’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짚었다. 선거운동 중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선대위에 전격 합류하며 ‘원팀’ 구성에는 성공했지만, 실제로 당내 모든 세력이 똘똘 뭉치는 ‘화학적 결합’은 아니었던 만큼 당내 정치 세력화에는 성공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다만,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에 이 후보를 대체할 거물급 인물이 없다는 점은 그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거니까 민주당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원”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정치적 재기 방식은 2년 뒤 총선 출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쳤지만 국회의원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아 의회정치를 모른다는 약점을 제거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후보의 재기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 편가르기 등 정치적 갈등을 계속 유발시킨다면 이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김윤주 기자

 

윤석열, 이재명과 통화…이 “성공한 대통령 되길 바란다”

윤은 위로의 말 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4개월여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통화를 하며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이 후보는 “성공한 대통령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한다.

 

전주혜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윤 당선자의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 일정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자가 오후에 이 후보와 통화를 하셨다”며 “이 후보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윤 당선자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전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날 윤 당선자는 박 의장을 예방한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을 방문할 계획을 구상했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 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성사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전 대변인은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이날 윤 당선자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내부서도 “위기 의식 없어 보여”

  송영길 대표 · 최고위원들 ‘총사퇴’ 발표

 “혼란 우려 · 적임자 찾기 어렵다” 이유

  윤호중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맡기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오후 4시부터 1시간20분가량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당 대표로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자 한다”며 “최고의원들도 함께 사퇴 의사를 모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00만여명 국민께 그리고 당원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당 대표로서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이 국민을 믿고 다시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대표직 사퇴 뒤 “앞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반구제기’(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자세와 실력을 탓한다는 뜻)의 시간을 갖겠다”며 “평당원으로 돌아가 5년 뒤로 미뤄진 제4기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총사퇴함에 따라,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로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건 혼란·분열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당 지도부가)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와 여러가지 협의하거나 조속하게 입법해야 할 일이 많은데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치러야 하는 만큼,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하게 되면 많은 무리가 있으니 (오는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3월25일 안에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이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을 두고 벌써 시끌시끌하다. 당 지도부 일원이었던 윤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맡으면 누가 책임을 지는 걸로 보겠냐. 민주당이 선거에 지고도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도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시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도 아니고, (윤 원내대표가) 계속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갑론을박이 오갔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지방선거가 코앞인 데다가 외부에 (비대위원장을) 할 만한 사람을 점검해 봤는데 없었다. 찾다가 시간이 다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게다가 지방선거가 어려운 선거가 될 게 뻔한데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려고 하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차선택’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를 당 상임고문으로 새롭게 위촉했다. 송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상임고문을 맡아 당에 기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후보가 이를 수락했다고 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서영지 기자